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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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소설은 무릇 임펙트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왔으나 너무나 심심하다 못해 단조롭다고 할 수도 있는 이 소설은 며칠째 머리 속을 떠다니고 있다.
스토너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렸을 때도, 결혼 생활이 실패했음을 알았을 때도, 부모의 장례를 치루면서도, 딸의 변화를 보면서도, 사랑하는 연인이 떠났을 때도, 심지어는 자신의 마지막을 느낄 때에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그가 어떻게 느꼈을까. 자신의 결정이기에 받아들인 것일까,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해 초연한 것일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다. 딸에 대한, 연인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가장 큰 사랑은 자신이 쓴 책이었다. 삶을 이겨나가는 힘은 결국 사랑이고 그 사랑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생물일 필요도 없다. 그가 쓴 책은 책이라는 물성이라기보다 인생의 과업을 달성했다는 결과물로 그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인생 내내 인내했던 것이다.
작가가 사람들이 스토너가 슬픈 이야기라고 이해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진 것이 이해가 된다.
인생의 과업을 달성한 사람은 비련의 주인공이 아니라 자기 삶의 영웅인 것이다.
스토너라는 심심한 내용과 심심한 주인공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이런 물음을 던지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삶에서 사랑과 과업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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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06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스토너>를 다시 읽은 기분마저 듭니다. ‘사랑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가 없다‘이 부분도
공감이구요! 이런 점 때문에 이곳에 자꾸 들어와 다른 분들 리뷰를 찾고 읽게 되는구나 새삼 확인했습니다.ㅎㅎㅎ

DYDADDY 2023-02-06 13:39   좋아요 2 | URL
소설은 스릴러 위주로 읽었는데 스토너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런 소설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23-02-06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가기 시작하면 알 수 없는 방향이 될 때가 있어요.
처음에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과는 다른 것들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그런데, 개개인의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면 차이는 있겠지만, 없지는 않을거예요.
스토너는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이 리뷰 읽으면 마음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DYDADDY님, 따뜻한 밤 되세요.^^

DYDADDY 2023-02-06 23:18   좋아요 2 | URL
스토너도 어쩔 수 없는 인생의 굴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지만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딸과 연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본인의 과업이었다 생각해요. 과업이라 하면 너무 커보일까요? 그저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일 정도로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사랑과 과업은 놓지 않으시기를 바라요.
아, 그리고 서니데이님의 경고를 잊고 환기한답시고 창문을 열었는데 공기청정기가 울부짖어서 깜짝 놀랐어요. ㅋㅋㅋㅋㅋㅋ 외출하실 때 마스크 잘 챙기시기를 바라요.

은오 2023-02-07 0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월터 떠올렸는지 찾으셨나요? 못찾으셨을겁니다 ㅋㅋㅋㅋㅋ 그냥 월터가 너무 강렬했고 제 머리에 “교단에 서있는 중년의 백인남자” 캐릭터 얼굴이 월터밖에 없어서 떠오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좋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ㅎㅎㅎ

DYDADDY 2023-02-07 11:58   좋아요 2 | URL
교사였을 때의 월터는 자신의 교습법을 찾지 못했던 때에 생각났고 캐서린과 사랑하기 전 즈음부터 매서운 눈빛의 월터가 생각나곤 했어요. 특히나 동료 교수와 갈등을 겪을 때에는 더욱더 그렇구요. ㅋㅋㅋ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56년 생이라 더이상 젊은 연기를 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우리는 부르주아 계급과 그 국가장치가 계급투쟁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노동자계급 스스로가 전유한 바를 그 착취형태돌과 압제형태들에 ‘통합‘시키는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지오르나멘토aggiomamento를 실현할 줄 아는 국가장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부르주아 계급지배가 존속하는 한, 이 적응형태들을 질적 변화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장치의 기능의 과정과 의미를 변화시키는, 그리고 이 국가장치 내에서 그 적응능력과 통합능력을 부러뜨리는, 간단히 말해 이 국가장치 내에서 그 권력의 형태들 자체를 부러뜨리는 ‘단절‘이 개입해야 합니다. - P201

우리는 마르크스가 사회주의에 관해 말했던 것, 즉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공산주의적 생산관계 사이의 이행기, 다시 말해 공산주의의 낮은 단계라는 점을 진지하게, 정말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음의 단순한 현실, 즉 사회주의적 생산양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우리가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공산주의의 낮은 형태, 즉 이행기가 존재한다(마르크스)는 점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는 다음의 현실, 즉 사회주의적 생산양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사회주의적 생산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르크스와 레닌의 다음과 같은 관념, 즉 계급투쟁은 사회주의라 불리는 이행기에 새로운 형태하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유사한 형태들과의 가시적인 관계 없이, 하지만 실제적으로 진행된다(그리고 계급투쟁이 이렇듯 사회주의하에서도 지속된디는 것의 증거는 국가가 그 사회주의 내에서 존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는 관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P207

