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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 ㅣ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평점 :
나는 오랜 세월 유홍준님의 팬이다.
학창시절 학교 젊은 여샘들이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를 들고 답사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 자라 대학생이 된 여름방학부터 나의 절친과 겁 없이 책 들고 무작정 해남 강진부터 떠났다가 온갖 고생과 실수들로 풍성한 답사의 추억을 쌓았던 날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2000년대 초반 나온 화인열전(나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도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새롭게 다시 나온다고 하니 어찌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미술 관련 책을 좋아한다. 그림도 아름답고 그에 얽힌 이야기는 신비롭고 흥미롭다. 그동안은 아무래도 서양 명화 관련 책이나 외국 작가들의 이야기를 주로 읽었다. 작년 미술책 관련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 그림 관련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우리 그림 관련 도서가 참 좋긴 했는데, 몇 권 보지 않은 우리나라 관련 그림 책들의 그림이나 내용이 너무 한정적이고 특히, 작가 관련 내용이 정말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작가님이 하나 씩 내주신다니 정말 감동이고 엄청 기대가 된다.
이 책은 자세한 겸재 작가님에 대한 몰랐던 삶에 대한 일대기도 있어 흥미롭고 좋지만 정말 많은 그림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경 산수화의 대표작 금강전도, 인왕제색도는 말할 것도 없고 책에 나오는 다른 모든 작품들이 초기작부터 이후의 작품까지 어디 하나 좋지 않은 게 없다.
겸재 정선이 한미하지만 양반 출신이고, 84세까지 장수했으며 40대 후반에야 겨우 벼슬을 얻었고 오래도록 누구보다 그림을 많이 그렸고 진경산수를 개척했던 그가 이름에 걸맞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것은 환갑이 지난 노년에 이르러서였다는 그 많은 이야기들은 사실 처음 알게 된 게 너무 많다. 대기만성형 겸재 님을 보면서 나도 살짝 자신감과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많이 들었던 진경산수화는 무얼까? 진경산수라 불리는 이유는 당연히 그림을 잘 그리지만 단지 겉으로 보이는 형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신(대상의 외형뿐 아니라 그 정신까지 담아 그려내는 것)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란다. 우리 나라의 자연, 산천을 외형은 물론이요 우리의 정신까지 담긴 그림이라는 말이려나.
그리고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작가 님이 정말 많은 벗들과 끊임없이 서로를 아껴주고 시와 그림을 나눈 덕분인 것 같다. 책에 나온 많은 그림들 중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이 유독《경교명승첩》에 담긴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것은 사천 이병연이 시를 써 보내면 겸재가 맞추어 그린 그림과 양천을 중심으로 한강변의 풍경을 그린 그림 등 총 33점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존조차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작품 중 개인 소장인 경우도 많은데, 모두 귀히 여기고 서로 아끼고 나눈 세월의 흔적, 교류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혼자 생각해보니 여러모로 겸재는 참 잘 사셨고 행복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좋은 벗들도 많았고 선물도 많이 하시고 벗들도 그 작품들을 귀히 여기기고 소중히 간직하고 이렇게 후대의 우리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밝고 화사한 색감의 그림을 유독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그림들이 다 서양화였다. 진짜 우리 그림의 맛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인지 이제 그 은근함과 담백한 멋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더 많이 알고 사랑하게 되길.....아무튼 너무 좋은 기획, 좋은 작품 감사할 따름이다.
유작가님 건강을 기원하면서 다음 나올 작품도 더욱 기대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