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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외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다들 칼 세이건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듯싶구나. 인문학적 지식과 감성적인 문체로, 광활한
우주와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 <코스모스>를
읽은 이들이라면 그 책을 자신의 독서 목록 열손가락 안에는 꼭 뽑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칼 세이건이
쓴 소설 <콘택트>. 영화로 더 유명한 소설도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단다. <코스모스>란
책이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있고, 그 책에 대한 리뷰는 여전히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단다.
문득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칼 세이건으로 검색을 해보았단다. 그의 책들이 쭉 검색이 되었고, 우연히 중고서점에 <지구의 속삭임>이라는 책이 있길래 구입했단다. 지은이가 칼 세이건인데, 책 소개 읽을 필요 있겠니. 장바구니로 직행시켰지. 책제목도 지구의 속삭임. 얼마나 감성적이고 시적이니… 책을 받고 나서야 어떤 책인지 알게 되었단다. 태양계 밖으로 보낸
우주 탐사선 보이저 호를 지적 외계 생명체가 발견했을 때, 지구에 대한 소개를 위한 디스크가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바로 그 디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것이 바로 이 책 <지구의 속삭임>이란다.
지은이는 칼 세이건 혼자는 아니고, 디스크 제작에 참여했던 이들의 공저로 되어 있단다.
1.
1960년대부터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는 우주 개발에 힘을 많이 썼단다. 그러나 그렇게 우주선을
쏘아 올려도 끽해야 지구 궤도를 도는 게 고작이었고, 그나마 달에 유인선을 보낸 것이 큰 성과라면 성과였단다. 광활한 우주에서 인류가 직접 가볼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었어. 그게
인류의 능력의 한계이고 말이야. 그로부터 50년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인류는 더 이상 멀리 가지 못했단다.
비록 사람을
직접 태운 우주선을 달 밖으로 보내지는 못했지만, 무인 우주선을 보낸 적은 있었단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였단다. 1977년 보이저 1호와 2호는 태양계의 외행성들을 탐사하고, 그 이후로 계속 우주로 나아가
태양계 밖에까지 나가 탐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났고, 보이저 2호는 2018년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하는구나. 이 우주선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잘 수행하여, 외행성들의 고화질 사진을 전송하였다고 하는구나. 태양계를
벗어난 그들의 임무는 이제 지구의 속삭임을 우주로 멀리 멀리 보내는 것이란다.
2.
이 보이저 호에는
지구를 외계생명체 알려주는 레코드 판을 함께 실었는데, 이것을 칼 세이건이 제안을 했다고 하는구나. 이 레코드판이 외계인들이 만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만의 하나
만날 것을 가정해서 작업을 했다고 했어. 먼저 오랫동안 보존이 될 수 있도록 금박을 씌웠다고 했단다. 그래서 이 레코드 판을 “골든 레코드”라고도 불렀어. 그리고 사용법에 대한 내용도 기록해 놓았어. 물론 지구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모를 테니, 그림을 통해 사용법을
적어 두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면 그 곳에 있는 내용들은 무엇일까. 각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자료들을 수집하고 회의를 통해서 선정을 했다고 했어. 지구를 대표할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에서 들을 수 있는 여러 소리들, 지구와 인류를 알려줄 수 있는 사진 118장을 담고 있다고 하는구나.
