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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최근에 미국에 사는 교포 작가들의
책들이 번역 출간되는 일이 자주 있단다. 얼마 전에 새로 알게 된 미국 작가 이창래 님의 책들도 우리나라에
꾸준히 번역 출간되었더구나. 아빠는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많은
작품들을 쓰셨고,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었대. 이창래 님은
서울에 태어나신 이후 가족들과 함께 이민을 가게 되었다는구나. 그래서 이창래 님의 소설들은 우리나라와
관련된 소설들을 주로 쓰셨고,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작품은 많은 상들을 수상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아빠가 너희들에게 이야기 해줄
책은 가장 최근작인 <타국에서의 일 년>이라는
작품이란다. 이번 작품은 우리나라 색깔을 거의 뺀 작품으로 한 청년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지은이 이창래 님의 <타국에서의 일 년>뿐만 아니라 이전 작품들에 대한 호평이 이어져서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쳐서 그런지, 아빠는 썩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단다. 누군가에게 추천까지는 못하겠더구나.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책은 취향이 읽는 이마다 다르니까…
1.
책이 7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양이긴 한데, 스토리 라인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어. 그럼 최대한 요점만 뽑아서 이야기를 해볼게.
…
틸러라는 20대 초반의 남자가 있었어.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12.5%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어. 하지만 겉모습은 완전 백인이었단다. 그는 어렸을 때 엄마가 집을 떠나고 줄곧 아버지와 둘이 지냈어. 아버지와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한 사이는 아니었단다. 아버지와
아들의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나 할까.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경제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엄마의 부재가 늘 틸러를 그늘지게 만들었단다. 엄마가 집을 떠나기
전까지는 틸러와 사이 좋게 지냈기 때문에 틸러는 엄마와 추억을 가끔씩 꺼내곤 했단다.
틸러는 현재 30대 밸이라는 여자와 밸의 아들 빅터 주니어와 함께 지내고 있단다. 그렇다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었어. 틸러와 밸이 나이차가 많이 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연인 사이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 그런데 그들은 다른 사람을 잘 만나지 않았단다. 그들은 거의 집에서 은둔 생활을 했단다. 그 이유는 밸의 고발로
남편이 도망 중이었고 그로 인해 증인 보호를 받고 있었거든. 생필품을 살 때만 잠깐 나갔다가 오곤 했어. 빅터 주니어도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했는데, 틸러도
빅터 주니어를 가르치곤 했단다.
…
틸러가 밸이 함께 지내기 약
일 년 전에 틸러는 퐁이라는 중국계 사업가를 만나게 된단다. 틸러가 골프 캐디 아르바이트를 할 때 퐁을
만났는데, 퐁은 틸러를 좋게 봐서 자신이 하는 사업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어. 이제 막 청년에 들어선, 거칠 것이 없는 틸러는 퐁의 제안을 받아들였단다. 그 이후 틸러는 퐁을 따라 하와이, 중국 등 외국 경험을 하게 된단다. 이 소설은 틸러와 밸의 현재 지내는 내용과 틸러와 퐁이 과거에 지냈던 일들을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해준단다. 읽다 보니 틸러가 나이 많은 밸과 함께 지내는 것은 어머니의 부재를 밸로부터 찾으려는 것은 아닌가 싶었단다. 그리고 살갑지 않은 아버지와 관계를 퐁으로부터 보완을 하려는 것은 아닌가 싶었어. 만난 지 얼마 안되었지만 퐁에게 많이 의지하고 신뢰를 했거든.
퐁도 아픈 과거가 있었단다. 1966년 중국문화대혁명 당시 예술가였던 퐁의 부모님들은 박해를 받고, 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고 했어. 고아가 된 퐁은 어떤 시골 마을에 배정을 받아 자라게 되었는데 그리 행복한
어린 시절은 아니었어.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사업가가 된 것이라고 했어. 퐁도 부모님에 대한 애정 결핍, 가족에 대한 애정 결핍을 틸러에게
찾으려고 했으려나. 주요 등장인물인 틸러, 밸, 퐁 모두 외로움을 가득 안고 사는 사람들 같았단다.
2.
밸의 아들 빅터 주니어가 고작
여덟 살뿐인데 요리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빅터 주니어는 요리 동영상을 한번 보고
나면 곧바로 그 요리를 바로 만들었단다. 맛도 엄청 좋았어. 집에서
갇혀 지내던 빅터 주니어는 새로운 재미를 알고 이것저것 요리를 했고, 틸러와 밸은 빅터 주니어를 위해
요리 준비를 해주었어. 빅터 주니어의 요리 솜씨가 우연히 마을에 소문이 나면서, 위험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조금씩 교류를 넓혀가게 되었어. 밸은 그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틸러는 자신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단다.
손님들도 초대하여 저녁도 함께
먹었는데, 틸러는 무척 민감해 있었고 그로 인해 다른 손님들과 트러블도 있었어. 밸과도 마찰이 빚어져서 밸은 혼자 집을 나가기도 했어. 틸러는 밸을
걱정하다가도 어린 빅터 주니어를 보살펴야 하는 책임감이 있었어. 그리고 빅터 주니어도 자신처럼 엄아
없이 자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빅터 주니어에게 더욱 잘해주고 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단다. 다행히
얼마 안가 밸이 다시 집에 돌아왔어.
….
자, 이번에 틸러의 지난 일년 동안 퐁과 있었던 이야기를 해줄게. 틸러는
퐁이 함께 해외 출장을 가자고 해서, 호놀룰루와 중국 선전에 함께 와서 퐁의 친구들과 친척들, 그리고 동업자들과 만나게 되었단다. 줄곧 외롭게 지내던 틸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을 거야. 퐁은 그곳에서 자무로 만든 건강음료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단다. 자무라는 것을 처음 들어봐서 찾아봤더니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생산되는 전통 의학 및 허브 음료라고 하는구나. 퐁의 친척들과 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자꾸 어머니와 추억이 떠오르고 부재에 대한 아픔이 느껴졌단다. 아무리 즐거워도 다른 이들로부터 채워질 수 없는 공백이란다.
…
퐁이 잠시 미국에 다녀온다고
했고 틸러는 퐁 없이 선전에서 지내게 되는데 약속했던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어.. 중요한 건 퐁이
거금의 사업자금을 가지고 갔다는 거지.. 퐁이 계속 오지 않게 되자,
퐁에게 투자금을 댔던 이들이 틸러를 감금하고 구타당하기도 했단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을
떠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 그 길에서 밸과 빅터주니어를 만나게 된단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이 틸러를 성장시켰을까? 소설의 흐름은
성장소설처럼 보이지만, 아빠 생각에 틸러는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여전히 엄마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나이 많은 밸을 만난 것으로 보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한 편으로 밸과 빅터 주니어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보면, 그 전과 달리 책임감도 생기고, 빅터 주니어를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어. 하기야
청춘의 성장이 눈에 확 뜨이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소설이 무적 길긴 하지만 아빠는 큰 감흥은 받지 못했단다. 지은이
이창래 님의 이전 소설들은 어떤지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이 위대하다는 나라 어디에 사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책의 끝 문장: 눈을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준비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