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이렇게 위험하고 힘든 환경에서도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레바논이 전쟁 중이라 해도 사람은 살아야지요. 아이들에게 예방접종도 해야 하고요. 나는 이스라엘이고 팔레스타인이고 따지고 싶지 않아요. 사람이 살아야 싸우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난 최소한 사람을 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의사니까요.”라고 대답해서 내 눈에 눈물이 고이게 했단다. 그분은 내가 만난 의사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분이었어. 너희 세대가 자라서 마하르처럼 훌륭한 의사가 많이 나오길 바란단다. 그의 말대로 정치적으로 이스라엘이니 팔레스타인이니 해도 사람이 살아야 싸움도 하는 거야.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것을 실천하는 그를 보며 아마도 레바논 전쟁의 해답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41)

탈레반은 우리말로 이슬람 신학생이라는 뜻이야. 가장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라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믿는 거지. 샤리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야. 여성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려야하고, 도둑질을 하거나 간통하면 공개 처형을 해. 지구상에는 이 샤리아 이슬람을 믿는 나라가 여럿 있어.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나 수단, 소말리아도 샤리아를 믿거든.


(73)

이슬람교는 무함마드가 1500년 전 창시한 종교란다. 그런데 마함마드가 632 6 8일 메디나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 그 때 이슬람 사람들은 엄청나게 당황했어. 무함마드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죽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함마드의 장례식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회의가 열렸어. 그때까지 해도 이슬람은 종파가 따로 있지 않은 하나의 교단이었는데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에서 서로 다른 후계자를 내세웠단다. 메카의 이슬람 사람들은 무함마드와 가장 친하고 신뢰받는 친구인 아부 바크르를 후계자이자 지도자로 추대했지. 아부 바크르를 지도자로 선택한 사람들이 바로 수니파란다. 그러나 메디나에서는 무함바드의 딸 파티마와 결혼한 알리가 선거를 통해 무함마드의 후계자이자 이슬람 지도자로 선출되었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위인 알리와 그의 지지자들이 만든 거란다. 말하자면 무함마드 친구파가 수니파이고, 무함마드 사위파가 시아파야.


(116-117)

체첸의 독립으로 막대한 석유 이권을 잃고 싶지 않았던 러시아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것을 눈감아 주었단다. 그 대신 체첸의 반군 지도자가 국제 테러 조직과 연관 돼 있다며 체첸을 탄압하는 데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 냈어. 이로써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러시아군은 거리낌 없이 체첸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 냉전 시대에 라이벌이던 미국과 러시아가 이렇게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된 것은 중동의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미국과 체첸의 석유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이란다. 미국이 러시아의 체첸 인권 탄압을 외면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187)

전쟁이라 하면 우리는 폭격으로 집이 날아가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장면만 떠올리지. 그러나 전쟁의 비극은 그뿐만이 아니야. 전쟁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이 있단다. 미군의 폭격이 아니었다면 네다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다 채우고 태어났을 테지. 네다의 부모는 한 달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네다를 잃고 말았단다. 네다는 아랍말로 이슬을 뜻하는데, 아이는 그렇게 이슬처럼 사라져 갔단다. 아마 네다의 이름은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명단에도 들어가 있지 않을 거야. 지금도 나는 그 가족이 한 달간 네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 전쟁은 그렇게 사람들 가슴속에 큰 상처를 남긴단다.


(211)

문제는 양쪽의 극단주의자와 정부야. 이들은 서로 비난하고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정치를 하는 거야. 나는 진심으로 이들이 정치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양쪽의 시민 목소리와 노력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해. 어렵겠지만 이제는 서로 미사일을 주고 받는 통에 아이들이 무서워서 학교를 가지 못하고 엄마들이 아이들을 걱정하는 세상을 만들지 않게 노력해야 해. 그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로워질 거야. 그러려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지혜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해. 지구 저편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우리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 준다면 훗날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264-265)

미국은 콜롬비아에 파나마운하 건설권을 요구했어. 정치적으로 힘이 약한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의 정부는 강요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에 파나마운하 건설권을 승인해 주었지. 그러자 콜롬비아 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은 1903년에 파나마가 콜롬비아로부터 독립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선해 버렸어. 느닷없이 콜롬비아가 둘로 쪼개진 거야. 오늘날 파나마는 그렇게 탄생한 나라란다. 콜롬비아는 미국에 파나마와 운하 건설권 모두를 빼앗기고 말았지.


(268)

마르켈탈리아 정글에 모인 게릴라들은 국민 복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서 길을 닦고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세웠어.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원주민과 흑인, 빈민, 여성 편에 섰지. 하지만 콜롬비아 정부는 그들은 국제 공산주의의 첩자들이라고 몰아세우며 소탕 작전에 열을 올렸어. 요즘에는 테러리스트라는 말이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당시는 냉전 시대니까 공산중의라는 말이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었지. 공산주의나 테러리즘 이런 말들은 어쩌면 미국이 싸워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인지도 몰라. 이 논리 뒤에는 항상 미국의 지원이 있었단다. 미국은 공산주의 국제적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콜롬비아의 게릴라를 없애기 위한 플랜 콜롬비아계획을 세웠어.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콜롬비아에 적용되고 있는 플랜 콜롬비아는 게릴라 축출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콜롬비아의 석유를 노린 거야.


(297)

나는 수 치 여사를 보며 아무리 민주화 투사라도 정의를 제대로 보고 배우지 않으면 언제든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수 치 여사는 아웅 산의 딸로서 살았고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인권 의식을 제대로 배우지는 못한 듯해.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야. 세계는 민주화 투사의 배신이라고 말하지만 원래부터 수 치 여사는 로힝야족의 인권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이란다. 세상 사람들은 수 치 여사가 모든 것이 훌륭한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했으니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의는 머리로 알더라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단다. 그래서 엄마는 너희에게 정의인권을 제대로 잘 알려 주고 싶어. 배우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그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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