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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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내가 본 그녀의 네 번째 작품

 

시기로 본다면 그녀의 세 번째 작품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2010)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2013)

나를, 의심한다’(2015)

 

라디오 작가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작가 님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

저번 작품들은 전형적인 에세이였다.

이 책의 작품은 작가님이 뭔가 변화를 하려던 시기의 작품같다. 소설을 쓰려는 시도들이 엿보이는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애매한듯한 나, 주변 지인, 또는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쓰여 있다.

 

작가 님의 희한한 위로’(2020)를 읽고 나서 읽어서인지... 아직 어렸고 뭔가 많은 시도를 하려고 했던 작가님의 이번 작품들이 괜히 귀엽게 느껴졌고... 참 열심히 사셨구나... 싶기도 했고... 괜히 응원하고 싶었다.

 

소설은 따로 안 쓰시는 걸까? 아니 쓰시다 마셨나?

 

작가님의 이야기는 좋았다. 흥미로웠다. 표지의 안 쪽 글까지 다 읽고 보니... 작가님이 자신의 이야기에 잡아 먹힐까봐... 의심과 고민도 많으셨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거... 글을 잘 쓰셔도 각자 잘 쓰는 분야는 다른 것도 같다는 것고. 물론, 모든 글을 다 잘 쓰는 작가 분도 있다. 근데... 안타깝게도 작가 님은 소설은 에세이보다는 아닌 것 같다.

이 글을 읽기 전에도 소설을 읽었고 읽고 나서도 소설을 읽었다.... 역시 유명한 소설가의 책은 다르더라고... 그렇다고 모든 소설가가 다 잘 쓸 수도 없으니.. 창작의 세계는 참 외롭고 고단하고.... 표도 많이 나고...참 예술가는 어렵겠다.

 

암튼 작가 님의 도전은 계속 진행 중이길 바라며... 모든 작가가 소설가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작가 님의 다음 책의 이야기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모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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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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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설월화 살인게임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 시리즈 그 1...

 

가가의 졸업을 앞두던 4학년 시절의 이야기이다.

여기에서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에 같은 대학교를 나온 7명의 친구들이 나온다.

 

졸업을 앞두고 각자 진로를 정해가던 즈음... 갑작스럽게 그 친구들 중 한명이 죽게 된다.

 

가가 ... 교사와 경찰 중 교사를 선택, 고등부 대학부 검도부

도도 ... 똑똑한 공대생, 대학원 진학을 앞둔 전도유망한 똘똘이 고등 때 검도부

사토코 ... 똑부러지는 여대생, 한 때 검도부, 고등때 다도부, 영문과

나미카 ... 승부욕이 있는 검도부 유망주, 백로장 거주, 고등 때 다도부

쇼코 ... ‘망설임 공주라 불리는 귀엽고 여성스러운 인기 많은 아이, 다도부 출신, 백로장 거주

와코 ... 유쾌한 친구, 테니스부

하나에 ... 정도 많고 다정한 아이, 영문과, 테니스부, 와코와 커플

 

사토코, 나미카, 와코, 하세... 친한 친구들이고 고등학교 때 다도부 등으로 절친한 친구들...

검도부와 함께 걸쳐있는 친구들이고 함께 대학을 진학했기에 서로 연인, 친구로 얽혀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도 거의 정해놓은 어느 날... 평소 엄격하기로 소문난 여자들 숙소 백로장에 거주하고 있는 한 친구가 죽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놓고 고민하던 친구들.. 자살이라면 동기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던 그 친구들은 매년 해 오던 다도회(112일은 다도부 은사인 미나미사와 마사코의 생신, 그날 겸하여 은사의 집에서 다도모임겸 생일 축하를 한다.)의 행사인 설월화 게임을 통한 다도회를 하게 되고 거기서도 한 명이 죽게 된다... ...

 

히가시노게이고도 젊었을 때 쓴 글이겠지.. 뭔가 젊음이 느껴지지만 약간 어설프다고 느끼는 건 나만이 착각일까?

