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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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이상적인 크리에이터의 이야기, 꿈을 좇는 크리에이터 지망생에게는 가혹하게 여겨질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크리에이터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꿈과 이상을 좇는 것도 물론 필요하고 터무니없는 자신감과 객기에 가까운 도전정신도 물론 필요하겠다.

하지만 이재익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이야기하기로 한 모양이다.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라디오 PD라는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에서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는 이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분명 현실적이고, 하나같이 옳은 말들을 이어간다.

 

 

결국 '돈이 되는 모든 창조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담겠다고 첫머리에서 밝히고 시작한다.

어설픈 각오로 도전하려는 것이라면 일찌감치 다른 길을 알아보라는 직언이다.

 

 

얼핏 이야기를 훑어보기만 해도 이재익이라는 인물이 얼마만큼 크리에이터로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또 그 능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금새 알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학벌과 운이 일조했음을 당당히 이야기한다.

못난 열등감이 발현되어 미운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그의 어조가 너무나 담담하고 자연스러워 미워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그의 노력들, 그 노력의 과정조차 담담하여 자신이 대단한 일을 이뤄가고 있다고 자만하는 오만한 기미조차 없는 그 이야기에 어찌 발끈할 수 있을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는 분명 운이 좋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운이 성공을 '이루어' 주지는 못한다고 본다.

운은 단지 기회를 주는 하나의 관문에 불과하고 그 이후에 이룬 것들은 그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최근들어 현실을 바로 보기 시작했다.

왜 안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하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늦은 것 같지만, 또 조금 늦었으면 어떠랴.

 

 

운은 아무에게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설사 찾아오더라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결코 잡을 수 없는 뜬구름 같은 것이 운이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찾아오지만 잡는 이는 드문 것 그것이 운이 아닐까.

 

 

안그래도 하나씩 정리해가던 내게 이 책은 마지막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경쟁에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그 위에 실력을 쌓아 두고, 그 후에 운을 기다린다.

물론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두드리는 일을 빼먹지 않고.

 

 

이 책은 당근과 채찍을 모두 지녔다.

크리에이터의 세계를 낭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단순히 동경하는 이들에게는 현실을 일깨우고, 그런 현실을 감수하고 도전할 이들에게는 크리에이터의 기쁨과 보람을 이야기해준다.

책에서도 이야기하듯 현역에 있는 크리에이터의 선봉, 성공한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가치가 남다르게 여겨지리라.

 

 

이렇게 생각한다.

고충은 어떤 일에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일에든 그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즐거움도 있는 법이다.

객체로서 일에게 끌려가지 말고, 주체로서 일을 즐기길 나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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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그대의 마음을 훔치다 - 상대를 사로잡는 매혹의 심리전술
쑤무루 지음, 황보경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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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철학 혹은 사상서들은 단순히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한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현상이나 문제를 해결하기에 골몰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미시적인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미시론이면서, 거시적인 문제에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거시론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흔히 병법이라하면 병사를 부리는 법, 전쟁에 승리하는 법쯤 되는 것들이 담겨있을 법하다.

하지만 시대는 '전투'를 의미하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전쟁'과 '전투'가 사라진 시대에(사실과 다를지라도) 손자병법은 오히려 그 본래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흔한 말로 '삶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라 이야기한다.

누구도 패배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타인과의 경쟁이든, 자신과의 싸움이든지 언제나 '승리'를 원하는 마음은 한결 같다는 이야기다.

모든 것에서 부딪히는 것이 승리를 위한 필승의 전략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굽히기도 하고 실패 또한 이겨내야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바로 알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지식이라기보다 지혜에서 나오는 '전략'이고 성급함보다는 느긋함, 우리가 여유라고 이름짓는 태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하면 여유가 생길 수 있는가, 여유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비슷하게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도 한다.

백번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나 백번싸워 위태로움이 없는 것이나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다시 말하지만 누구도 즐겨 패배를 원하지 않는다.

