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도저히 이를 수
없는 백만장자, 억만장자를 모두 부러워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의식중에 지배당하고 있다.’
언젠가 읽은 어느 심리학자의 글이었다.
(284-285)
그런데 교단 끝에서 휙 돌아선 교수가 칠판 빈 데다 쓰기 시작했어. ‘돈은 인간에게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이렇게 쓴 교수가 돌아서더니
‘오늘 강의는 끝!’ 하고는 강의실을 나갔어. 다른 것들 것 달리 아무 부연 설명도 없이. 그때 모든 학생들의
시선은 일제히 칠판의 그 짧은 문장에 박혀 있었어. 그 한 줄의 문장은 학생의 질문만큼 도발적이고 신선했거든. 그 처음 듣는 말에 학생들은 묶인 채 침묵은 꽤 오래 계속되었어. 학생들은
돈과 실존과 부조리와의 상관관계를 따지고 파악해 보려고 헤매고 더듬거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다가 누군가가 침묵을 깼어. ‘그거 그럴듯하네.” 또 누군가가 ‘어렵다, 어려워”하며 일어섰고, 또 어떤 사람은 ‘아이고, 골치 아프다. 실존이든 부조리든’하며
자리를 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