 

그러나 저러나 그림까지 첨부해서 게임룰을 설명하지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암튼 시리즈의 처음을 보는 즐거움...

 

친구....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착각인지...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결말이 났지만 통쾌하지도 깔끔하지도 않은 찝찝함...

모두가 껍질을 벗고 알에서 깨어나듯... 유년 시절과 안녕을 고하는...

가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암튼 나름 재밌었던 독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랬다... 젊을 때부터 책을 재미있게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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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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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에세이

 

이제 이봄출판사에서 이렇게 작고 가볍고 이쁘게 작가 님의 책을 내기로 작정을 하신 것 같다. ... 이쁘다. 문고판 사이즈... 예쁜 작가 님 그림의 화사한 하늘색과.. 암튼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항상 작가 님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오고 있지만...

진짜 요즘 나온 작품은 다 좋다.

갈수록 더 좋아진다.

 

작가 님의 글이 원래 유머러스했지만 요즘 더욱 따뜻하고 유쾌하다.

 

작은 일상이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작가 님의 글들이 너무 좋다.

이 책은 몇 년 전의 나가 쓴 에세이라고 한다. 일상도 있고 여러곳을 여행한 이야기도 있다.

마쓰모토, 가나자와, 삿포로, 오키나와, 한국.... 너무나 유쾌한 것은 항상 달다구리 간식과 어디 갈 때마다 맛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먹으면서 다음 먹을 것을 이야기하는 나의 이야기랑 같아서 공감 백배다.

 

유쾌한 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소소한 일상들이 좋다.

 

새로운 세상이 계속 있다... 컴퓨터를 바꾸고 와이파이 연결에 고전하는 이야기..

인생이 점점 줄어든다.....상처 하나없이 마네킹처럼 예쁜 고등학생 아이의 다리를 보면서 과거에 그런 다리를 가졌었는데 마치 나이 들어 잃어버린 것 마냥 슬퍼진 이야기가 넘 공감갔다. 애초에 그런 스타일도 아니었으면서...z

스트로베리 킹 향기....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향기는 어떤 것일까?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라는 말은 대체 누가 생각했을까? 멋진 카피다. -p.46

 

운동신경이 정말 없는 내가 덜덜 떨면서 하고 있는 운전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작가 님은 다른 운동 잘 하시는데.. 나는 자전거도 잘 못 타는데.. 이거 계속 운전해도 되는 거야?)

총무 덕분.... 이란 말이 참 좋다. 나도 이래 저래 총무 많이 하는데... 나의 수고도 좀 누가 알아 주기를..

 

한국여행에서 오는 날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는 말이 괜히 낭만적으로 느껴지신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괜히 우쭐해졌다.

 

한 달에 한 번, 더 없이 행복한 순간...전신 아로마 마사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뭔가 맘 먹고 사러 가면 다른게 세일을 하거나 해서 약간 비껴사는 거...

아픈 구두를 신는 법...아픈 구두는 처음에는 하루 두 시간이나 세 시간으로 정해놓고 잠깐씩 신다가, 익숙해지면 반일에서 하루로 조금씩 늘려간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전혀 아프지 않은 것 아니지만 그래도 예쁘니까 참는다고 했다...... 이젠 나도 아픈 구두를 신지 않는다. 예쁘더라도... 작가 님과 마음이 딱 통했네.

바움할 시간... 바움쿠헨에 꽂혔던.. 이야기.... 나도 한때 마카롱에 꽃혔던 시간이 있었지..

 

암튼 읽기 전에도 두근두근, 읽고 나서도 행복해서 두근두근....즐거운 글 읽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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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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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제법 많이 읽었다. 나의 서평 쪽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따로 코너가 있는 작가님... 예전에 장르물을 많이 읽을 때 작가 님 작품을 많이 봤는데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쓰신 작품은 갈수록 더 좋아지는 참 대단한 작가님이시다.