앎은 우리를 빛나게도 하고, 승리하게도 한다.

현상을 알아가는 것, 비결을 배워가는 것, 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즐거운 앎의 일면이지만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없을 때 불안해짐을 느낀다.

타인이 원하는 것은 모르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 무지가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가 있다.

이 책은 손자병법에 담긴 '용병' '용인'뿐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는 법, 지혜로운 자세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 승리하는데 어떤 자세가 요구되는가의 문제와 무엇이 현명한 삶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는 셈이다.

어떤 사람은 전쟁에 사용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을 다스리고 관계를 평화롭게 하는데 사용한다.

자신만의 성공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세상에 널리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나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다툼과 갈등, 욕구와 욕망을 '나'의 위치에서 제어하고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것은 타인이 아닌 나에게 달린 것이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은 제어할 수 없는 채 그냥 두면 된다.

내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 내 마음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것들에 국한된다.

 

나를 사로잡지 못하는 말은 누구도 사로잡을 수 없고, 내가 이해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 납득시키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먼저 나를 바로 세우고, 바로 알 것.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던져준 중요한 깨달음이자,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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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정의를 말하다 -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배우는 정의
켄지 요시노 지음, 김수림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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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셰익스피어를 이야기할 때 인용되는 문구가 바로 "우리는 그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의 자부심이 담긴 한 문장이다.

이 말이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어느 정도는 진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세계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읽혔고, 읽히고 있고, 또 읽히게 될 것이란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 얽힌 스캔들, 의혹들이 끊이지 않는 점만 보아도 그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한 때 그는 자신에 차다못해 오만하게 보일 만큼 스스로의 재능과 문장,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지녔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전에 그만큼 크게 성공한 작가가 적었을 뿐 아니라, 그가 일으키는 풍운의 바람이 오래, 강력하게 지속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의 자신감을 크게 드러내는 것이 <소네트>집에 담긴 글에서 엿볼 수 있는 태도다.

"인간이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이 시는 살고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

인간이 존재하는 한, 자신의 작품이 영원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한다.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변화를 보였던 모양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 조금 의미가 다른 것 같기는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그런 겸손함도 배웠던 것으로 보인다.

후기의 작품인 '템페스트'에서 셰익스피어의 투영으로 보이는 프로스페로의 태도는 대범하며, 겸손하고 또 때를 알고 높은 자리에서 내려올 줄 아는 현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천재적인 재능 뿐 아니라 그러한 태도와 지혜, 그리고 결단과 실천에서 매력을 발견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9개의 희곡이 담겨 있다.

낯익은 작품도 보이고, 티투트 안드로니쿠스나, 자에는 자로, 헨리아드와 같이 낯선 작품도 있다.

특이한 점은 작품에 대해 문학적인 해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법'과 '정의'의 적용이라는 기준을 적용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 작품이 선례가 되어 인간의 법과 정의에 대한 판단에 기준이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책이 시작된 셈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과 매력적인 표현, 놀라운 묘사만을 셰익스피어 작품의 가치로 알고 있던 내게는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던 책이다.

그가 이야기 속에 담고 있는 또다른 이야기들.

정의와, 아름다움, 인간의 가치에 대한 고심과 고뇌를 엿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대가 셰익스피어를 낳았고, 셰익스피어는 시대를 낳았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이 책에 담긴 해석들이 정말 셰익스피어가 그렇게 생각하고 또 의도했던 바대로 해석된 것이라는 확언을 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세계와 시대를 매료시키는 그의 문장, 그의 작품이 풍기는 묘한 힘.

 

이 책을 읽기 전에 '티투스 안드로니쿠스'와 '자에는 자로', '헨리아드'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마침 가지고 있어 읽어볼 수 있었다.

다른 책들은 최근에는 출간도 되지 않고 '헨리 아드'는 책을 읽어보고서야 '헨리 5세'라는 것을 알았다.

