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 인도 우화집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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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류시화 님을 좋아한단다. 류시화 님의 글들도 좋아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계신 것 같아 좋아하지. 류시화 님은 오래 전부터 인도 여행을 자주 하셨어. 인도라고 하면 여전히 계급이 존재하여 그로 인한 사회 문제가 많은 나라, 여러 종교들이 시작한 나라, 노상 강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여 여행하기 어려운 나라, 영어를 모국어로 채택한 이후 소프트웨어로 IT 강국이 된 나라 등으로 아빠는 알고 있단다.

그러면서 그 내용들이 참 연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르게 이야기하면 여러 다양성이 있는 나라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위에서 이야기한 것은 아빠가 생각하고 있는 인도의 이미지를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아빠가 잘못 알고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어. 인도라는 나라를 가본 적은 없으니까.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한 이미지 외에 명상의 나라이자 지혜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것은 순전히 류시화 님의 책들을 통해서 알게 된 인도의 이미지란다. 류시화 님은 인도 여행을 자주 하시고 기행문도 여럿 쓰시고, 인도에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자주 소개해 주었단다. 아빠가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인도의 또 다른 이미지를 하나 만들게 된 것이지. 이번에 읽은 류시화 님의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라는 책도 인도 관련된 책이란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우화, 신화 등을 모은 책이란다. 책이 좀 두꺼운데 인도의 우화가 이렇게도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 긴 생각을 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단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도 많고 재미있어서 너희들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너희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늘면서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말이야. 류시화 님은 이 책의 지은이는 자신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셨어. 자신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엮었을 뿐이라고 말이야. 류시화 님 덕분에 좋은 이야기들을 만나고, 그로 인해 힐링도 하고 깊은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단다.


1.

읽을 때는 몰랐는데, 책 소개를 다시 보니 이 책에 10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심심할 때 책을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 짤막한 이야기를 하나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책에서 실린 이야기 몇 편을 소개해 볼게. 자신이 가르쳐주는 내용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아이를 혼내는 선생님. 그 아이는 자신이 배운 산스크리트어의 책의 첫 문장만 알고 있다고 했고, 어쩌면 두 번째 문장도 배운 것 같다고 했어. 공부한 양이 적다고 더 혼내시는 선생님. 그런데 그 아이가 배웠다고 하는 문장은 삶의 지혜가 담겨 있었단다. 무조건 많이 아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야. 지혜로운 삶의 진리 한두 개만 알아도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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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때 구루의 시선이 소년이 배웠다고 말한 첫 번째 문장에 꽂혔다. 인도의 초급 교과서는 고양이같은 단어들로 시작하지 않는다. 인생의 조언으로 시작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된 책의 알파벳 뒤에는 다음과 같은 첫 문장이 적혀 있었다.

화내지 말라. 결과 흥분하지 말라. 이성을 잃지 말라.’

그리고 두 번째 문장은 이것이었다.

진실을 말하라.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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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실력이 좋다 해도 누군가를 이기려는 욕망을 갖게 되는 순간 그 재능으로는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는 글도 좋았단다. 경쟁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 그런데 그것이 쉽지는 않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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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그대에게는 뛰어는 음악적 소질이 있는데, 단 한 가지가 문제다. 누군가를 이기려는 욕망이 그것이다. 훌륭한 음악성과 재능을 가졌음에도 그대의 가슴은 음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욕망은 그대를 음악과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이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탄센과 같은 경지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탄센에게는 남을 이기려는 마음이 없다. 이것이 그가 계속 이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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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골프장에 원숭이가 들어와서 말썽인 적이 있단다. 원숭이가 골프공을 집어 던지거나 공을 들고 도망가기도 했어. 골프장에서는 원숭이를 내쫓으려고 온갖 방법을 사용했지만 소용이 없었지. 그리고 누군가 내놓은 해결책으로 그 골프장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구나. 그 해결책은 원숭이를 골프의 룰에 포함시키는 것이었어. 친 공을 원숭이가 잡아서 다른 곳에 던지면 그 곳에서 다음 공을 치고, 원숭이가 공을 집어 홀에 넣으면 홀인원이 될 수도 있고 말이야. 그 골프장에서는 예외적인 상황이 생겨서 골프에 더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이지. 마치 우리 삶처럼 말이야. 우리 삶이 우리 생각한대로만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 원숭이가 있는 골프장처럼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잖아. 그렇다고 그걸 취소하고 다시 할 수도 없는 게 우리 인생이잖니. 이 원숭이 골프장 우화를 통해서 그런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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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06)

삶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진행될 의무가 없다. 기차가 지연되고, 차는 진창길에서 고장 나며, 면접 일정은 틀어지고, 멋진 계획은 엉망이 된다. 잘나가고 있던 중에 갑자기 원숭이가 튀어나와 공을 홀컵에서 멀리 던져 버리고 그동안의 노력이 무효화된다. 그럴 때 우리는 절망하고, 자신과 타인을 비난하며, 운명을 탓한다. 자신이 이 경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포기하려는 마음까지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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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간혹 회피해보려고 하는 적이 있단다. 아빠도 일생생활이나 회사생활에서 그런 적이 있어. 그런데 결국에는 더 큰 문제가 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단다. 그럴 때마다 문제를 회피하지 말자고 하면서, 또 어려운 문제에 닥치면 회피할 생각부터 하곤 했단다. 그런 아빠에게 경종을 울리는 문구가 하나 있어 적어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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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문제에 맞서기보다 회피했을 때 문제는 더 커지고 단단해져 우리를 위협한다. 자갈과 모래 정도의 문제를 바위의 크기로 스스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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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이렇게 간단히 이야기 몇 개를 소개하는 것으로 맺을게. 아빠가 가끔씩 이 책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고 바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도록 해볼게. 장담은 못하지만 말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이야기를 수집하며 살고 싶었다.

책의 끝 문장: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작가이지만, 과녁을 맞히는 소년의 일화를 포함해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 속에서 주제를 재발견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그대는 그대의 이야기이다. 그대가 세상에 말하고 싶은 진리를 그대의 이야기에 담아야 한다. 그대의 진리를 곧바로 주장하면 사람들은 관심 갖지 않을 것이다. 고집 세고 에고가 강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그대의 진리에 그대만의 이야기로 옷을 입혀라. 그때 그 진리는 설득력을 지닐 것이고,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대는 먼저 삶을 경험해야 한다. 이야기는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P13

"나는 특별한 진리나 비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목발을 집어던지고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대들도 나처럼 목발을 내려놓으면 된다. 나에게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쉽고 간단한 일이다." - P86

차이는 각 개인의 인식에서 비롯된다. 즉, 우리 각자가 다른 인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일어난다. 이것은 또한 각 개인이 어떤 성품인가에 달려 있다. 선한 사람은 그가 만나는 사람의 선한 자질을 보려 하고, 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악한 면만 본다. 이것은 각 개인의 타고난 자질이다. - P252

문제로부터 영원한 해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문제들은 우리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며 그곳에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제들을 신중하게 다뤄야 하지만, 그것들로 인해 잠들지 못해서는 안 된다. 낙타를 자신에게 묶어 놓았기 때문에 자신도 낙타에게 묶인 것이다. 문제들에 맞닥뜨리면서도 깊이 휴식할 수 있어야 한다. 낙타들이 앉아 있든 서 있든 방해 받지 않고, 기나긴 사막을 건너기 위해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유목민들처럼. 여행자를 지치게 만드는 것은 앞에 놓인 길이 아니라 신발 속 모래이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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