이런 자료들에
대한 소개도 이 책에서 자세히 해주고 있단다. 미국의 우주선이지만, 이
우주선은 지구를 대표하는 우주선으로, 각 자료들은 세계 곳곳의 자료들 중에서 엄선했단다. 여러 나라의 인사말도 실려있는데, 우리 한글도 포함되어 있었어.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 인류와 비슷한 지적 생명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될 것 같구나. 단지 너무 멀리들 떨어져 있어서 만날 수가 없을 뿐이지. 아마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사라지고 태양계가 사라질 때까지도 그런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보이저 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는 찬란했던 지구의 속삭임을 가지고 우주로, 우주로
뻗어가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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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이
흐르면, 지구는 적색 거성으로 팽창한 태양 때문에 이미 숯덩이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저 레코드판들은 그때도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한때-만일 인류가 좀 더 거창한 활동에 나서서 다른 세상으로 이주한 뒤라면 그 전에-머나먼
행성 지구에서 번성했던 오래된 문명의 소곤거림을 간직하고 우리 은하의 어느 머나먼 지역을 부유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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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보이저 탐사의 주된 목표는
이렇듯 대단히 풍성한 과학적 정보를 얻는 것이다. 보이저 탐사는 역사상 최초로 외행성계를 상세히 정찰할
작업이며, 태양계의 다른 행성 가족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영영 바꿔 놓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우주에 대한 미적 감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보이저호에는 또
다른 것도 실려 있다. 전파 발신기가 죽은 지 한참 지난 뒤에도, 보이저
우주선이 태양권계면을 넘은 지 한참 지난 뒤에도, 그 까마득한 미래에도, 지구의 인사를 담은 두 장의 레코드판은 언제나 꿋꿋하게 우주를 항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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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이
보이저 호와 골든 레코드를 편지를 써서 유리병에 넣어 바다에 띄운 것에 비유를 했는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단다. 끝이 없다고 하는 우주로 쏘아 올린, 지구의
메시지… 과연 어떤 이가 그것을 받아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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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사람들은 보이저호를 그
속에 쪽지를 담아서 배의 난간 너머로 망망대해에 던져 보낸 유리병에 비교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병은 특수 제작된 것이고 쪽지는 연필이 아니라 컴퓨터에 갈겨 쓴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병을 광활한 하늘에 던져 보낸다. 우주의 해변을 걷던
누군가가 그것을 발견하는 날이 오기나 할까? 우리 세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답은 우리의 먼 후손이 기대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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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실제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이저 호를
발견하고, 골드 레코드를 작동시켜서 지구의 속삭임들을 듣고 보게 되었다면…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가정을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이저호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그런
소재를 다룬 유사한 영화가 있더구나.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
우주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넓고 넓은 우주를 생각하고 있다 보면 나의 존재가 너무 미미해지면서, 고민거리나 스트레스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한단다. 우주는
최고의 명상거리가 아닌가 싶구나. 그런데 도대체 누구 이 우주를 왜 만들었을까? 자연발생적이라고 하기에도 이해가 안가는 점이 많고… 도대체 빅뱅
이전에 무엇이 존재했던 것일까.
PS:
책의 첫 문장 : 1977년 8월 20일과 9월 5일 ‘보이저(Voyager)’라는 이름의 두 특별한 우주 탐사선이 우주로 발사되었다.
책의 끝 문장
: 우리가 희망과 인내를, 최소한 약간의 지성을, 상당한 아량을, 그리고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의를 지닌
종이었다는 사실을.
라지오스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져서 타 버리기까지 버틸 수 있는 수명은 약 800만 년으로 추정된다. 그것은 현재 존재하는 정보의 상당량, 심지어 라지오스 제작 시점과 목적에 관한 정보마저도 소실될 수 있을 만큼 먼 미래다. 그 때문에 미국 국립 항공 우주국(NASA)은 내게 우리의 먼 후손에게 전할 일종의 인사말로서 라지오스에 부착할 작은 금속판을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사말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수억 년 전에 지구의 대륙들은 맨 위 지도처럼 모두 붙어 있었다. 라이오스가 발사된 시점에는 지구의 모습이 가운데 지도와 같았다. 지금으로부터 800만 년 뒤에 라지오스가 지구로 돌아올 때는 대륙들의 모습이 맨 아래 지도와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음을 담아." - P22
인간의 음악이 다른 행성의 다른 지적 생명체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연히 보이저호를 만나고 그것에 실린 레코드판이 인공물임을 인식한 생명체라면 그것이 귀환의 희망 없이 발송된 물건이라는 사실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음악보다도 그 제스처가 우리 메시지를 좀 더 분명하게 전달할지도 모른다. 레코드판은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우리가 아무리 원시적인 존재로 보여도, 그리고 이 우주 탐사선이 아무리 조악해도, 우리는 스스로를 우주의 거주지로 여길 만큼은 알고 있답니다. 레코드판은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아무리 작은 존재라도, 우리 안에는 스스로 이미 멸종했거나 못 알아볼 만큼 변했을 게 분명한 머나먼 미래의 미지의 발견자에게 닿고 싶어 할 만큼 크나큰 무언가가 있었답니다. 레코드판은 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이든, 우리도 한때 별들의 거주지인 이 우주에서 살았고, 그리고 당신을 생각했답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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