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위픽
임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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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면서 아쉽고 뭔가 몽글몽글해지던 고운 책.

위픽에 꽂힌 요즘 아주 기대하며 읽은 책인데 기대보다 더욱 좋았다.

 

출판사 소개 - 0000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거나 슬퍼할 감정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87)의 주인공을 상상하며 시작된 소설이다. 소설은 통장 잔고 0, 인간관계 0, 행동반경 0킬로미터, 메신저 알림 0”(59)인 주인공의 외롭고도 고요한 죽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온통 회색인 낯선 지하실에서 눈을 뜬 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 지대로 나를 납치한 검은 고양이와 만난다. 길고양이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활동하는 특수요원 고양이 오후는 나에게 존재감을 없애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제안한다. 오후는 너만큼 존재감 없는 인간은 발견하지 못했”(18)다며, 어떻게 하면 인간들의 눈에 띄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배우고자 한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텔레비전을 끄고, 방 안에 있으면 들어와서 불을 끌”(37)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했던 나는 오후의 제안을 듣고 생각에 잠긴다.

어린 시절 기 수련원에서 배웠던 기의 공 만들기, 벤치나 가로등처럼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42) 적막함을 가진 사물이 되기. 오후와 나는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고양이를 고양이이게 하는 모든 것을 비워내는 연습을 한다. 오후와 나는 서로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내 결론을 내린다.

스스로 아픈 줄도 모른 채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버렸던 나는 예고 없이 뛰어들어오는 바깥의 환상을 맞닥뜨리고, “자유롭고 어디로든 갈 수”(71)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그들은 다음에 또 만나자”(76)는 인사를 건넨 뒤 뚜벅뚜벅 걸어 눈부신 빛의 방향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 인물의 이야기라니...

존재감이 없고 항상 사람들이 몰라보던 ... 아니면 누구누구 닮았다는 소리를 누구보다 많이 듣고 살았던 내 이야기 같아서 너무 공감이 갔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결혼식이었는데 너무 주목을 많이 받아서였다.

항상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았고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이 맘 속에 없지는 않겠지만 주목받는 그 순간을 견딜 수 없이 힘들어하던 나.

기 수련원 같은 곳에서 배운 적이 없지만 나도 그런 것을 배우고 싶었던 건 아닐까?

너무나 외롭고 쓸쓸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 눈길이 간다.

 

아마 나도 존재감이 있고 싶었는데 없으니까 존재감을 더 의도적으로 없애려고 노력한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자유롭고 어디로든 갈 수있는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참 좋은 책.

외롭고 쓸쓸했지만 ... 몽글몽글 아름다운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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