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어. 그 때는 국민학교라고 불렀지. 학교가 작아서 도서관도
없었고, 어떤 한 교실의 모퉁이에 도서관을 대신한 책장을 두고 책장 안의 책들을 볼 수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수업이 끝나고 곧장 집에 안가고 그 교실에 남아서 동화책을 읽었단다. 그날 왜 곧장 집에 안가고 거기서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단다. 단지
그날 읽은 책 한 권만 기억에 남는단다.
책 제목은 <행복한 왕자>. 어린 아빠의 마음을 울린 무척 슬픈 내용의
동화였어. 그래서 그 줄거리가 아직도 아빠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많은 책들 중에서 왜 그 책을 뽑아 들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어렸을
때의 아름다운 추억의 단편들이 앞뒤 사정이 기억이 나질 않으니 슬프더구나. 그런 아름다운 기억들을 풀스토리로
잘 기억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데도 <행복한 왕자>는 그런 기억의 단편에 정확히 남아 있었단다.
…
이번에 아빠가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의 다섯 번째 책의 제목 <행복한 왕자>을
보고 나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단다. 지은이를 보니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은 꽤 유명한 사람인데, 아빠는 그 동안 그 그 분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었구나. 아주 어렸을 때 이미 그의 책을 읽었구나. 기억력이 좋지 못해 어렸을 때의 기억이 대부분 지어진 아빠에게 그 작은 교실에서 <행복한 왕자>를 읽고 있던 기억을 남기게 해준 것만으로
오스카 와일드 님이 고마워지는구나.
1.
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 님의
단편 소설 네 편이 담겨 있단다.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 이렇게 네 편이란다. <행복한 왕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들어보는 작품들이란다. 다 단편이라서 짧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나이팅게일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대학생의 사랑을 이루고 싶었지만, 대학생이
짝사랑하던 여자는 장미보다 보석을 더 좋아해서 대학생을 차버리고 말았단다. 대학생도 그 여학생에 대한
마음을 금방 저버리고 만단다. 사랑을 생명보다 고귀하게 생각하는 나이팅게일에 비해 대학생과 여자는 사랑을
너무 값싸게 생각하는 것 같았단다. 독자들은 대학생과 여자를 욕하면서 사랑의 고귀함을 깨닫지 않을까
싶구나.
…
<어부와 그의 영혼>은… 인어를 짝사랑하는 어부는 인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녀의 도움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떼어 내고 된단다. 영혼이 있는 사람은 물 속에 살 수 없다고 해서 말이야. 어부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영혼은 세상의 여러 사악함을 배우게 된단다. 다시 어부의 마음으로 들어가려고 어부를
계속 유혹을 하게 되지. 어부는 계속 거부하다가 결국 어부는 영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그 영혼과
재결합하게 돼. 다시 인어를 만나러 물 속에 갈 때는 다시 영혼을 떼어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지. 평생 영혼은 딱 한번만 떼어낼 수
있는 것을 말이야. 사랑이 아무리 중요하지만, 영혼까지 팔면서
사랑을 사는 것은 너무한 것 같구나. 영혼은 떼어 놓고 와. 그럼
사랑해줄게. 이런 조건 달린 사랑은 아닌 것 같구나. 그러니
영혼이 그런 사악함을 배워서 복수를 하지…
….
<별 아이>는… 용모가 아름다운 한 아이가 이야기인데, 고귀한 신분이라고 믿고 있던
별 아이가 자신을 버린 엄마가 찾아오면서 자신이 버려진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단다. 자신의 신분에
실망한 별 아이는 친엄마는 거부하고 쫓아낸단다. 그 일이 있고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게 되는데 잘못을
깨닫고 엄마를 찾아 나섰지만 노예로 잡히게 된단다. 그리고 마법사가 내준 어려운 세가지 과제를 해결하면서
옛 모습을 되찾고 엄마도 되찾고 화해를 하는 그런 이야기란다.
….
<행복한 왕자>는 워낙
유명하고 너희들이 읽는 책에도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PS:
책의 첫 문장: 온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기둥 위에, 행복한 왕자의 조각상이 서 있었습니다.
책의 끝 문장: 그의 뒤를 이은 왕은 악하게 다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