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리커버, 양장)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행북클럽]

 

혼모노작품이 처음 나왔을 때 클럽 창비 미션으로 급하게 책을 읽었다.

급하게 읽기도 했고, 바쁜 시즌이기도 했고 내가 정신이 없어서인지 처음에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리뷰를 당장 쓰지 못 했다. 이후 작가 님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 좋았고, 이 책 또한 오래도록 베스트셀러로 남으면서 이 책은 나에게 열패감을 안긴다. 누구에게 말을 못 했지만 나는 썩 좋지 않았거든.

 

그러나 이번 독서모임 선정 도서가 되어서 1년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 하나하나 읽어 나가는데 ... 이게 이런 이야기였어? , 생각할 거리가 굉장히 많은데... 다시 읽어보니 독서모임 책으로 참 좋은 이야기들이다. 뭔가 결론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생각할 거리가 많고, 굉장히 다양한 소재, 다양한 전개는 시의성도 적절하고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7편의 단편... 이제 보니 하나도 버릴게 없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의 화자 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김곤을 좋아하는 소위 ”(12) 팬들의 모임 길티 클럽의 회원이다. 김곤은 과거에 저지른 어느 사건으로 대중에게 윤리적 질타를 받고 있지만, 길티 클럽의 회원들은 그 사건을 덮어놓고 쉬쉬하는 것이 진짜팬의 역할이라 여긴다. ‘역시 진짜가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사건을 부정하지만, 정작 김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자 자기 안의 무언가 터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훗날 방문한 치앙마이의 한 동물원에서 호랑이 만지기체험을 하던 중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이처럼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팬덤 문화를 통해 길티 플레저라 불리는 이율배반적 욕망을 핍진하게 다뤄내는 한편 우리가 손쉽게 ’(진짜)으로 여기는 것들의 이면에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나도 한 때 좋아했던 유명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누구에게 말은 못 하고 안타깝고 괜히 부끄럽고 속상했던 기억이 들고 했다.

 

스무드는 세계적인 미술가 제프의 에이전트이자 재미 한인 3세인 듀이가 난생처음 한국을 방문해 겪게 된 하루 동안의 일을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을 뱀술이나 개고기를 파는 상점이 즐비한 우범지대”(69)로 여길 만큼 무지했던, ‘진짜미국인보다도 더 미국인 같”(69)은 그는 제프의 작품 전시를 위해 찾은 한국에서 길을 헤매다 우연히 성조기와 타이극기를 든”(84) 이들의 행렬 속으로 섞여들어간다. 축제”(86)의 현장에서 따스하고 온정이 넘치는 노인들을 마주하며 그는 한국에 유대와 소속감을 느끼게 되지만, 조건 없는 온정을 나누던 노인이 광화문 광장을 일컬어 이승만 광장이라 부르는 순간 불안도 결핍도 매끈하게 깎여나”(82)가 구()의 형태를 띤 제프의 미술품처럼 소설을 즐기고 있던 우리는 마음 한편에서부터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태극기 부대, 뭔가 갑갑하면서 쉽게 이야기를 풀기 힘든 세대 간의 갈등을 이렇게 풀어내는 작가 님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표제작 혼모노의 화자인 30년 차 박수무당 문수는 어느 날 신령으로 모시고 있던 장수할멈이 자신에게서 떠나갔음을 깨닫는다. 때마침 앞집으로 이사 온 스무살 남짓의 신애기할멈이 넌 너무 늙었다”(145)더라며 자신에게 왔노라 말하고, 이는 자신의 신앙이 진짜라고 믿고 있던 문수에게 믿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문수는 가짜무당으로나마 살아가려 진짜인 척 분투하지만, 모형 작두를 구하는 와중에도 선무당이나 하는”(122) ‘오늘의 운세란 만큼은 맡지 않으려 하고,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120)며 조소하는 신애기를 염오하면서도 그 집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마음을 쓰는 그는 진짜가 무엇이고, 그것은 정말 가짜와 분리된 자리에 따로 존재하는지”(해설, 양경언) 자꾸만 자문하게 된다.

무당, 신이 떠난 30년 된 무당은 이제 무당이 아닌가?... ‘장수할멈나쁜데... 색다른 소재와 멋드러진 전개가 표제작이 될만큼 뛰어난 작품인 것 같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남영동 대공분실을 바탕으로 그토록 잔악무도한 건물을 설계한 이는 누구인가를 일종의 추적 다큐멘터리처럼 다뤄낸 팩션이다. 읽는데 좀 인간이 무서웠다. 합리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잔악무도한 설계, 주어진 일이라면 거기에서 가치 판단 없이 효율만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 맞을까, 과연 인간적인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들었다.

 

우호적 감정지역 재생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인물들이 아이디얼한”(211) 뜻을 품고 귀촌한 이들과 만나 서로의 민낯을 확인하게 되는 , 수경, 알렉스... 뭔가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을까. 씁쓸한 뒷맛을 안긴다.

 

잉태기임신한 자식의 원정 출산을 앞두고 며느리와 시부가 적나라한 욕망의 다툼을 벌이는 세태소설로 이런 며느리와 시부 관계는 처음 봐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더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인물들, 그래도 그들의 부가 많이 부럽던데.

 

메탈고등학교 시절 메탈 밴드를 함께했던 세 친구가 현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애틋하게 풀어냈는데... 청소년 소설, 성장소설의 매니아인 내게는 애틋하고 정감있게 여겨져서 이 작품도 참 좋았다.

 

다시 읽어보니, 이 책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모두 진짜가짜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혼모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제목이다. ‘혼모노란 일본어로 진짜를 뜻하는 단어 本物’(ほんもの)의 음차 표기로, 한때 인터넷상에서 진상이나 오타쿠를 조롱하는 신조어로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다. 작가가 한 인터뷰를 통해 본디 긍정적인 뜻을 지닌 이 단어가 변질된 의미로 사용되는 것처럼 거짓일지라도 다수가 믿으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지금의 시대상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다시 읽으며 새롭게 의미를 되새겨보았던 독서. 성해나 작가님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