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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 에설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하나는 편안한 동반자 관계야. 두 사람은 같은 희망과 두려움을 나누고, 팀이 되어 아이들을 키우고
서로에게 편안함과 도움을 주지.” 그것이 그녀와 버니 이야기임을 데이지는 알아차렸다. “다른 하나는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광기, 환희와 섹스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 자기가 사랑하지 않거나 심지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도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녀가 피츠와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데이지는 느꼈다. 데이지는 숨을 죽였다. 에설은 지금 원초적인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운이 좋았어. 두 가지 모두를 경험했지.” 에설이 말했다. “그리고 이제 내 조언을 들려줄게. 만일 미친 사랑을 할 기회가 생기면 양손으로 꽉 붙잡아. 결과가
어찌되든 신경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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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모두가 보수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선거 유세에서 노동당에 유리하게 흘러간 상황도 일부 있었다.
처칠의 “게슈타포” 발언은 역풍을 맞았다. 보수당조차 경악했다. 다음날 저녁 노동당을 대표해 방송연설을 한
클레멘트 애틀리는 쌀쌀맞게 비꼬았다. “어젯밤 노동당의 정책을 졸렬하게 희화화한 수상의 연설을 듣자마자
저는 그의 목표가 뭔지 깨달았습니다. 그는 전쟁 앞에서 단결된 국가의 위대한 지도자인 윈스턴 처칠과
보수당 지도자 처칠 씨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존재하는지 유권자들이 이해하기를 바랐던 겁니다. 전쟁중
그의 리더십을 받아들였던 사람들이 고마운 마음에 그를 더 따라가려는 유혹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웠던 겁니다. 사람들의 환상을 완전히 깨뜨려준 그에게 감사합니다.”” 애틀리의
위엄 넘치는 경멸은 처칠이 대중을 선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사람들은 핏빛 격정에 질렸다고 데이지는
생각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차분한 상식을 더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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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 그는 공산주의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원칙 없는 숙청과 비밀경찰의 지하철 고문이 존재하고, 점령군 병사들에게 과도한 야만 행위를
강요하거나 거대한 나라 전체가 차르보다 더 강력한 독재자의 고집불통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 공산주의였다. 나는
진정으로 이런 잔혹한 체제가 대륙의 나머지 지역으로 뻗어나가기를 원하는 걸까?
그는 누구에게 허락을 받거나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고 뉴욕의 펜 역으로 걸어들어가 앨버커키로
가는 표를 샀던 일을 기억했다. 그리고 카탈로그는 이미 오래전에 불태웠지만, 그 책자는 누구나 살 수 있는 좋은 물건이 가득한 수백 페이지로 그의 머릿속에 살아 있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서방의 자유와 번영은 그저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볼로댜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의 마음 일부는 공산주의가 패배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