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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평점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너무 잘 읽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서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아주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니었다. 에세이... 나는 사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허구헌날 소설만 읽었지.
근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은 소설과 에세이 읽는 빈도가 거의 비슷하고 아니.. 어쩌면 에세이를 더 많이 읽는다. 지금은 감히 에세이가 참 재미있고 읽고 생각할 거리도 많고 공감도 더 되고 반성도 하고 배울 점등도 많아서 참 좋은 것 같더라구.
암튼... 작가님도 마음에 들고 제목도 마음에 들어서 아주 기쁘게 읽었다.
기대가 컸지만.. 기대만큼 좋았다.^^
나는 단순생활과 아주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우선 나는 거의 쇼핑중독에 가까운 시절을 거쳐 갔고(아직도 거기에 있는지도 몰라...) 이것 저것 많이 사고 나눠주고 같이 쓰고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예쁜 것도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살림살이도 많은 편이고 홈쇼핑, 인터넷쇼핑을 그야말로 내돈내산해서 신제품을 꾀고 있고 사서 나눠주는(좋은 소리 못 들어.) 삶을 살아와서 맨날 반성하고... 이번에는.. 단순...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덜 사야지.. 계획은 주구장창 세우고 요즘 좀 나아진 듯 하지만... 암튼 쉽지 않아.
작가 님의 단순한 생활의 시작으로 독립을 이야기하셨지. 나는 단 한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꿈만 꾼다.
이런 저런 삶 속에서 나도 글을 쓰며 살고 싶은 사람이고 사실 제법 부지런한 편으로 가만히 있는 것을 못 하고 이것저것 바쁘게 사는 편이지만... 암튼 작가 님의 책을 보니 참 좋았다.
작가 님의 삶의 모습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뭔가 따뜻하고 심플하면서 쾌적하여 좋았고
혼자 살면서 단순한 듯 깔끔하게 야무지게 나름의 루틴대로 사는 모습이 참 좋았다.
나도 혼자 살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의외로 자기 살림을 살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부모님과 살면서는 하지 않았던 일들을 아주 잘 하고 정말 깔끔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부모님과 형제들이.. 에구... 자기 집이라고 이래 청소도 잘 하고 이래 살림도 잘 사네.. 집에서 좀 하지... 하면서 얄밉게 그렇지만 기특하고 흐뭇하게 보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나도 과연 혼자 살았다면 야무지게 잘 살아냈을까.... 그랬을 거라고 혼자 상상하고... 나도 혼자 독립해서 살고 싶구나... 안 될까....
가만가만 읽을 수 있는 심플하고 고요한 이야기들이 참 따뜻했던 ....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