예전 장르물도 참 재미있었는데.. 이 작가 님 작품 쓴 기간이 많기에 작품도 많다. 작가 님 작품 중 드문 시리즈 물(캐릭터 사용을 최저한으로 줄이시기에 몇 명 안 되는 연속 캐릭터 중의 한 사람).. ‘가가 형사 시리즈는 제법 많았다.(‘졸업’, ‘잠자는 숲’, ‘악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붉은 손가락’, ‘신참자’, ‘기린의 날개’, ‘기도의 장막이 내려질 때’...10권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30년 넘게 그의 작품 속에 함께 한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잠깐 교사를 했던 형사로 작가님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지.)

어디선가 이름은 심심치 않게 봤었는데 암튼... 다시 다 찾아볼 생각이다.

 

이왕이면... 첫 화부터 보면 좋겠지만 내 손에 들어온 것은 이것이 먼저이니...

 

이 작품은 작가 님 장르물 전성기 시기에 쓰여진 작품인 듯 하다. 실제 읽는 동안 왜 이제 읽었나.. 싶게 금방 읽히고 재미있었다.

 

내용은 단순한 편이다. 인기 베스트셀러작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작업실에서 살해 당한 채 발견된다. 그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작가인 노노구치 오사무와 젊은 부인.... 낮에 잠깐 다녀갔던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전화를 받고 다시 찾아왔다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되었고 그 사건을 수사하게 되는 사람이 바로 가가 형사이다. 노노구치와 가가는 한 때 한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다. (가가는 잠깐 사회 교사로 근무했고 노노구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이성적이었던 국어교사였다.) 암튼 수사 과정에서 손쉽게 노노구치가 범인임을 밝혀냈고 그 동기를 추적하던 중에 악의가 꿈틀 꿈틀 들어난다. 인간의 추악한 면...

말도 안 될 정도의 불륜, 비정상적인 상황, 도작, 표절, 학교 폭력의 추악한 면... 그리고 정말 이유를 알 수 없는 ... 이해도 안 되고 납득도 안 되는 무한한 악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죽음을 둘러싼 쫓고 쫓기는 두뇌 게임

끈질간 추적 끝에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 그 지독한 악의]

 

인간의 마음속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는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최고봉

 

 

이라고 표지 뒷면에 적혀있다.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미미여사님이 많이 생각났다. (이런 인간의 어두운 이면 파헤치는 전문가 시거든.)

 

암튼 이 작품은 노노구치의 기록과 가가 형사님의 기록이 교차하면서 등장하는데.. 그런 것도 좋았다.

 

기록이라는 것은 참 무섭구나... 작가라는 것도 참 쉽지 않구나...그리고 로 인해 조작도 가능하고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으니 의 쓰고 어떤 기록으로 발표하는 순간에도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던 ...

 

그리고 학교폭력은.... ...방법이 없는 것인가...‘비밀의 숲2’도 생각나고... 인간의 끝도 없는 악의가 참 무섭다.

 

암튼 다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의 세계로 빠져드는 시작의 순간.... 앞으로 계속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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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백수린 지음,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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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백수린

 

진즉에 사두었던 책....작가님 작품은 친애하고 친애하는을 읽었더랬다. 작품이 애매하게 좋았던 기억이다. 할머니와 어머니... 외가댁에서 자랐던 그녀의 마지막 할머니와의 추억 이야기... 어머니나 할머니의 이야기는 무조건 좋은 거기에... 좋았다고 생각하고.. 글이 예스럽게 서정적이어서... 다음 작품을 기대는 했는데 무조건 좋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지난 여름에 잔뜩 사 둔 책 중에 하나인데... 책이 참 예뻤거든.

결론... 너무 좋았다. 이 책 덕에 나는 이 작가님의 책을 다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단편 모음집... 그냥 그냥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고 글이 참 깔끔하고 담백하게 서정적이다.

