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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2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Jiny가 얼마 전부터 국어 학원을 다니면서, 그 학원에서 추천해 주는 책들을 아빠도 가끔 같이 읽는데, 이번에
읽은 박현숙 님의 <구미호 식당>이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이 책을 구입하고 났더니, 이 책이 청소년판과 성인용으로
보강해서 만든 판이 두 가지가 있더구나. 아빠가 산 책은 성인 독자를 위해 내용을 보강한 것이고, Jiny 학원에서 선정한 책은 청소년판이더구나. ㅎㅎ 밀리의 서재
앱에 <구미호 식당> 청소년판이 있어서 Jiny는 그것으로 읽었지. 그런데 아빠가 두 판을 비교해봤는데, 어느 부분에 보강을 한 것인지 잘 못 찾겠더라.. 책 전체를 본
것은 아니고 일부 페이지를 비교해서 못 찾은 것이겠지만, 책 전체를 두루 살펴보고 싶을 정도의 책은
아니었단다.
구미호라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라는 뜻의 구미호가 책
제목에 들어가 있고, 책 표지도 예쁘고, 청소년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고 해서 가볍게 읽을 거라 생각했단다. 음, 아빠의
예상과는 좀 거리가 있었단다. 결론을 이렇게 해도 좋은가? 싶었어. 만약 아빠라면 이 책을 청소년들한테 추천하지 않았을 것 같구나. 학원
필독서라서 Jiny는 읽긴 했지만… 너희들에게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았어. 지은이가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알겠지만, 주인공
중에 한 명은, 뭐랄까 너무 쉽게 용서를 해 준 것이 아닌가 싶었단다.
Jiny는 이 책을 읽었으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지? 자, 그럼 책 이야기를 해줄게.
1. 아저씨 이야기
당만동이라는 곳에서 사고로 죽은 40대 총각인 이민석 아저씨와 15살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왕도영이라는
두 사람이 주인공이란다. 죽었으니 두 영혼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야 하나?
두 사람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에 천년 묵은 구미호 서호를 만나는데, 서호는 자기에게
피 한 모금을 주면 살던 세상에서 49일을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어. 죽었는데 그깟 피 한 모금이 뭐 대수겠니,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으니
보고 싶은 사람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볼 수 있으니 좋은 기회겠지.
하지만 도영은 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서 가지 않으려고 했어. 도영은 불우한 삶을 살았단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할머니와 배다른
형과 함께 살고 있었어. 그러니까 형과 아빠는 같으나 엄마는 달랐지.
그렇다 보니 할머니는 도영의 어머니를 무척 싫어했었고, 그로 인해 도영도 싫어했었어. 형도 도영을 무척 괴롭혔단다. 어느날 친구네 가게 스쿠터를 몰래
타고 가다가 그만 교통사고로 죽고 만 거야.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서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함께 가자고 해서 다시 돌아왔단다.
그런데 규칙이 있었어. 생전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 온 것이고, 구미호 식당이라는 곳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했어. 구미호 식당을 벗어나게 되면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했어. 그렇게
이민석 아저씨와 도영은 구미호 식당에서 49일을 지내게 되었단다. 첫날부터
아저씨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가 얼마 안되어 심한 고통에 쓰러져서 구미호 식당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가게로 돌아오게 하려는 계획을 세웠어.
이민석 아저씨는 생전에 호텔 셰프로 일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만이 알고 있는 ‘크림말랑’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 그 사람도
알게 되어 찾아올 거라는 생각에서였지. ‘크림말랑’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고 이내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었어.
둘로는 일손이 부족하여 아르바이트를 뽑게 되었는데, 그 아르바이트가 바로 도영의 배다른
형 왕도수였어. 당연히 도수는 도영을 알아보지 못하지. 도영은
도수에게 있는 없는 짜증을 다 냈어. 아저씨는 도수에게 구미호식당을
SNS에서 홍보해 달라고 했고, ‘크림말랑’의
재료를 맞추면 300만원 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어. 하지만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아저씨가 찾는 사람은 오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날 ‘크림말랑’의 재료를 정확히 맞춘 사람이 나왔고, 아저씨는 드디어 그 사람을
만난다는 기대를 했지만, 그를 찾아온 사람은 민주라는 다른 여자였어.
