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넷플릭스는 지출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역효과보다 자유롭고 빠른 일 처리가 주는 순기능이 훨씬
크다고 본다. 지출하면서 ‘회사에 득이 되게 하라’는 가치만을 생각하라는 넷플릭스의 방침은 업무 처리를 빠르게 하고 직원들을 자유롭게 하는 효과 이외에 예산을
더 아껴 쓰는 사람도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게 했다. 지출에 관한 규정을 세밀하게 마련해두면 직원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규정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가능한 지출을 많이 하려는 경향이 높지만, 규정이 없으면
오히려 필요 없는 지출을 삼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회사가 먼저 직원을 신뢰한다는 신호를
주었을 때 직원들은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얼마나 청렴한지를 보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넷플릭스는 발견했다.
(68-69)
최근의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커피 맛 못지않게 기업이 추구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공헌에 매료된다. 첨예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조그마한 선생이라도 실천하는 회사를 소비자들이 알아채기라도
하면 천 리를 마다하고 달려가서 ‘돈쭐’을 내주고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심리다. 스타벅스는 사회 공헌이라는 소중한 이미지와 충실한 고객이라는 실익까지 얻는 셈이다. 2021년 10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매장 직원들이 초유의 ‘트럭시위’를 벌이며 처우 개선과
과도한 마케팅 금지를 요구한 사례가 있다. 스타벅스의 창업 정신을 건강하게만 지켜낸다면, 이러한 불협화음은 나오지 않으리라 믿는다. 스타벅스가 계속 커피를
넘어 문화를, 문화를 넘어 공익을 파는 기업으로 남길 바라본다.
(78)
돈을 벌겠다는 욕심만 강해서 빚으로 신규 사업을 벌이는 사람이 결국 실패하는 이유를 다이슨의
통찰을 통해서 알게 된다. 부자들은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계획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서도 빚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의 행태는 구별된다. 내가
아는 한 부자는 컴퓨터 한 대를 사더라도 ‘시장 조사’를
거친다. 부자들은 쓸 때는 쓰더라도 효율적으로 지출하지만 빚이 많은 사람은 자신이 부자였다면 하고 싶은
일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 처해 있는 현실보다는 가능성이 희박한 미래의 큰 성공만을 생각한다.
(111-112)
국내 인터넷 서점 알라딘도 그런 경우다. 알리딘의
많은 고객이 ‘알라딘서재’의 충실한 애용자다. 나만 해도 그렇다. 책을 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알라딘서재에 게시되는
다양한 글과 리뷰가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방문하곤 한다. 알라딘서재 이용자는 주로 알라딘에서 책을 구매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알라딘만의 ‘굿즈’도 이용자에게 굉장한 즐거움을 준다. 알라딘 굿즈에는 단순히 사은품을
넘어선 이미지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많은 고객이 책보다 굿즈가 탐이 나서 알라딘 홈페이지 방문하고, 결국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알라딘만의 문화, 이미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상품 구매로 연결된다. ‘굿즈를 샀더니 책이 왔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미키타니 히로시는 이처럼 상품보다는 재미를 팔아야 하는 시대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149)
아무 조건 없이 푸짐하게 베풀면 고객들은 언제든지 다시 들러서 보답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공짜 음식만큼 맛있는 게 또 있는가? 공짜로 먹는 빵을 고객들은 더 맛있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김영모가 심리학 책도 열심히 읽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 또 고객들은 공짜로 빵을 먹는다는 혜택에
빵 맛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보답을 한다. 맛있다는 칭찬이 입소문으로 돌게 된다. 빵에 대한 소비자의 솔직하고 빠른 의견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선물이다.
시식은 대가 없이 베풀어야 한다는 게 김영모의 철학이다.
(166)
전통적인 산업 사회에서는 사람들끼리 경쟁했다.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앞서기 위해서 더 큰 공장을 지었고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하려고 애썼다. 개인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기 위해서 더 오래 공부하고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인간끼리도
경쟁하지만 인공 지능을 비롯한 기계와 경쟁을 해야 한다. 사람은 육체적 정신적 한계가 있는 적수다. 그러나 기계는 사람이 자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일할 수 있다. 사람과
달리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한의상은 인간이 기계와 싸워 이기는 방법은 기계에는 없고 오직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자질, 즉 인성이 유일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인간은 본분을 지키며 타인의 성장을 돕는 마음 씀씀이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210)
‘빠름’은
양날을 가진 검과 같다. 빨리하는 것이 권장되는 예도 있고 아닌 경우도 많다. 가령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많은 사람이 천천히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멀쩡히 다니는 명문 대학을 자퇴한다거나, 집을 구매하고 결혼을 결정하는
일은 신중 모드가 필요한 일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유튜브의 창업자 스티브
첸은 좀 달랐다. 그는 15분 만에 자퇴를, 하루 만에 집 구매를, 3일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 스티브 첸의 속전속결 인생은 이것뿐만 아니다. ‘youtube’라는
이름을 하루 만에 결정했고 2005년에 창업한 유튜브를 2006년
구글에 팔아치웠다. 유튜브를 팔아치울지 아니면 본인이 더 큰 회사로 키워갈지 결정하는 데는 제법 오랜
시간(?)인 5일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