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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길 : 조정래 사진 여행 - 조정래 사진 여행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5년 8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20여 년 만에 조정래 님의 <아리랑>(전 12권)을 다시
한번 읽었잖아. 다시 한번 완독한 기념으로, 조정래 님의
산문집을 하나 추가로 읽었단다. 집에 있던 책들 중에서 오래 전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길 – 조정래 사진여행>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 속에 사진이 가득 들어 있단다. 조정래 님의 갓난 아기 시절의 사진부터 학창 시절, 젊은 시절을
거쳐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대하 소설을 쓰시면서 취재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가득 포함되어 있단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410컷의
사진이 담겨 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조정래 님이 그리신 그림 2컷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어. 뿐만 아니라 각 사진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었어. 사진으로 보는 조정래 님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단다.
예전에 조정래 님의 <황홀한 글감옥>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은 글로 쓰는 자서전이라고 하면, 이번에 읽은 <길 – 조정래 사진 여행>은
사진으로 보는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조정래 님의 문학과 함께 한 인생을 사진을 통해 보니 더
친근함이 가면서,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리고는 나중에 아빠의 인생도
어렸을 때부터 중요한 사진들을 쭉 모아 놓아서 정리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무 빨리 흘러간
시간과 지금은 연락이 끊긴 사진 속 지인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울컥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이
쑥쑥 자라는 사진도 더 많이 찍어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발명품은 사진기라는
말이 있는데, 아빠도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한단다.
예전에 집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사진 앨범부터 챙겨서 도망간다고 했던 어떤 분의 말씀도 생각이 나는구나. 우리의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이야말로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고, 잠시나마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조정래
님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삶의 치열함에 대해 존경심을 느끼게 되었단다. 조정래 님을 따라 할 수는 없지만, 그의 방식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게 되는 것 같구나.
오늘을 이렇게 간단히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사진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책의 끝 문장: 이 거장의 발걸음을 따라 오늘의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삶에 대한 열정과 역사에 대한 신념을 필요로 한다.
담배를 하루 평균 3~4갑을 피우고, 커피를 5~6잔 마시며 열흘에서 보름을 자는 시간 빼놓고는 책상에 앉아 있다 보면 첫째 나타나는 증상이 두 다리가 10배 20배로 퉁퉁 부어오른 착각이 든다. 그래서 얼른 만져보면 그렇지 않아 주무르고는 한다. 두 번째가 변비 증상이다. 옛날에 똥줄이 탄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실감하게 된다. 세 번째가 머리에서부터 차츰 차츰 피가 줄어들어 온몸이 하얗게 표백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네 번째가 걷는데 다리가 내 뜻과는 다르게 휘뚱거릴 뿐만 아니라 발 밑이 어질어질 기울어지고 흔들리고 출렁거린다. 그런 증상들이 날이 갈수록 겹쳐져오다가 막바지에는 잠자리에 누우면서 온몸이 녹아 흘러 땅속으로 잠기는 듯한 느낌 속에서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나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정신을 잃듯 잠이 든다. 그 죽음과 소생의 되풀이 속에서 원고지는 쌓여갔다. - P98
하바로프스크의 아무르 강변에 동포들이 일군 마을 이름은 ‘3.1촌’. 조국에서 일어난 3.1운동에서 따온 것이다. 그 독립 의지가 가슴 뭉클하다. 동포들은 짧은 여름에는 농사를 짓고, 긴 겨울에는 아무르강의 두꺼운 얼음을 뚫어 생선 중에서 최고로 치는 철갑상어를 낚었다. 영하 30도의 추위를 견디며, 그것을 판 돈이 독립 자금이 되고 자식들의 학자금이 되었다. - P188
원고를 쓴 기간만 <태백산맥>이 6년. <아리랑>이 4년 8개월이었다. 마흔에 <태백산맥>을 시작했는데 <아리랑>을 끝내고 보니 쉰셋이 되어 있었다. 내 인생 장년의 세월이 정말 ‘눈 깜짝할 아이’에 흘러가버린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쓰느냐고. 삶의 보람이 가장 커서인가? 소설은 사나이의 생애를 바칠 만한 가치가 있어서인가? 그 대답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두 원고를 쌓아놓고 그 사이에 서며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왜 그렇게 눈물이 나려 했는지 모른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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