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드 소설Q
이주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클럽창비의 미션책으로 만난 해피 엔드북클럽은 하면 좋은 점이 아주 많지만 가장 좋은 점은 이런 모임이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아니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고 강제로 어떻게든 읽게 된다는 점이다. 이 작가 님과 이 책도 2월 미션 도서라 읽게 되었는데 참 좋았다. 이 책은 미션도 굉장히 좋았는데 읽고 나서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거였지. 책은 두껍지 않아서 좋다. 읽고 나서 찾아 본 책소개에는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 흘러가는 삶의 순간을 포착하여 특유의 귀엽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김준성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두루 받고 있는 작가 이주란의 신작 소설 해피 엔드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여덟번째 작품이라고 적혀 있다.

 

최근에 나는 위픽 시리즈에 꽂혀 있는데 창비에서도 경장편 시리즈 소설Q가 있었구나.

 

이 책의 시작은 참 우울했다. 뭔가 축 처져있고 우울한 것만 같은 이의 휴가인데 참 우울하고 윗집 이웃이 돌아가셨고 가장 친했던 친구와 이별한 이야기가 나온다. (벌써 2년 전에)

나는 참 우울한 이야기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인데 요즘 읽는 대부분의 책 속에서 주인공들은 다 우울하고 상황이 안 좋다. 외롭고 사유하고 가난하고 찌질해야만 주인공이 되는지 아니면 작가가 되는지 아니면 그렇게 시작해야 반전이 있고 감동이 있고 발전이 있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지.... 물론, 우울이 싫다면서도 보고 있는 요즘 우울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다 재미있게 읽었다. 나도 글이 쓰고 싶은데, 이왕이면 밝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밝은 이야기는 매력이 없나?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고,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이야기를 쓰는 건 안 될 일일까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출판사 리뷰로 보는 줄거리

기주는 한때 각별했지만 지금은 멀어진 친구 원경에게서 문득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느냐는 연락을 받게 된다. 원경과의 다툼이 있고 26개월 만에 온 연락이었다. 과거 원경은 결핍이나 부족해서 감추고 싶은 마음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였고, 그런 원경이 삶에서 빠져나갔다는 것이 기주에게는 오랜 시간 괴로운 일이었다. 원경과의 만남부터 시작해 다투던 순간 그리고 그 다툼의 현장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사람들까지도 곰곰 떠올려보던 기주는 원경을 만나러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원경은 기주가 사는 곳으로부터 꽤 먼 곳에서 까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애인인 상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는 기주의 여행에 동행하는 이는 뜻밖에도 회사 동료인 장과장이다. 회사에서도 곤란할 때면 침묵하는 습관이 있는 기주에게 장과장은, 말수가 적은 기주와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주가 늘 궁금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여름옷을 모두 빨아 푹푹 찌는 날씨에도 기모바지를 입고 출근하기도 하지만 회사 공장에서 머무는 강아지 가니를 누구보다 성실히 돌보기도 하는 장과장에게, 기주는 가는 길은 두렵고 돌아오는 길은 외로울 것 같아서동행을 부탁하게 된다. 중소기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장과장은 기주와의 여행 역시 브이로그에 담아도 되겠느냐고 묻고, 이를 기주가 승낙하면서 둘의 짧은 여행이 시작된다. 둘은 장과장의 조부모 집에 들르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우연히 장과장의 채널 구독자들을 만나기도 하며 원경의 까페에 다다른다. 막상 도착한 그곳에서 가장 처음 마주한 사람은 원경이 아닌 원경의 어머니였고, 기주는 그녀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인생이란 그렇던데.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가 없던데.”

가장 가까웠지만 가장 큰 상처를 준 원경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끝내는 원경을 찾아 나선 기주이지만, 사실 해피 엔드에는 기주와 가까운 곳에 머물며 기주에게 크고 작은 위로를 건넨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 곳곳에 서서 조금쯤 차가워진 기주의 마음을 미지근한 온도로 돌려놓곤 한다.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연인 상우, 품삯으로 못생긴 과일이나 달라고 하는 기주 어머니에게 기주는 예쁜 것을 먹어야 한다며 좋은 과일을 내놓는 황선아 아주머니, 여름휴가 기간에도 동네에 머무는 기주를 보고 휴가는 가지 않느냐고 묻는 편의점 사장님, 시끄러운 단체 손님들에게 떠밀려 가게를 나서게 된 기주에게 사이다를 서비스로 주며 미안해하던 전집 직원, 기주에게 향한 아버지의 폭력에 분노를 표하던 옆집 남자, 네 삶을 살라며 자신을 책임지지 말라고 해주었던 어머니 그리고 여행을 마치며 자기가 같이 오길 잘했느냐고 묻는 장과장까지.

기주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문득 기주가 삶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이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가까운 이웃들이 나눠주는 소소한 마음, 전혀 모르는 이로부터 받은 친절 그리고 드물게 받곤 하는 타인으로부터의 아주 큰 위로가 우리의 삶에도 분명 존재한다. 이주란은 이렇듯 스쳐 지나가기 쉬운 삶의 장면들을 붙잡아두고 그 위에 조심스레 돋보기를 올려 세밀하게 관찰한다. 새들의 마음까지도 걱정하는 시선으로, 이웃에게 얻어먹은 수프 그릇을 잘 씻어둔 장면을 따스하게 그려내는 마음으로. 그렇기에 이주란 소설 속 인물들이 건네는, 그들 스스로는 아주 작은 것이라고 생각한 마음들이 기주를 거쳐 우리에게 닿을 때는 그 온도가 몇배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미지근하게 기주의 마음을 덥혔던 그 마음들이 따스함으로 번져, 이 소설의 결말을 마주할 무렵에는 자연스레 지금 이 이야기를 손에 쥔 우리가 마주한 것이 곧 해피 엔드라고 떠올릴 수도 있겠다.

 

읽는 동안 챕터마다 생각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미션이 있었다고 했지.

처음에는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도 참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친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항상 내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절친이 있었다.

그 순간에도 알았었다. 이 친구들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그래서 우리 10년 뒤에도 친구하자며 카드에 쓰곤 했었는데 지금 그 옛날, 아주 어린 시절의 친구들은 지금 내 옆에 없다.

그 친구들이 생각이 났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절친들 뿐 아니라 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렇게 가난하고 가진 것도 없었고 상실과 비교 등을 통해 눈물났던 날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었던 따뜻한 사람들과 우리 가족들의 모습과 이웃들의 모습, 그리고 때때마다 만났던 많은 인연들과 친구들과 그리고 항상 아파하고 허구헌날 고민 많고 기도 많이 하면서 성장하고 울고 웃던 나까지.

젊은 작가의 책인데 이렇게 옛날 생각 많이 하게 하다니...

그래서 참 고맙게 잘 읽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편지도 많이 썼다. 취미가 편지였던 문학소녀가 다시금 깨어났다고 할까? 그리고 이 작품은 추천평이 참 아름다웠는데 추천평을 써주신 우다영 작가님의 글도 찾아 읽고 싶다.

시절 인연... 최근엔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항상 행복하길 바라는 나의 시절 인연들... 많이 고맙고 감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