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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2 - 한 잔 더 생각나는 날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낮술1을 정말 빠져들다시피 행복하게 읽었다. 쇼코의 특별한 밤 지킴이 직업과 그로 인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낮술의 매력은 밤일을 마치고 아침, 점심 쯤에 찾아먹는 그 동네의 다양한 음식들이다.
작가님도 분명히 음식을 사랑하신다. 그러지 않고는 재료 하나하나의 재질과 맛을 이렇게 그린 듯이 세상 꼼꼼하게 표현해낼 수 없을 것이다.
2편에는 1편에서 만났던 사람이 또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도 하고 침잠하고 있던 그녀 삶에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출판사 리뷰에서...
주인공 쇼코는 ‘밤의 지킴이’라는 일에 익숙해지고 요령도 터득하면서 자기 스스로도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예전 같았으면 당황하거나 동요했을 일들에 조금은 의연해지고, 다양한 의뢰인들을 좀더 폭넓게 이해하면서 자기 자신의 고집이나 미숙한 면에 대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자투리 고기이다보니 부위는 갈비인지 등심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어쨌든 마블링이 잔뜩 들어가 꽤 기름지다. 이것도 겉면만 살짝 익히는 정도로 구웠다. (…) 으음, 혀도 뇌도 음미하고 있다. 기름기와 단맛, 인류를 추락시키는 마성을 지닌 궁극의 맛. ‘너무 맛있어서 안 되겠어.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고.’ (…) ‘이쯤 되면 오히려 슬플 때 먹고 싶은 맛이다. 엉엉 울고 난 뒤 나 자신을 위로할 때 먹고 싶어.’ 그러자 여러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되살아났다. (…) ‘일단 미사키부터. 필요하다면 소타에게도 의논해야지. 그애를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내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그러고서 가도야 씨를 찾는 거야.’ 근래에 보기 드물게 불끈 힘이 났다. 쇼코는 마지막 고기 한 점을 석쇠에 올렸다. (239p)
한 가지 주요한 변화는, ‘밤의 지킴이’라는 일을 바라보는 쇼코의 시각이다. ‘의뢰인의 상황에 절대 간섭하지 않고 오로지 의뢰받은 일만 행한다’는 애초 이 일의 취지를 고수하지 못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면서 사장 다이치와 갈등을 겪지만, 쇼코는 결국 그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자신의 마음을 따르기로 한다. 용기를 내서 자기 마음과 생각을 따르는 것이 결국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무한정 가라앉아 있던 그녀가 한걸음 나오는 것도 좋았고, 그녀에게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되는 것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