 

13개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멋진 날.....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던 한낮의 해변..책을 읽던 가운데... 나타난 누군가의 아름다워서요’ .... 뒤에 무슨이야기가 있는지 모르지만...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 어떤 날은 분명 ... 정말 멋진 날이지.

우리, 키스할까?...권태기였던 그가 어느 여자아이와 남자 아이를 보던 날... 봄 향기가 머물 것 같은 늦가을의 한 때... 함께 있는 주정아 작가 님의 단풍 그림이 예술이다.

완벽한 휴가...너무 더워 휴가로 간 공항... 진우와 주희의 어린 시절 휴가 이야기를 나누다 주희는 그 때의 아빠를 떠올린다. 젊었던 ...아무것도 두렵지 않던 아빠...(이야기가 너무 공감되었다.

그 새벽의 온기.... 멜랑꼴리한 그녀, 삶도 잠도 피곤하고 몸도 마음도 추운 그녀에게 찾아온 버려진 개... 그 개의 온기.

봄날의 동물원... 동물원에서 일하던 내게 찾아왔던 사촌 누나와의 봄날의 추억... 홍학.. 아름답고 슬펐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비치 타올.... 보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너무 공감이 가서... 어느 부분에서 공감일까... 암튼 유독 결론이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

어떤 끝....처음과 끝의 여행...도쿄... 모든 사랑이란건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니까....쓸쓸했다.

비포 선라이즈....엄마와의 파리 여행... 모녀 간의 여행...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여행은 책이나 드라마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법... 암튼 현실적이었다.

언제나 해피엔딩...조교로 있는 민주, 축제 마지막 날이라 오후 강의가 다 휴강이던 어느 날 철학과 사무실에 찾아온 박 선생(큰 백 팩을 들고 다니며, 세상 유행과 동떨어진 차림새, 화장은 물론 어떤 치장도 하지 않고 남에게 절대 피해 안 주며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여 훗날 그렇게 될까 두려운 사람의 전형) 이 나타난다. 나는 절대 저렇게 늙지 않을 거야 다짐하는 민주.. 스물일곱 살이 된 이래로 매일매일 초조하다. 대학에 가면 ~해야지 했던 많은 꿈들... 어느 순간 자신이 원했던 것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아버렸다. 자신은 현재 비정규직, 남친은 몇 년째 공시생.. 암울한 그녀.

 

민주는 스무 살 이후 자신의 삶이란 꿈꾸어왔던 것들을 조금씩 하향 조정하는 날들의 연속인 것처럼 느꼈다. ... 길을 잃지 않으려고 빵을 떼어 길가에 버리며 걸었다는 동화 속의 남매처럼 민주는 자신의 꿈의 디테일을 하나씩 버리며 걸어왔지만, 자신의 삶이 어디쯤 도착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떤 끝을 향하는지는 더욱 알지 못 했다. p.149

 

암튼 박 선생이 잠깐 차를 마시고 가도 되냐고 물어본 후 자신의 스테인레스 보온병에서 차를 한잔 따라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옛날 영화관 아르바이트 시절을 이야기해 준다.

영화관 아르바이트의 가장 큰 장점이 뭔지 알아요?’

공짜 영화 보는 건가요?’

아뇨. 결말을 미리 본다는 점이었어요. 그 시절에 뭐가 그렇게 인생에 불안하게 많던지, 영화만이라도 결말을 미리 알고 싶더라고요. 그러면 나는 해피엔딩인 영화만 골라 볼 수 있잖아요.’

 

....‘...괜찮아지나요?’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엔딩이 어떻든 누군가 함부로 버리고 간 팝콘을 치우고 나면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끝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고 다만 여기, 여기의 온기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은 따뜻한 차를 마셨다. p.155~157

이 작품이 가장 여운이 남았다. 뒷표지에 이 글의 문구가 왜 있는지 읽으면서 납득했다.