 

읽어보지 않았던 세 작품을 찾아 읽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저자가 발견했던 것을 나 역시 발견할 수 있을지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훌륭한 작품을 바르게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 참 부끄럽다.

수박 겉핥기식에 그치는 읽기란 얼마나 비참한가.

 

다음에야 말로 그저 놀람에 그치지 않는 그런 자신에 찬 태도로 셰익스피어와 마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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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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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이례적으로 읽기 시작해서 다 읽기까지 3주 가까운 시간에 걸쳐 찬찬히 읽은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볍게 읽어내려 갈 수도 없는 책일 뿐더러, 가볍게 읽히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우리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거나 위협받지 않을 것이며, 지금의 자유와 권리를 무한히 누려갈 것을 당연히 여긴다.

몇 십년 전 70년대와 80년대까지도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 위상은 어떠했는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정말 느닷없이 일어났듯, 지금 우리의 권리와 자유가 박탈당하고 침해당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제도로써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하고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좀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의 말미 즈음에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책을 통해 두 번 언급된 말로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 역사는 몇 안되는 장소에서 단기간에만 일어났던 현상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와 그들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평생을 산 사람들은 운 좋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은 것일까?

억세게 운이 좋지 않다면, 느닷없이 찾아들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 민주주의적 양식을 쌓아둘 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민주주의의 시초는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도 더 된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2500년에 걸쳐 발전해 온 것일까?"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을 통해 답을 내어놓자면, "아니다"이다.

 

최초의 민주주의의 출현은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을지라도 그것은 긴 시간을 통해 발전되었다기보다 퇴보하고 쇠퇴해서 지도자와 지배계급에 입맛에 맛게 이용될 때만 잠깐씩 그 한쪽 면이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곤 했던 것 뿐이다.

 

무엇이 민주주의의 쇠퇴를 불러왔을까?

최근 100여년 사이에 급격히 민주주의의 역풍이 강력하게 불어올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현재 우리 사회는, 그리고 세계는 진정 민주적인가?

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과 발전 방향에 대한 예측은 긍정적이 될 수 있는가?

무엇이 민주주의 인가?

 

정말 많은 질문이 떠올랐고,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다만 경계하는 것은 저자의 사견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바로 잡는 것, 그것 뿐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 중세 근대로 이어지는 유럽과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발전 양상과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음모와 암투.

민주주의의 번영과 몰락, 그리고 민주주의와 상대적 개념으로 일컬어지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전제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번영과 몰락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났던 근 100여년의 민주주의 역사를 세계 곳곳에 시선을 던져가며 짚어준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저자의 풍부한 세계사적 지식과 그 지식에서 얻어낸 냉철한 결론, 그리고 때때로 드러나는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을 적절히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고 여겨졌던 것은 민주주의 역사가, 특히 근대 이후에는 전쟁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음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세계 열강의 식민지 경영, 전후 처리 과정과 이후의 사상의 변화와 흐름, 그리고 식민지배가 끝나고 독립하게 된 국가들의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총성이 있거나, 혹은 없는 세력 다툼.

그런 점이 더더욱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하는 의문을 키웠다.

 

결론을 통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민주주의를 표현한다.

"민주 사회는 수많은 삶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늘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또 공동체적 창의성의 줄기찬 발로다. 그런 창의성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막으려는 세력 또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강경, 혹은 점진적인 수단을 이용해왔다.

그런 이들의 노력이 헛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또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현재에 이를 수 있었겠지만, 나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하려는 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신을 흐리고 훼손시키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사실 민주주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알 수없게 되고 말았다.

국가를 다스리는데는 오히려 강력한 전제 정권, 혹은 독재가 유리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자유와, 권리를 강렬히 희망한다.

 

민주주의는 국가를 위한 것도, 기업을 위한 것도, 집단이나 개인을 위한 것이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의 것,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타인의 권리가 짓밟히는 순간에는 외면하다, 자신의 자유가 구속될 기미만 보여도 비명을 지른다.

홀로 완성될 수 없는 것,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 아닐까.

