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여자 위픽
최현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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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은 참 다양한 소설이 있다. 제목도 다채로운데 제목을 보고 내용을 상상했을 때 제대로 맞춘게 거의 없다. 충격적으로 안//

제목과 내용이 가장 안 맞는 소설 중 하나가 이 책이다.

창신동여자, 위픽 초창기 작품으로 제목도 많이 봤고 뭔가 괜히 코믹 내지는 재기발랄한 아줌마가 나올 것 같은 그런 제목이었는데... 전혀 예상에서 빗나갔다.

안 읽어본 유형의 이야기이다.

 

작가님부터가 독특하다.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소설가라고 하신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구술생애사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듣는 언니를 만나며 ~~ 그런 것도 있네요.’ 했는데... 신기하다.

 

창신동 여자는 요양보호사 및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했고,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사람, 특히 여성 홈리스의 생을 듣고 적어온구술생애사 작가이자 반빈곤 활동가인 최현숙의 주제가 고스란히 응축된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두려움 없는서사가, ‘눈곱’ ‘눈물’ ‘콧물’ ‘’ ‘똥오줌이 흐르는, 더럽고 폭력적이고 열악하고 혐오스러워 직시하기 힘든 빈곤의 민낯 앞으로 독자들을 밀어붙인다.

 

요양보호사 정희는 종로구 창신동에 사는 명수의 집을 처음 방문한 날부터 명수의 동거인인 지연의 걸리적거리는 시선을 느낀다. “뇌경색으로 두 차례 쓰러져서 오른쪽 편마비. 고혈압, 당뇨병, 곧 투석으로 이어질 신부전증, 전립선 비대증, 뇌출혈성 치매 초기. 국민기초수급자, 의료보호 1, 지체장애 중증, 노인장기요양 2등급. 방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5만 원. 재개발 철거 예정 지역. 도시가스와 냉방 시설 없음. 난방은 프로판가스, 취사는 휴대용 가스버너. 부엌과 욕실 없음. 마당 귀퉁이에 공용 재래식 화장실”(13)로 파악되는 명수의 여건에 비해, 지연은 의료보험증은 고사하고 주민등록 자체가 말소되어”(48) 주부습진 약 하나 의사에게 처방받기 어려운 미등록 상태. 정희는 클라이언트인 명수보다도 하등의 공적 권리가 없는 여자”(83) 지연의 시선을 수시로 의식하며 그의 마음을 사보려고 노력한다.

 

처음부터 여자가 더 신경 쓰였고 여자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돌봄 대상자는 노인이었지만, 내겐 일찌감치 그 여자네 집이 되었다”(48). 그러나 엇갈리는 시선만큼이나 좀체 좁혀지지 않는 두 여자의 거리. “같이 나자빠져 뒹굴면 여자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스스로는 절대 길바닥에 나가떨어지지 못하는 여자다. 잠깐 같이 나자빠져 있는 건 쓸데없는 연민임을 여자도 나도 안다”(90~91). 어느 날 명수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뒤 지연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미등록 상태의, “하등의 공적 권리가 없는 여자지연은 어디로 갔을까.

 

몇 해 전 한 북토크에서 최현숙은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맨날 떠오르는 게 내 인생이라, 계속 내 얘길 쓴다고 말한 바 있다. 노년 연구자 김영옥과의 인터뷰에서는 남의 인생을 듣고 그걸 해석하는 과정이 자기 해명의 과정이 되었다며, 이제 소설로 넘어가 팩트 중심의 이야기를 비틀거나 틈을 내면서 의제들을 꺼내고 싶다고 밝혔다(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이 작품에 붙인 작가의 말에는 빈곤 판에서야말로 사회적 위치니 교양 나부랭이 때문에 덮어두고 절대 꺼내지 않는 내 속 혐오와 역겨워함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빈곤 판으로 들어갈수록 내 속 지옥도 더 확인한다”(110)고 남겼다. 창신동 여자는 남의 생을 들여다보며 누구보다 내 안의 지옥을 치열하게 확인해온 작가가, 생의 엄연한 위계 차이와 결코 마음을 살 수 없는관계의 거리, 그리고 쉬이 해결되지 않는 자기 안의 숙제에 관해 쓴 작품이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어떤 르포를 보는 것 같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보는게 처참하고 미안할 정도로 그녀의 삶이 어마무시해서 차마 나의 표현으로 남기기가 송구하다.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참 힘들겠고, 그 대상들과 어떻게 교류하는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감히 소설에 평을 남기기도 미안한... 내가 뭐라고 그들의 삶을 가타부타하겠나.

아무튼... 충격을 안겨주던 글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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