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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서관의 고서 보관실에서, 칠레가 1810년에 독립하면서부터 이민자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백 명이나 되는 이민자들이 태평양을 끼고 길고 가느다랗게 뻗어 있는 그 나라에 정착했다. 영국인들은 상인이나 무기상을 하며 많은 돈을 벌었으며, 그중 많은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그곳에 정착했다. 영국인들은 자기들만의 관습과 신앙, 신문, 클럽, 학교, 병원까지 갖추어, 칠레 안에 자그마한 국가를 형성했다. 그렇지만 괄목할 만한 좋은 성과를 이루었기 때문에,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태평양의 해상 교통을 장악하기 위해 발파라이소에 정착했으며, 발파라이소는 공화국 초반기만 해도 별다른 발전도 없이 가난한 한 시골 부락이었지만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중요한 항구로 변모했다. 그곳에는 남미 최남단에
위치한 혼 좃을 거쳐 대서양에서부터 들어오는 범선들이 정박했으며, 나중에는 마가야네스 해협을 통과하는
증기선들도 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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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 나는
남자들과 똑같이 자유를 누릴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을 절반이라도 뚝 잘라서 주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자고
지긋지긋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나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걸 이용해서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는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