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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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드디어 3...

 

요즘 나를 가장 애태우며 기다리게 만드는 작품...

나온 거 보고 빨리 달려가 찾아읽었다.

계속 기다리던 작품이 나왔다길래 참지 못 하고 책 소개글을 먼저 읽어서 처음부터 이 편의 대략적 내용과 결말을 알고 읽게 되었다. ( 짜증이 살짝 났었다.)

2편의 끝이 바로 레누의 데뷔작 팬사인회.. 설명회 때 비아냥거리던 사람을 비판하던 니노로 끝난 거...가 뭔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3권의 처음과 끝은 적은 분량이지만 니노가 차지했다.

(그 놈의 니노가 뭐길래? 이렇게 매력적인 릴라와 레누.. 둘 다 정신을 못 차리는지 보고 있는 내가 속상했다.)

3부는 나이 든 시점에서 (4439일 생) 릴라와 레누가 2005년 쯤 동네 고향에서 질리올라의 시체와 마주하면서 예전을 회상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2부 막판에 릴라는 산 조반니 아 테두초의 브루노네 햄 공장에서 열악한 여공생활을 하던 모습으로 그려졌었는데 그런 여러 가지 일로 아프게 된 릴라가 쓰러져 레누를 애타게 찾는다며 파스콸레와 엔초가 레누를 찾아오고 레누가 릴라에게 찾아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릴라의 당시 삶과 레누의 삶의 모습이 펼쳐진다.

릴라의 공장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전쟁같았다. 당시 이탈리아 사회에도 한참 노동운동, 노조, 투쟁 등으로 갈등이 많았고 배웠다는 사람들은 이상적으로 그런 운동을 하기 위해 노동자와 접촉하려는 많은 시도를 보였다. 그들과 우연찮게 접촉하게 된 릴라는 전쟁같은 상황에서 한번도 삶에 타협하지 않았고 순응하지도 않았기에 이론만 짱짱한 이상적인 노동운동가들에게 엄청 자극이 되었고, 릴라도 원한바는 아니지만 노조에 가입하면서 자기들의 필요한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한다. 원래 남다른 똑똑함과 당당함이 있던 그녀였기에 자기 삶의 부당한 부분을 직시하고 문제점, 개선사항들을 찾아내고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병도 얻게 되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엔초와 함께 컴퓨터를 배우게 되면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잡게 된다.

레누는 명문가 집안이면서 어린나이에 대학교수가 된 피에트로와 결혼해 피렌체에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며 딸 둘을 낳는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하고 책도 낸 그녀지만 애 낳고 살다보니 실제 글도 잘 안 써지고 남편의 존중도 받지 못 한 채 갑갑한 삶을 이어간다. 그녀의 데뷔작은 인기가 제법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녀 소설의 야릇한 부분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속상하고 다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욕심과 허세만 가득찬 글도 제대로 써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간혹 고향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생활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각자 너무나 달라진다. 끝도 없이 부자일줄 알았던 사람이 알거지가 되거나, 부잣집에 시집가서 행복하리라 생각했던 누군가는 행복하지 않았고 너무나 비참한 삶을 살줄 알았던 릴라는 멋지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낯서 컴퓨터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고 과거의 적이라 불리던 사람과 멋진 동반자가 되었으며, 수줍고 연약했던 부잣집 아가씨는 노동운동가이면서도 테러리스트가 되질 않나, 순수한 어린 여동생은 동네 악의 축이라 생각했던 마르첼로 솔라라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이런 저런 모습들이 참 다채롭다.

실제 이 작가를 통해서 이탈리아 한 70년대의 격동기를 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할 수 있었고 노동운동, 여성들의 당시 현실, 이런 것들이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많이 와닿았다.

누군가는 레누의 데뷔작을 보고 이상하게 보았지만, 그녀 고향의 여자 친구들은 뭔가 성적인 부분에 대한 수치심 등을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서로 동료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암튼 여러 인간군상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캐릭터가 살아있고 삶의 이야기가 굉장히 입체적으로 펼쳐져서 정말 두꺼운 책이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멋지게 자리 잡아가는 릴라는 언제나 멋있지만 나는 이상하게 레누에게 동화되는지 릴라는 좀 무섭고 차갑고 지멋대로라 얄미운 부분이 있다. 이유야 있었겠지만 당연하게 릴라에게 자기 애를 맡기는 그런 태도.... 같은거?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면서 아직도 릴라에게 뭔가 벗어나지 못 하는 레누, 그렇게 잘났으면서 자신만의 껍질을 박차고 나오지 못 하고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지 모르는 레누가 답답했다.

그리고 다시 등장하는 니노 사라토레... 이 요물... 도대체 그는 얼마나 멋지길래.... 주변에서 다 넘어가는가? 릴라도 한 때 빠졌고, 어떤 젊은 여자도 니노의 아이를 낳았고, 니노는 부잣집 여자랑 결혼했으며(이쁘기만 하고 통하는게 없는 여자라.. 조금 고소했다...), 레누의 남편도 니노를 좋아하고, 실제 레누는 예전에는 릴라를 통해서 발전했다면 니노를 만나면서 다시 글을 쓰고 뭔가 한 단계 위로 발전하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은.... 속상하다. 그녀 자체로만 우뚝 설 수 없나?

이 책에서는 삼십대의 그녀 이야기...지만 중년의 이야기라고 적혀 있어서... 아마 지금의 내 나이대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이 3부가 아닐까... 한다.

사랑....내로남불이라지만.... 그게 뭐라고 모든 것을 던져 버릴 수 있는 사랑.. 그까짓거... 모르겠다. 나는 살면서 그렇게 아름답다고 할 만한 불륜으로 시작된 사랑 못 봐서 그냥 안타까웠다. 그 어떤 사람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봐야 불륜이다. 레누가 이혼하는 것이야 찬성할 수 있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충동적으로 되는 건 말리고 싶다.

 

.... 궁금해..마지막 4부는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어서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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