아저씨가 찾은 사람은 서지영이라는 사람인데, 민주는 서지영의 친구였어. 민주는 이민석이라는 사람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저씨는
자신에게 이야기하라고 했어. 자신이
이민석에게 전해준다고 하면서… 민주는 아저씨를 믿을 수 없다면서 돌아갔어. 그런데 며칠 후에는 어떤 남자가 찾아와 이민석을 찾았지. 아저씨는
이번에도 서지영이 꼭 와야 한다고 했어. 도대체 무슨 사연 일까?
결국 서지영이 식당에 오긴 했는데, 이민석의 이름을 듣자 치를 떨면서 다시는 자기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했어. 아저씨가 이민석인 줄 모르고 말이야. 그렇게 차갑게 서지영은 식당을
떠났단다. 아빠는 무슨 슬픈 사랑이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민석 아저씨는 스토커였던 거야. 예전에 잠깐 사귀기는
했지만 금방 헤어졌는데, 이민석 아저씨는 여전히 서지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계속 서지영을 쫓아다니고 다니고 있던 거란다. 어떻게 보면 죽어서까지
서지영을 쫓아다니고는 거지.
서지영이 돌아가고 나서 아저씨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구미호
식당 밖을 나갔단다. 서지영은 쫓아오는 아저씨를 보자, 놀래서
정신 없이 도망가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날뻔했단다. 다행이 이 장면으로 지켜보던 서지영의 남자친구가 달려들어
구해주었단다. 이 일로 둘 다 다쳐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어. 그제서야
아저씨는 자신의 사랑이 사랑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어.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했지. 하지만 당한 서지영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게 될 거야. 트라우마와
함께… 진정 잘못을 빌려면 서지영을 만나 직접 빌어야 했으나, 그런
장면도 없었고…. 하기야 용서를 빈다고 또 만나면 서지영은 또 혼비백산이 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소설에서는 그냥 이민석 아저씨 혼자 깨달으면서 마무리가
되었단다. 마치 다 해결된 것처럼 말이야. 분명 이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데이트폭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설에서처럼 혼자 잘못을 깨달은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빠가 앞서 이야기했던 마음에 안 드는 점이었단다.
2.
주인공이 두 명인데 아빠가 분개하여 이민석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만 했구나. 15살 왕도영의 이야기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전개였단다. 죽기 전에 자신이 그렇게 싫어했던 할머니와 형이 사실은 도영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였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지. 자신이 죽고
나서 할머니도 정신줄을 놓고 시름시름 앓아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형 도수는 그런 할머니를 간호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런 착실한 사람이었다는 것. 형 도수도 도영과 장난을 치기는 했지만 아주 싫어하지
않았다는 점.. 이런 것을 도영이 깨닫게 되었단다.
그리고 스쿠터가 친구 가게의 스쿠터라고 했잖아. 그 친구의 이름은 수찬이었는데, 수찬이는 도영이 죽고 나서 죄책감을
갖고 있었어. 수찬이는 도영이 스쿠터를 가지고 가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았거든. 그래서 도영이가 죽었다는 죄책감. 도영은 비록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수찬이가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도영이의
이야기는 좀 뻔하지만, 그대로 49일간 다시 산 것에 대한
보람이 있었던 것 같구나. 그런데 이민석 아저씨의 다시 산 49일은
아빠는 용서를 할 수 없구나.
….
죽어 본 사람이 이 세상에는 아무도 없어서, 죽음 뒤의 삶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망각의
강(또 다른 무엇이 되었든 죽음의 세계 같은 곳)을 가기
전에 49일간의 기회를 다시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낡은 식당 넓은 유리창으로 달빛이 부서져 내렸다.
책의 끝 문장: 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