 

여행의 시작 교직 생활 30년 후 퇴직한 그는 얼마 전 아내와 사별했다. 외롭던 그는 딸이 있는 프랑스로 떠나기로 했다. 아내가 가고 싶어했던 곳, 혼자 가는 비행기와 공항에서의 이야기... 쉽지 않은 여행의 시작 이야기...

 

오직 눈 감을 때 ...옛 연인과의 낯선 중국집에서의 저녁....칠성반점이었으면서 지금은 차이나향이 되어버린... ‘어향가지가 남다른 맛이었다는... ... 먹고 싶다. 나는 이 이야기도 쓸쓸하고 아련하고 너무 좋았다. 나의 최애 작품이다.

 

별것도 아닌 일로 정의 운운하며 핏대 높이고 싸우다가도, 실연하면 쉽게 동지가 되던 나이. 마흔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고, 서른이 되기 전엔 인생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조바심이 났다. 뭐는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사이를 휘청거리면서도 그 나이에만 허락되던 무책임과 자유를 방탕하게 누리던 날들. p.188

 

...그때 우린 왜 그렇게 없는 것이 많았을까? 그와 사귀는 동안에도, 이별하고도 한동안 나는 내가 만약 조금 더 가진 것이 많았다면, 미모든 재능이든 박애주의자같이 넓은 마음씨든, 우리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만약에,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내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더 사랑을 받았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나는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나 아인 나 아닌 무엇이 되기 위해 안달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나인 것을 온전히 좋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점점 더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잃어버린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오직 눈 감을 때에만 내게로 잠시 돌아왔다 다시 멀어지는 모든 것들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내 것인 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실해버린 그 모든 것들이. p.194~195

 

참담한 빛.... 부모 준비를 하는 어린 소년 소녀의 이야기... 그들이 온전히 가정을 꾸릴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

 

아무 일도 없는 밤.... 요양원에서의 끝을 앞둔 환자와 눈이 엄청 오던 밤 간병인이 옆을 지키던 이야기...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가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 따뜻했다.

 

... 이렇게 다 적고 나니... 이 작품들은 참 다 좋았다. 아련하게 슬프고 따뜻하고 애잔한 감정들, 여행의 이야기, 추억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한 이야기들이 예쁜 일러스트와 버무려 참 아름다운 책이 되었다. 글들도 참 아름다웠고.. 계속 소장하고픈 책이다.

민주는 스무 살 이후 자신의 삶이란 꿈꾸어왔던 것들을 조금씩 하향 조정하는 날들의 연속인 것처럼 느꼈다. ... 길을 잃지 않으려고 빵을 떼어 길가에 버리며 걸었다는 동화 속의 남매처럼 민주는 자신의 꿈의 디테일을 하나씩 버리며 걸어왔지만, 자신의 삶이 어디쯤 도착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떤 끝을 향하는지는 더욱 알지 못 했다.
- P149

....‘...괜찮아지나요?’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엔딩이 어떻든 누군가 함부로 버리고 간 팝콘을 치우고 나면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끝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고 다만 여기, 여기의 온기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은 따뜻한 차를 마셨다. p.155~157
- P155

...그때 우린 왜 그렇게 없는 것이 많았을까? 그와 사귀는 동안에도, 이별하고도 한동안 나는 내가 만약 조금 더 가진 것이 많았다면, 미모든 재능이든 박애주의자같이 넓은 마음씨든, 우리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만약에,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내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더 사랑을 받았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나는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나 아인 나 아닌 무엇이 되기 위해 안달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나인 것을 온전히 좋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점점 더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잃어버린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오직 눈 감을 때에만 내게로 잠시 돌아왔다 다시 멀어지는 모든 것들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내 것인 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실해버린 그 모든 것들이. p.194~195


- P194

별것도 아닌 일로 정의 운운하며 핏대 높이고 싸우다가도, 실연하면 쉽게 동지가 되던 나이. 마흔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고, 서른이 되기 전엔 인생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조바심이 났다. 뭐는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사이를 휘청거리면서도 그 나이에만 허락되던 무책임과 자유를 방탕하게 누리던 날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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