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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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창비 덕분에 만난 작가.

 

내가 먼저 읽은 것은 이 작품이다.

 

짧다. 내용도 간단한 편이다.

그런데 너무 읽기도 좋았고 감정선도 좋았다.

 

작가의 말이 참 좋더라.

젊은 작가 님의 예스럽고 멋스러운 글과 배경, 집 들도 참 좋았다.

(작가 님은 옛 책과 건축물을 애정하시어 곳곳에 멋스러운 고어와 건축물을 따스하게 담고 있어 이 작품으로 작가 님에게 반하게 되었다.)

 

소설 속 이야기는 기하와 재하라는 두 사람이 한 시절을 저마다의 기억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홀아버지 밑에서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싶을 정도로 귀한 아들이었던 기하. 그러던 어느 날, 19살 그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새어머니(라고 쓰고 저기라고 부르는)와 여덟 살 더 어린 재하다. 고등학생인 기하에게 갑자기 생긴 가족이 반가울 리가 없다. 사춘기 시절 모두가 그렇듯 기하는 새어머니에게도, 동생 재하에게도 다가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새어머니와 재하는 기하에게 무던히 정을 주고자 한다. 그마저도 기하는 애쓰는것 같아 불편해하지만. 그러나 기하도 중국 냉면의 땅콩 소스가 풀어지는 듯한 감정을 조금씩 가지게 된다. 그러다 뜻밖의 사건으로 기하가 새어머니와 재하에게서 멀어지게 된다. 원인은 아버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재하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며, 감정의 끈이 끊어지고 만다. 정작 자신은 새어머니의 애쓰는 모습을 가장 힘들어했으면서 말이다. 한편 새로운 인연이 힘들었던 건 초등학생 재하도 마찬가지였다. 비정엔 익숙하지만, 다정엔 낯설었던 어린 재하는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형 기하를 부러워했다. 형이 좋아하는 중국 냉면을 맛도 모르지만 따라 먹고, 새아버지에게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4년을 살았다. 그 사이 형에게 상처받은 엄마의 등을 받아주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기하와 재하에겐 과연 서로가 어떻게 기억되고 있었을까? 감정의 온도는 다를 수 있지만, “꿈결같이 묘연한 한여름의 오후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 중 하나로 그 시절을 꼽고 있을까? 그들의 이후는 소설의 끝까지 달려야 알 수 있다. 피를 나눈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들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진정한 가족이었는지는 충분한 여과의 시간이 필요로 할 테니.

누구나 한 번씩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기분을 주는 인연을 만난다. 야박하게 시절인연이라고 단정 짓기엔, 어쩌면 삶의 가장 반짝이는 순간들이 이 두고 온 여름에 녹아 있다. 누군가에게는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는 사진들처럼 말이다. 소설 속 가족을 따라 인릉을 서성이며, 그들이 만든 가느다란 연대의 길이를 가늠해 보기를.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어느 새, 기하와 재하처럼 나의 흘러간 인연 속에서도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소설의 마지막 장을 쓸 때마다 내가 두고 온 인물들이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평온하기를 빈다. 나도 모르는 세계에 그들만 남겨두었다는 죄스러움을 사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삶이 마침표로 끝나지 않고 쉼표로 남아 오래 흐르기를 희원하기 때문이다.

 

두고 온 여름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하와 재하도 그럴 수 있기를, 그들이 살아갈 나날이 더욱 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곳에서 기하와 재하는 몇번의 여름을 맞을까.

몇번의 사랑을 하고, 또 몇번의 이별을 준비할까.

나는 어떨까.

이 소설을 읽는 당신은.

 

우리가 맞을 무수한 여름이 보다 눈부시기를.

어딘가 두고 온 불완전한 마음들도 모쪼록 무사하기를.

바란다.

 

20232

성해나

 

이번에 알게 된 작가님.... ‘혼모노를 다시 읽게 되면서 더 사랑하게 되었다.

찾아 읽는 작가로 등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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