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추리 소설로 유명한 애거사 크리스티가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들의 컬렉션. 아빠가 작년에 그 여섯 권 중에 두 번째 책을 읽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봄마다 한 권씩 읽겠다고 말이야. 전에 읽은 두 권에 모두 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서 봄에 읽은 것인데, 봄마다 읽어야겠다고 작은 다짐을 했어. 일년은 휙 가는구나. 또 봄이 와서 한 권을 읽었단다. 이번에 읽은 소설은 이라는 말은 없었단다.

딸은 딸이다. 원제가 무엇인가 봤더니, A Daughter's a Daughter. 딸과 엄마 사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아빠는 아빠라서 잘은 모르지만 딸과 엄마 사이의 관계를 잘 그린 것 같더구나. 딸과 엄마 사이는 보통 여자와 여자 사이와 다른 무엇인가 있잖아. ‘나무도 딸이니까 자라면서 점점 그런 것을 느낄 수 있겠지?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구나. 아들을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라고 말이야.

1.

이 소설이 출간된 년도가 1958년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주인공 앤.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남편을 잃고 혼자서 외동딸 세라를 키웠어. 집에는 가정부이자 친구인 이디스가 있었지. 세라가 계속 집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처음으로 집을 떠나 3주 동안 스위스로 여행을 가기로 했단다. 앤은 기분이 이상했어. 세라 나이가 열아홉으로 어린 것도 아닌데, 막상 처음으로 떨어져 있으려니 기분이 무척 이상했어. 그 기분, 아빠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너희들이 예전에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하룻밤을 잤을 때 아빠도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말이야.

앤은 남편을 혼자 잃고 딸을 혼자 키운 고전적인 여인이었어. 그러나, 세라는 앤과 달리 현대적이고 활달하면서 자기중심적이었어. 당시 다른 십대 소녀들과 마찬가지였지. 앤이 보낸 십대와는 많이 달랐지. 남자친구 게리에게도 거의 하인 다루듯 부려먹었어. 앤의 눈에 게리가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딸에게 일일이 그런 것을 이야기해서 뭘 하겠니. 그 또래 애들은 이렇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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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끔찍하군! 무슨 그런 생각을 해! 세라가 얼마나 무섭게 짜증을 낼까! 세라와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태평한 무심함 같았다. “야단 떨지 마요, 엄마.” 아이들은 간절히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들은 부모가 베푸는 봉사는 받아들였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도 찾아오고 세탁 요금을 대신 내주는 일. 곤란한 전화 통화(“엄마가 캐럴에게 전해주면 일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나 끝없는 정리정돈(“엄마, 내가 어지른 걸 치우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급히 나가봐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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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라가 떠나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앤은 제임스의 초대로 저녁을 같이 먹었어. 제임스는 오래된 친구였는데, 남자로서는 끌리지는 않았지. 그런데 그 저녁 식사에 제임스가 다른 사람들도 초대를 했는데, 그때 동석을 했던 리처드라는 남자에 끌렸어. 그 이후 다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어. 그리고 십 일 만에 리처드는 청혼을 했고, 앤은 받아들였어. 앤은 행복했지.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딸의 반응이었어. 딸이 여행에 다녀와서 알게 되는 것보다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앤은 메리에게 리처드가 청혼을 해서 결혼할 것이라고 편지를 썼어. 아차, 앤은 주소를 잘못 적어 편지는 반송이 되었어. 앤이 마중 나가서 집에 오는 동안이라도 이야기하려고 갔는데, 길이 엇갈려 세라는 앤이 없는 집에 왔어.

그 집에 리처드가 세라와 인사하려고 와 있었는데, 그들의 첫만남부터 서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고 헤어졌단다. 앤은 리처드와 결혼한다고 세라에게 이야기했어. 세라는 리처드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어. 그리고 리처드와 결혼을 하면 분명히 엄마는 불행에 빠질 것이라고 했어. 세라는 어디서 오는 확신인지 모르겠지만, 강한 확신에 빠졌어. 세라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결혼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리처드도 처음에는 세라에게 잘 보이려고 했지만, 세라가 적대감을 보이며 말과 행동을 보이자, 욱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만 심한 말다툼을 하고 말았어. 앤은 가운데서 중재를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고, 만날 때마다 그랬어. 앤은 딸이 그렇게 반대를 하는 결혼을 할 수 없었단다. 그래서 결국 앤은 리처드와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단다.

3.

그 일이 있고 2년이 지났어. 앤은 2년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단다. 앤은 매일 저녁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만남을 가지고 술도 자주 마셨어. 앤은 예전과 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런 생활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런데 이런 생활이 계속될수록 술과 수면제 없이는 잠도 잘 이루지 못했어. 딸 세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세라가 돈은 많지만 나쁜 남자로 소문이 난 로렌스라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반대하지 않고 딸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했어. 로렌스가 세 번이나 이혼을 했고, 전 부인들이 좋지 않은 상태가 된 이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결혼하고 싶어했고, 앤은 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대를 안 했어.

어느날 앤과 결혼할 뻔했던 리처드에게 연락이 와서 방문을 해도 되냐고 했어. 리처드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고 근처에 와서 연락을 한 거야. 앤이 세라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세라는 이름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 아무리 철부지 어린 것이라고 하지만, 세라가 너무 심한 것 같구나. 리처드가 어리고 예쁜 부인과 함께 방문을 했어. 앤은 리처드를 그저 아린 추억으로만 생각을 하면서도 후회의 감정이 생기기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리처드는 2년 만에 확 변한 앤의 모습에 놀랬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고 앤과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기까지 했단다.

4.

또 일 년 뒤, 앤은 이제 폐인이라고 할 만큼 알코올과 수면제의 의존하고 있었어. 결혼한 딸 세라와 연락도 거의 안 했어. 그런데 다른 이로부터 딸 세라가 마약을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렇다고 앤이 세라를 챙길 여력도 있는 것도 아니야. 늘 그렇듯 딸의 의견을 존중해야지.

..

외국에서 농장을 하던, 딸의 첫사랑 게리가 귀국을 했어. 게리는 여전히 세라를 사랑하고 있었지. 그런데 마약으로 엉망이 된 세라를 보고 가슴 아팠어. 게리는 세라에게 같이 다시 출발하자고 했어. 같이 캐나다 가서 사업을 하자고 했어. 세라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고, 그 힘들다는 마약 치료도 받았지. 앤도 뒤늦게 딸 세라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세라와 재회를 한단다. 말은 안 했지만 앤과 세라는 서로 화해를 했어. 엄마와 딸이잖니

….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아빠는 비록 엄마는 아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구나. 우리 나무도 나중에 엄마와 어떤 사이가 될까. 지금처럼 가끔 티격태격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아빠와 딸 사이아빠와 아들 사이도 생각해 보았어. 아빠가 백점 짜리 아빠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너희들을 사랑하는 아빠라는 것은 알아줘~~^^ 사랑해~~~

PS:

책의 첫 문장 : 앤 프렌티스는 빅토리아 역 플랫폼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책의 끝 문장 : 사람으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하느님의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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