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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도서관에서 본 책등에서... 뭔가 제목이 꽂혔다.
그래서 잡게 된 책, 나는 처음 접하는 작가였다.
검색을 해보니 평이 제법 좋아서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다.
너무 술술 읽힌다. 뭔가 내가 소설의 ‘나’가 된 것 마냥.. 내가 글쓰기 교실에 다니고 있는 것 마냥, 내가 시옷이 된 것 마냥... 그냥...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삶의 파편들을 이어 붙이려는 한 편의 무모하고도 찬란한 이야기
‘나’는 공황장애로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하는 과호흡이 찾아오는 사람이다. 정신과 상담에서 ‘일기쓰기’를 권유 받는데 우연히 검색 중 발견하게 된 문구.“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16면)에 마음을 뺏겨 연희방글스튜디오의 저녁 일기쓰기 교실에 등록한다. 선생님 ‘림자’의 안내로 마웨, 고슴, 되, 시옷(나)의 일기쓰기가 화요일마다 이어진다.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그녀에게 많았을까 하고픈 말이 쌓여 이제 넘치기 직전이었을까 그냥 쓰면 될 줄 알았던 글이 ‘나’로 일기를 쓰니 안 써진다. 그리하여 ‘시옷’이라는 화자를 앞세워 이야기를 써 나간다.
한 남자가 사라지고 한 남자가 쳐들어오며 한 남자가 잉태되고 한 여자아이가 ‘사내자식’으로 둔갑한 그 해의 기억... 1980년..강렬했던 그 해 열 살 아이 시옷의 이야기를...
읽은 동안 너무 흥미진진해서 금방 읽힌다. 금방 읽히고 쉽게 읽히는 글이 쓰기 어렵다는데... 작가 님을 아주 여렵게 쓰셨을까 술술 쉽게 쓰셨을까... 시대가 시대인지라 시대적 이야기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공존하면서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 했던 시대의 혼란, 가난, 아버지의 부재, 소년으로 보이고 싶은 비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밝힐 수 없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가 긴장감있게 쓰여 있는데 그곳에서 누군가는 떠나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위로가 되고, 또 누군가는 상처를 주기도 아픔을 나누기도 하면서... 자신이 미워하고 아파하면서 욱여 놓았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일기 쓰기 중의 일기가 많은 이야기이지만 실제 그 ‘일기’를 쓰고 서로 낭독하고 봐주는 수강생들의 각자의 사연들과 함께 응원하고 이어 써 가면서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다.
읽는 동안... 일기 쓰기가 하고 싶어졌다.
내 안에도 웅크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데... 암튼 참 쉽지 않다.
이 작가님 처음 뵙는데 아주 흥미로웠고 글이 너~~무 좋았다. 찾아 보아야겠다.
차례... 자체가 시같아서 남겨본다.
1부 봄은 봄을 만나서
2부 봄이 봄을 탐했고
3부 다친 봄은 오래 울었으나
4부 봄이 봄을 옮겨붙였다
에필로그 봄은 복수다
작가의 말
책 속에서
목련은 역시 밤목련이지. p.84
목련은 역시 자목련. 붉은 등을 잔뜩 매단 것 같지요. p.140
꽃이 진 게 꽃의 잘못이 아니라면, 꽃이 또 필 때까지 몇 번이고 기다릴 수도 있지 않겠냐고.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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