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사랑니 TURN 4
청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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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작가님을 오렌지와 빵칼로 만났다.

아니... 그 책 너무 신선했다.

소재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반전과... 마지막 QR코드로 만나는 보너스도...

 

이 책 또한 제목부터 신선하다.

낭만... 사랑니(?) ... 이 요상한 조합 무엇?

 

염라대왕에게 어느 날 충치가 생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치아가 필요하게 된다. 이 치아를 찾아오는 이에게 10대 제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천상계 외근직 16나한들은 엄청 경쟁하게 되고 그 중 수보리와 나호라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한편 1년차 치위생사 이시린은 과장의 폭언과 선임의 태만, 환자들의 난동을 눈감고 참아내고 보람도 없고 낭만도 없이 살고 있던 와중, 환자의 발치 사랑니를 버리러 간 지하 폐기물 센터에서 뭔가 이상한 사람(변장한 수보리)을 만나고 나쁜 환자로부터 지켜주고 직장 상사 혼내기와 완벽한 사랑니 제공이라는 거래를 성사시킨다.

그 와중 눈 질끔 하던 자신의 행위는 아버지를 피해자로 만들고 병원의 과잉진료로 인한 문제는 시린에게 떠넘겨질 위기에 처하면서 시린은 잃어버린 낭만을 찾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힘들기만 한 일을 돌아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정말 가독성 최고.. 흥미진진 너무 재미있게 읽혔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너무 귀엽잖아.

 

불교계 제자들을 염라의 제자로 비틀고 천상계와 인계를 넘나들며 삭막한 노동 현장, 각박한 현실 세계, 부조리한 삶과 초현실적 존재들의 초월적인 이야기들을 버무러져 유쾌하고 통쾌하면서 뭔가 낭만 넘치는 신나는 이야기... 작가님.. 정말 이야기꾼이시구나. 다시 한번 주목해보며....

 

행복했던 독서였다.

 

 

그대의 삶에는 낭만이 없구나

 

처음이 곧 마지막인 것들이 있다. 시간, 첫사랑, .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치아다. 천상계에서 전 우주를 호령하는 초월적 존재 염라에게 고민이 생긴다. 바로 백색왜성을 너무 많이 먹어 충치가 생긴 것. 10대 제자들(사리불, 아나율, 아난과 마하가섭 외)은 염라의 임플란트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치아나 뼈를 찾아오라 지시한다. 천상계 외근직 16나한은 10대 제자로 승진하고자 이 지시를 수락한다. 이로써 라이벌 수보리와 나호라의 각축전이 발생한다.

한편 인계에서 신입 1년 차인 치위생사 이시린은 용기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군말 없이 과장의 폭언과 선임의 태만, 환자들의 난동을 참아내던 시린. 타인의 부정에 쉽게 눈을 감고, 나의 안위만을 위해 정의롭지 못한 삶을 이어간다. 의료인이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환자들을 싫어하고 때때로 증오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삶이 더 이상 즐겁지가 않고 노동에서도 보람을 느낄 수 없다. 시린은 환자의 발치 사랑니를 버리러 간 지하의 폐기물 센터에서 천상계의 16나한 중 수보리를 만난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영험한 기운을 내뿜는 그로부터 사랑니를 주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듣고 그럼 나쁜 환자로부터 저를 지켜주시고, 직장 상사들을 혼쭐내달라고 답하며 거래를 성사시킨다.

소원 성취를 위해 완벽한 사랑니 찾기에 매달리던 중, 지금까지 일하며 묵묵히 감내해온 부당과 불의로 인한 후폭풍이 결국 자신의 아버지를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늘 그랬듯 맞서 싸우기보단 홀로 분을 삭이기로 한 와중에 그동안의 과잉 진료가 불러온 지역 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과장은 알아서 잘 처리하라며 사실입니까?”를 연발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마이크 앞으로 시린을 떠미는데…….

시린은 안전하지만 찝찝한 은폐와 위험하지만 개운한 폭로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인간을 아끼는 온 우주의 뜻은 거칠고 각박해진 시린의 가슴을 적실 수 있을까? 쳇바퀴 같은 삶, 과연 시린은 잃어버린 낭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작가는 박하디박한 한국 노동사회, 과연 근로자인 우리에게 낭만은 영영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월급쟁이로 살며 고막에 맷집이잡히고 연애, 결혼, 연봉, 진급등 평소에는 사방이 암흑이라 본인이 꺼진 줄도 몰랐지만 환하게 타오르는 불을 목격하는 순간이 오면 혹시 나만 꺼져 있는 걸까 조바심이 나는 그렇고 그런 청춘의 현실. 그러나 사실 온 우주의 초월적 존재가 나를 굽어살피고 있다면? 시린에게 나호라가 말했듯 마음은 강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작품의 배경 또한 건강을 돌보고 삶을 가꾸는 병원이니 이 소설로 인생을 치유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고 작가는 덧붙인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각자 생의 가장 중요한 과업에 대해 골똘히 궁리하게 만드는 소설 낭만 사랑니는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획기적 전개로 캐릭터의 입체성과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다 똑같아 보이는 사람과 인생 가운데서도 매복 사랑니 하나의 비밀과 희망은 존재하므로, 고군분투 뒤의 행복을 믿는 작가의 힘찬 응원이 독자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이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 똑같은 건 없구나.’ 오직 번호와 명칭으로만 분류했던 입 동굴 속의 세계에서는 다양한 비밀이 움트고 있었다. 손끝이 닿는 것에 관심을 가지자, 세계는 빠른 속도로 확장됐다. 시린은 업무가 아주 조금은 즐거워졌다. 무의미하게 희생만 하는 직업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생각할 거리가 많은 환경이었다. 그건 치아뿐 아니라 인계의 모든 것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도 갖고 있는 매복 사랑니 하나를 혀로 훑어보았다. 아직 치아가 나오기 전이라 잇몸 속의 단단한 고체감만 느껴졌다. 이 사랑니는 어떤 모양으로 자라나게 될까. 언젠가 마주할 자신의 미래도 반듯하기를 바랐다 _본문에서(yes24에서 정리 된 내용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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