모든 질문 전체를 사로잡았던 것은 의식, 노력, 영웅 주의, 그리고 피에 의해 유지되지 않는다면 하나의 독재상태로 빠져버리고 마는 하나의 독재(부르주아 독재)와, 목숨을 걸고 싸울 줄 아는 노동자계급의 독재(프롤레타리아 독재), 이 둘 사이에서 동요하는 무자비한 투쟁에 관한 날카로운 관점입니다. "독재라는 단어는 거칠고, 유혈이 낭자한 엄칭난 단어이며, 두 계급, 두 세계, 보편사의 두 시대 사이의 죽음을 향한 투쟁, 무자비한 투쟁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우리는 그러한 단어들을 허공에 던져버리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이 단어는 부르주아지의 계급투쟁에 의해 말살당했던 모든 노동자 희생자들의 피를 함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상황이 ‘유혈이 낭자‘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두 계급의 죽음을 향한 투쟁을 표현하는 이 거칠고 위대한 단어가 우리에게 남습니다. 이 단어를 우리는 우리의 논의에서 ‘허공에‘ 던져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바람이 이 단어를 날려버리도목 이 단어를 바람에 던져버리지 않습니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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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 못해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이란 거짓 종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부드럽고 친숙한 경멸로, 그리고 당황스러운 향수(鄕愁)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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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5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샀던 책과 표지 디자인이 다른 것 같아요. 전에 선물로 샀던 것 같거든요.
찾아보니까, 이 표지가 초판본의 표지인데, 최근에 다시 출간된 모양이네요.
오늘 보름날인데 예쁜 달 보시고, 좋은 소원도 잘 이루어지시면 좋겠습니다.
DYDADDY님, 따뜻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이라는 단어를 제가 여러 번 언급했기 때문에, 그리고 독트린을 가진 다른 조직들과는 달리 공산당은 과학이라는 독트린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리는 점을 제가 주장했기 때문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과학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새로운 대상올 인식하기 위해 자기 고유의 개념들에 관해 작업하지 않는 과학, 즉 이전 개념의 기초 위에서 새로운 과학적 개념들을 유기적인 방식으로 생산하지 않는 과학, 그러한 과학은 스스로를 ‘과학‘이라고 선언해보았자 과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교리(도그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가 종교라는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들려줍니다만) 지배 이데올로기의 단순한 부록,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변종이 될 뿐입니다. 저는 마르크스주의가 마르크스주의자들, 심지어는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부르주아적인 위치에서 행해질 수 있었다는 점을,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받거나 심지어는 마르크스주의 고유의 용어라는 외피 아래에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의해 포위 될 수 있었다는 점(우리는 이에 대해 제2인터내서널의 ‘수정주의자들이라는 예를 가지고 있죠)을 충분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점을, 공산주의자들이 최소한 그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마르크스와 레닌의 이론과 사상 자체의 기반 위에서 말했습니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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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3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벌써 금요일이네요.
주말 잘 보내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DYDADDY 2023-02-04 01:58   좋아요 1 | URL
오늘은 조금 덜 추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오늘 읽고 싶은 책에 추가한 책 내용 중에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행복의 조건 중 하나인 건강은 비교 기준이 젊었을 때의 나이기에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인간은 점점 더 불행해진다고 합니다. 서니데이님의 특별한 노력의 시작을 매일 응원하고 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특정한 순간이 지난 이후로는 단어들이 단순히 단어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단어들이 이론적 실천 또는 역사적인 정치적 실천 내에 기입되는 순간부터, 다시 말해 단어들이 역사적인 매우 긴 시기 동안 이론적인 또는 정치적인 규정된 실천, 예를 들어 계급투쟁 조직의 실천들과 일체가 되는 순간부터, 단어들은 이미 단어들이 일체를 이루는 그 실천과 독립적으로 취급될 수 없습니다. 단어들은 우리가 단어들의 단순한 형태로 더는 환원할 수 없는 사물, 힘, 객관적 현실이 되었던 것입니 다. 이는 마르크스주의적 전통이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노동자운동의 일치를 말할 때, 마르크스주의적 전통이 특정한 순간 이래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관념에 대해 말할 때, 마르크스주의 전통이 기억하는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 전통이 또 다시 말하듯, 즉 대중이 관념에 사로잡혔다고 말하는 것이 아마도 더 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단어들, 또는 단어들이 지시하는 관념은 역사적인 힘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어들을 역사적 현실, 즉 역사적 실천들(이론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 단어들은 이 역사적 현실, 즉 역사적 실천들과 비가역적으로 일체를 이룹니다 - 과 구분 지으면서 단어들 자체만을 원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우리는 이 단어들 자체만을 역사적 현실 - 단어들이 일체를 이루는 것 - 과 대립시킬 수는 없습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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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1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1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2-01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따뜻한 편이었지만 바람이 조금 차가웠어요.
내일은 오늘보다 아침에 조금 더 기온이 내려갈 것 같네요.
따뜻한 하루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DYDADDY 2023-02-01 23:37   좋아요 2 | URL
일교차가 클 때에는 따뜻한 커피만한 것도 없지요. 전에 알라딘 커피를 포스팅하셨는데 오늘은 어떤 커피 사셨는지 맛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같은 팀원이 결국 독감에 걸려 비실비실하다 조퇴했습니다. 덕분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일하면서 문득 서니데이님 생각이 났습니다. 집에서도 마스크 쓰시는데 얼마나 갑갑하실까 하는 생각요. 어서 마스크를 벗으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은오 2023-02-02 0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디님 근데 혹시 아빠셔서 대디세요? dy는 대디님의 애긔? 대디님의 닉네임 뜻이 너무 궁금해......

DYDADDY 2023-02-02 07:38   좋아요 3 | URL
축하드립니다. 제 닉네임에 대해 정확한 답을 추론하셨습니다. DY는 제 아이의 이니셜이고 DYDADDY는 제가 아빠라는 의미입니다. ㅎㅎㅎ 하지만 한글로 ‘딛‘이나 ‘디대디‘라 호칭하셔도 신경쓰지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