 

세계사와 함께 읽으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세계 대전, 유럽과 아메리카의 근 현대사, 식민 국가들의 독립과 정부 수립 과정, 소련의 붕괴와 공산국가들의 전향,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독자적으로 구축한 나라(여기엔 북한도 포함된다), 그리고 세계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를 참고로 한다면 좀 더 깊이 있게 다가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오래 두고 배울 수 있는 책과의 만남이 참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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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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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년을 이어온 왕조 사회, 그 깊이가 범인으로는 알 수 없다 하여 '구중궁궐'이라 칭해진 궁에 거주한 것은 왕과 왕비만은 아니었다.

왕을 위시한 왕족의 숫자의 수 배, 때로는 수십 배의 인원이 그들의 삶 전반을 보조하기 위해 궁에 머물렀다.

그 궁에 머물던 사람들 중 '여성'을 우리는 궁녀라 칭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 그렇게 많은 수의 인물들이 궁녀로서 궁에서 생활을 했지만 그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궁궐의 비밀 유지와 왕의 위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해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궁녀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이 난무하게 되었으니, 따져보면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유도 그러한 편견을 바로 잡고 비밀스런 존재였던 궁녀의 생활을 실증해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구별되는 하나의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궁녀'라는 존재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일'이 그 사람의 존재를 규정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만큼 그들이 한 일은 그들의 존재에 결정적인 증언으로 작용한다.

 

 

지난 세월동안 숨겨져있던 그들 '궁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책에서는 몇가지 드러나지 않았던 '궁녀'들의 비밀을 고증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흥미롭다.

거의 드러날 수 없는, 오히려 드러나는 것이 이상한 궁녀의 이름과 신원이 역사에 등장하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답을 말하자면 '역모추궁' 때다.

 

 

궁궐에 거주하고 왕과 왕비 그들을 가까이서 모시다 보니 그들을 통해 정보를 얻고 계획을 진행시키려 접촉하는 세력들 또한 많았던 모양이다.

권력을 위한 밀착이 아니었을지라도 그저 가까이에 있다는 '거리'의 이유로 영화를 누리기도 하고, 화를 입기도 했던 존재가 '궁녀'였던 것이다.

 

 

그 동안 알고 있던 것과 가장 달랐던 점은 그들의 입궁이 결코 자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라는 사실이었다.

그들의 출신 성분 또한 '노비'라는 천한 계층이 대부분을 차지했음을 알았다.

 

 

이 모든 것이 그 시대의 권력자들의 치밀한 계산과 안배의 결과라는 것은 놀라울 것도 없지만 궁녀의 삶이 좀 더 기구하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궁녀라는 존재는 모두 암묵적으로 왕의 소유인 줄 알아왔으나 그것 또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도 제법 흥미로웠다.

 

 

야심, 혹은 복수심에 불타는 궁녀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는데, 급료를 모아 부동산 부자가 된 궁녀 이야기나 계속되는 승진 누락에 앙심을 품고 평생을 모셔오던 왕족을 배반한 이야기는 철저하게 통제 되었을 것 같은 비인간적인 궁궐 생활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져있기에 20세기 초까지 왕정국가였다는 사실이 지금은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몰락과 위기 부흥을 지속하면서도 결코 비밀로 남아 있던 궁궐의 생활, 그 비밀이 깨어졌음과 함께 조선왕조의 멸망을 의미한 사건을 꼽자면 아마 '을미사변'의 '민비시해' 사건을 꼽게 될 것 같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 사건에 협력한 궁녀가 분명 존재할 것 같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왕조가 해체되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궁녀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많은 사실 관계를 추론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한다.

부흥기와 쇠퇴기의 궁궐 생활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깊고 깊은 구중궁궐의 그늘에서 언제나 묵묵히 일했을 '궁녀'들의 삶과 애완, 그 기쁨과 슬픔을 비교적 잘 고증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 '궁녀'라는 존재에 주목하고 그 실체를 찾아가려 시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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