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여름부터 한번씩 들고 다니다가 ... 이상하게 틈틈이 정신없이 봐서 앞부분만 살짝씩 보았다. 레시피? 뭐야 요리책이야?...요리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접(?)해서 계속 앞장만 보다가 넣어둬~넣어둬~했더랬다. 근데 너무나 사랑스러운 표지 그리고 나도 딸이니까 알아야할 것 같은 제목.... 그리고 공지영님 책이니까.... 결국 날잡아 여유를 갖고 잘 밤에 읽었다......음.....그날 거의 못 잤다.

불을 끄고 작은 등 하나를 눈치보며 켜고 읽다가 울다가 웃다가... 책장을 우선 덮고(다음날 출근도 그렇고, 아껴 두려고) 잠을 청하고 다음 날 다시 펼쳤다.

첫 부분만 살짝 보고 괜히 단정짓고 안 봤으면 어쩔뻔 했나....싶은 생각이 들만큼 두번째 레시피 부터 내 마음을 많이 흔들었다. 작가 님의 삶은 알려진대로(물론 정말 작은 부분 밖에 모르지만..) 파란만장하시다. 그녀는 아주 어릴 때 엄마가 되었고 아직 오십대 초반이지만 서른 즈음의 따님 뿐 아니라 제법 큰 아들도 둘이나 있으시다. 몇년 전 강연장에서 뵈었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젊고 이쁘셨기에...아직도 그러실듯 하다.

공지영 님의 글을 대학 가서 처음 읽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였나? 정말 '고등어' 읽고 충격 받았다. 너무 매력적인 소설이고 그 때 주인공 노은림이 너무 마음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부터....'우행시', '빗방울처럼~', '네가~', '상처없는 영혼', '즐거운~', '수도원 기행'....암튼 공지영 님의 글의 좋아했다 싫어했다 욕도 했다가 이해했다가... 나혼자 사랑을 한거처럼 평가도 하고 애정이 많은 작가이다. 그녀의 결핍, 생활 덕분에 끊임없이 글들이 나와서 너무 감사하다. 정말 나도 늙어가고 또한 성숙해 가듯이 그녀의 글들도 더욱 삶의 깊이와 위트가 녹아나서 갈수록 좋은 것 같다.

이번 책은... 정말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그녀의 상처, 아픔들,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녀의 딸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자기의 몸을 소중히 여기라고, 관계에서 상처 받지 않고 거리를 두는 방법, 남자들과의 관계에 관한 거, 어떻게 젊음을 인생을 부딪치고 넘어지면서도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꼭지마다 간단한 레시피를 곁들여서.(이 레시피 정말 간단하다. 나는 요리책 보면 실습해보는 편인데... 넘 간단해 해장국을 시도해 보았으나... 요리는 작가님보다 내가 잘 한다는 걸 깨달으며... 그녀의 인생 노하우만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작가님은 독서도 많이 하시고 경험들도 다양해서 꼭지마다 참고한 서적의 내용들이나 에피소드가 너무나 와닿는다. 물론 알고 있었다거나 반복되는 것도 많았지만....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정말 인생의 온전한 경험 속에서 탄생한 정말 삶에 도움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내가 이제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나도 요즘에서야 알게 된 이야기들.... 이십대들.. 그녀의 딸은 엄마의 이런 이야기가 온전히 와 닿을까? 내가 어린시절 이런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렇게 공감하지 못 했을 거다. 살아보았기에 ... 정말 선배된 입장에서 해주는 이야기들....그녀가 끊이없이 글을 써주어서 너무 감사하고 ... 건강하게 계속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녀의 딸도 아들들도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인생은 불공평하니까 살기 쉬운 것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포인트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산다는 것은 걷는 것과 같아.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가장 의미있게, 가장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만들면 돼.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사랑한다. 이 불공평하고 힘겨운 인생에서 그래도 우리가 이 불공평과 힘겨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며, 오늘도 좋은 밤 -p.29~30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게 어떤 건지 쉽게 이야기해줄까요? 나보고 '뚱뚱하니까 살 좀 빼라'는 친구랑 다시는 놀지 마세요. 나보고 '너 얼굴이 왜 그렇게 크니? 하는 친구랑 다시는 만나지 마세요. '너 다리 굵어'라고 하는 친구랑 말도 섞지 말라고요. 이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너를 사랑하라. ...위의 저런 친구, 가족 들을 만나지 않을 수 없다면 거리를 두어라. 어렵지만 연습해야 해.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거야. 아이 같은 짓은 마흔이 되기 전에 멈추기.


어른의 임무 하나, '가는 것'

데이비드 리코는 자신의 책<사랑이 두려움을 만날 때>에서 이런 말을 했어.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이제 두 가지가 임무가 있다. 곧, 가는 것과 되는것(to go and to be)이다. 성숙을 위한 첫 번째 임무는 도전, 공포, 위험 그리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이다. 두 번째 임무는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건 그렇지 않건 간에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인정은 다른 사람의 마음 안에 나의 투사(projection)r가 함께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p.70

만나지 말아야 할 세 사람

폭력적인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 불행한 사람

신비하게도 늘 베풀어주던 모든 A는 늘 받기만 하던 모든 B에게 배신당한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무엇이라고 하는지 모르나 나는 그걸 '굴욕으로부터의 비뚤어진 탈출'이라고 불러. 늘 받던 B들은 늘 주는 A에게 그토록 원하는 것을 받으면서 마음속의 분노를 더 키워간다는 거야. 왜냐하면 B가 A에게 그토록 필요한 것들을 받을 때마다 B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모두 가지고 있는 A를, 가지지 못한 자신을 직시하게 되니까. 횟수가 거듭되면 감사보다 굴욕을 느끼기가 훨씬 쉬우니까..... 준다는 것, 받는다는 것, 이것은 참 어려운 일이야.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너 자신의 탓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어떤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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