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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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박지리 님의 <번외>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이번 소설은 200페이지도 안 되는 무척 얇은 두께였어. 하지만, 지금까지 실망시키지 않은 박지리 님의 작품들이었기에 기대를 걸고 책을 펼쳤단다. 아빠 읽은 박지리 님의 소설들은 꼭 죽음이 관여되어 있었던 같은데, 이번 소설은 죽음 한 가운데 있었던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죽음 가득한 소설을 읽다 보니, 문득 박지리 님은 언제부터 그런 결정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궁금하더구나. 아빠가 몇 번 이야기했지만, 박지리 님의 결정은 뛰어난 작가를 잃은 독자들에게도 큰 상실감이었단다. , 그러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 소설이 짧으니 편지도 짧게 하마.

 

1.

주인공 는 고등학생인데, 1년 전 다니던 학교에서 동료 학생의 총기난사사건이 있었어. 선생님 한 분과 학생 열일곱 명, 총 열여덟 명이 목숨을 잃었단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주인공 만 살아남았거든이런 상황에 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1년 전의 사건을 좀더 자세히 이야기할게. 학년 소풍을 가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열아홉 명이 소풍을 가지 않게 되었어. ‘는 어렸을 때 동물원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로 쓰러진 적이 있는데 소풍을 그곳으로 간다는 거야. 그래서 못 간다고 했단다. 소풍을 안 간 열아홉 명은 시청각실에서 모여서 영화 감상을 했단다. 그런데 중간에 한 명이 사라져서, 선생님은 에게 사라진 친구 K를 찾아보라고 했어. ‘가 사라진 K를 찾으러 간 사이 그 일이 벌어진 거야. 바로 K가 시청각실에서 총을 난사하여 그곳에 있던 열여덟 명을 죽인 거였어.

사실 K는 친구였단다.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알고 지내던 친구였어. 이 사건 이후 는 트라우마로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를 늘 생각하고 죽으려는 생각도 자주 했어. 그리고 이 흔치 않은 사건은 전국에 알려졌고, ‘의 신상도 다 털려서 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어. 그렇다 보니 는 대부분 열외였어. 숙제를 안 해와도 혼나지 않고, 몸이 안 좋아 조퇴를 한다고 해서 뭐라 안 하시고, 지각을 해도 혼나지 않는 등 특별대우를 받았어. 하지만 그런 것들이 과면 의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되었을가?

는 그 사건 이후 오랜 기간 병원에서 정신 치료를 받았어. 하지만 그 트라우마는 완전히 치유될  수 없었지. 일찍 조퇴하는 날 길거리를 가도 모두 를 알고보고 공사장 인부들이 안전모를 건네고, 어떤 이는 껌을 선물하고, 어떤 이는 마스크를 건네주었단다. 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말이야. 그들은 에게 관심을 주면서 위로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는 그 사건들이 다시 떠올라 더 힘들었을 것 같구나. ‘는 익명의 다수의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단다.

아빠래도 그랬을 것 같구나. 한 동안 집을 나가지 못했을 같고, 나가더라도 모지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것 같구나. 이 소설은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란다. 뿐만 아니라 때론 죄책감에 시달리고, 삶에 대한 허무함에 무료해져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는

….

실제로도 소설 속 사건보다 더 무서운 사건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단다. 그 사건 사고에서 극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그런 사람들이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런 트라우마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좀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이만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스피노자의 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제 저렇게 훌륭한 인간은 다 죽어 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끝 문장: 내 앞을 낮은 펜스가 가로막고 있고 공중에 신기루 같은 모래가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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