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바로 이곳이다. 나는 아직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아직 적법성을, 합법성을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단할 것 없는 강을 건너는 순간, 나는 조국의 종에서
조국의 침략자로 바뀐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2년 내내 알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고려하고 기획하고 계획하며
몹시도 애써왔다. 스스로 엄청난 양보를 결심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리리쿰과 1개 군단만으로 만족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러는 매 순간, 나는 그들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내게 침을 뱉고, 내 열굴을 진흙탕에 문대고,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 작정임을 알고 있었다.
절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닌 나를. 절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나를. 이건 네가 바라던 상황이다, 카토. 이젠 넌 그걸 보게 될 것이다. 넌 내가 조국을 향해 진군하도록
만들었고, 내가 합법적인 대응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폼페이우스, 당신은 막강한 적과 맞서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발부리의 발이 강물에 젖는 순간 나는 반역자가 된다. 반역자의 오명을
벗기 위해 나는 전쟁을 개시하고 내 동포들과 싸울 것이다. 그리고 이길 것이다.
(54)
나는 원로원 의원이요, 정무관이요,
집정관까지 지낸 몸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보니’라고, ‘선량한 사람들’이라고
일컫는 옹졸라고 편협하고 앙심만 많은 파벌의 일원이었던 적은 없다! 보니파는 정부에 대한 인민의 발언권을
없애고, 원로원을 로마의 유일한 통치기관으로 만들려는 작업에 나섰다.
그건 그들의 원로원이다. 제군들, 내 원로원이
아니라! 내 원로원은 너희들의 종이다. 그들의 원로원은 너희들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그 원로원은 너희가 급여로 얼마를 받아야 할지,
나 같은 장군 밑에서의 복무를 언제 마쳐야 할지, 너희가 은퇴 후에 조그마한 땅을 받아야
할지 말지를 전부 정해주려고 한다. 너희가 받을 상여금 액수와 전리품 분배 비율과 개선행진에 참여할
병사의 숫자를 정해주려고 한다. 심지어 너희에게 시민권을 획득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로마를 위해 싸우느라 굽어진 너희의 등을 채찍으로 후려쳐야 할지 말지까지 정해주려고 한다. 그 원로원은 로마의 병사인 너희로부터 주인 대접을 받으려 한다. 너희가
시리아 길거리의 가장 가난한 거지처럼 겁먹고 찡얼거리기를 바란다.
(55)
생각해봐라, 제군들! 우리고
고달프게 걸었던 먼길,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던 시간들, 칼에
베이고 화살에 맞고 창에 찔린 상처들, 너무도 고결하고 용감했던 최전선에서의 죽음! 모두 떠올려봐라!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그 고생, 땀, 궁핍, 외로움까지! 우리가
로마에 가져다준 거대한 영광을 생각해봐라! 그런데 그 대가는 어떤가?
우리의 호민관들은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고, 우리의 업적은 비웃음당하고 잊히고 파트리키
귀족을 꿈꾸는 그 대단하신 소규모 파벌이 오줌이나 갈기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변변찮은
군인에다 덜떨어진 장군들이다! 카토가 장군이란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있나? 아레노바르부스가 정복자란 소리를 들어봤나?
(56)
내 존엄은 내 삶의 중심이요,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의미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또한 너희의 존엄이
짓밟히는 꼴을 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나에게 적용되는 건 뭐든 너희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는 함께 진군하며 케르베로스의 머리 세 개를 모두 베었다. 눈과
얼음, 우박과 폭우를 함께 견뎠다! 대양을 건너고 산을 오르고
거대한 강을 헤엄쳤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민족들을 무릎 꿇게 했다!
그들이 로마에 항복하도록 만들었다! 그에 대한 늙고 한물간 나이우스 폼페이우스는 뭐라고
말했지? 아무 말도 안 했다. 제군들, 아무 말도! 그러면 그는 어떤 선택을 했나?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제군들. 명예, 명성, 영광, 우리가 한데 아울러 존엄이라고 침하는 그 모든 것을!
(59-60)
“그런데 말입니다.” 폴리오는
웃으면서 물었다. “ 그 신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누구죠? 폼페이우스? 카토? 말도 안 되는 소리! 잊지
마세요. 카일리우스.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낸답니다. 행운은 모든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 있어요. 하지만
우린 대부분 기회를 놓쳐버리죠. 우리의 행운을 알아보지 못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 순간의 기회를 알아보기 때문에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아요. 그게 바로 그가 신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신들은 똑똑한 인간들을
좋아하니까요.”
(106)
그러나 폼페이우스를 가장 낙담하게 한 소식은 카이사르가 코르피니움에서 충격적일 정도로 관대함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카이사르는 집단 처형이 아닌 집단 사면을 실시했다. 아헤노바르부스, 아티우스 바루스, 루킬리우스 히루스, 렌툴루스 스핀테르, 비불리우스 루푸스와 원로원 의원 50명은 이탈리아를 지켜낸 용기에 대해 정중한 찬사를 들은 뒤 무탈하게 풀려났다. 카이사르가 요구한 것은 단 하나, 다시는 그에 대항하여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뿐이었다. 카이사르는 경고했다. 또다시 무기를 든다면
자비는 없을 거라고.
(156-157)
“맞아, 데키무스. 나는 술라처럼 괴물이라고 불리지 않을 걸세. 우리 쪽에도 그쪽에도
반역자는 없어. 그저 서로 로마의 미래를 다르게 보고 있을 뿐이야. 난
내가 사면한 사람들이 사람들이 로마에서 직책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는 내게 도전하길 바라. 술라는 틀렸어. 반대 없이 최고의 일이 해내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네. 난 정말이지
아첨꾼들한테 둘러싸이고 싶지 않거든! 난 제대로, 즉 끊임없이
분투하면서 로마의 일인자가 될 거라네.”
(393)
루비콘 강을 건널 때 카이사르가 실제로 한 말에 대해서는 수에토니우스보다 플루타르코스 쪽이 증거 면에서 더 우세하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폴리오는 카이사르가 시인이자 신(新) 희극 작가인 메난드로스의 2행 연구(聯句)를 인용해,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로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가 아니다. 나는
폴리오의 말에 신뢰가 간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우울하고
숙명론적이다. 반면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과 같은,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다. 카이사르는 숙명론자가 아니었다. 그는 모험가였다. - <작가의 말>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