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
고선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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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경 시인을 지난 바다도서관에서 만나고 괜한 내적 친밀감을 느끼다 작가 님의 산문집을 만났다.

... 상큼하다.

반짝반짝 빛나고 톡톡 터지는 사탕을 입에 넣고 굴리고 있는 것 같은 청량감, 그럼에도 젊음과 청춘의 고민과 방황이 느껴진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귀엽게만 느끼기는 미안한 그 시절의 고뇌, 불안, 방황... 그 청춘, 젊음에는 나도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지나가면 그립지만 그 시절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름답고 산뜻한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처럼 적어나가는 작가 님의 언어 구사력, 색다른 표현력이 정말 질투가 날만큼 부럽다.

예쁜 말들의 조합에 그칠 수도 있지만 그런 애들을 말 되게 엮는 것 또한 어마무시한 능력 아닐까?

 

작가 님은 젊은 날의 글도 좋고 앞으로의 시간에 펼쳐질 글들도 기대가 된다.

 

어떻게 발전하실까?

어떻게 표현해 나갈까?

 

청량한 젊음의 작가는 앞으로 어떤 글로 나아갈까?

많이 궁금해지던 행복한 읽기였다.

 

시인이 수년간 블로그에 연재해온 일기에 때때로 기록한 메모, 새로 쓴 원고들을 더해 엮은 이 책에는 이십대 청년으로서 그가 줄곧 그려온 알록달록한 마음의 무늬들이 수놓여 있다. 심상한 듯하다가도 때때로 일상을 압도하는 고뇌, 등단을 준비하며 겪었던 자신과의 치열한 사투, 마침내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시인으로 발돋움한 뒤에도 왜인지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괴로움이 두루 담겼다. 때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거센 우울이 역풍처럼 찾아오지만, 그것에 함락당하지 않고 버텨내려 애쓰는 고선경만의 꼿꼿한 긍정의 자세가 글자의 틈새마다 시리게 빛난다.

 

1아침에 일기를 쓰는 건 기분에 좋다’ - 방황과 헤맴의 여정을 청춘이라는 단어로 단정 짓기 이전에 그 면면을 상세히 들여다본 시인은 모든 의식의 밑바탕에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마음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면서 기대와는 달리 매몰찬 세상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글쓰기를 택한 시인의 모습

2시는 써야겠고, 슬프네에는 본격적으로 시쓰기에 몰두하는 모습. 누구보다 치열한 습작생 시절을 보냈다고 자부하면서도, 매번 쓸 때마다 새로운 난관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내밀한 모습. 몰아치는 수치심과 자기혐오 속에서도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를 멈추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삶에 관한 애착.

3심장을 꺼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에서 고선경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연연하며 의기소침해지는 스스로를 인지하면서, 이제는 무언가를 증명해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힌다.

4그래, 이것을 첫눈으로 여기기로 한다에서는 영영 떠나버린 상대를 향한 진득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소중한 줄도 모르고 흘려보낸 이십대. “남부럽지 않게 치열했고 외로웠고” “이따금 짜릿했던”, “너무 찰나여서 영원에 가까운그 시간들을 곁에서 함께해주었던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즐겁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운 얼굴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아끼는 모든 존재를 그러모아 문장으로 죽 나열해본다. 앓고 난 뒤에 말끔해진 사람의 태도로, 생일파티 초대장을 건네듯 무겁지 않은 투로, 그러나 얼마간의 절실함이 녹아 있는 목소리로 고선경은 우리를 그 문장의 세계로 기꺼이 초대한다. 자주는 말고 가끔만 오라고청한 뒤에 뒤늦게 덧붙인다. “안녕, 여기가 나의 세계야. 물론 전부는 아니야.” 이 망설임의 틈새에서 다채로운 일상을 함께 경유하게 될 독자분들을 환영한다. 어수룩해서 애달팠던 과거의 나를 맹렬하게 통과해간, ‘청춘이라 뭉뚱그려 명명하기 아까울 정도로 소중했던 삶의 낱장들을 저마다 되짚어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작가 님도 수치심과 혐오감에 시달리시구나... 참 글쓰기는 쉽지 않고, 만족의 영역은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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