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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평점 :
네 번의 노크
케이시 장편소설
이 책은 순전히 책 소개랄까 뒷표지 조영주 님의 글 때문에 읽게 되었다. 아니지 거기의 한 단어...‘미야베 미유키’..... 케이시는 미야베 미유키를 닮았다고 바로 첫줄에 쓰여 있었거든... 좋아하는 작가님이 제법 많지만 그 중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작가님을 닮았다는 평가를 듣는 작가를 만났는데 어떻게 이 책을 안 읽을 수 있겠는가? 미야베 님의 작품들 굉장히 사회적인 내용도 많고 인간군상들을 촘촘하게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해 놓아 읽는데 초반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 맛을 알게 되면 끊을 수 없고 완전히 빠져들게 되거든. 나는 에도 시대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필력 좋으면서 조선 후기 생활상이나 수사물같은 시리즈물을 써주시는 작가 님이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작품은 시대물은 아니고 미미여사님의 사회파 미스터리에 오히려 가까울 수 있는데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미미여사님 때문에 읽었지만 이 작가는 엄연히 다른 결의 작가였다. 그래도 왜 미미여사님이 거론되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될만큼 필력이 좋았다.
물론 분량이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펼치는 순간 술술 읽혔다.
301호 302호 303호
306호 305호 304호
복도식 원룸 건물의 여성 전용층 계단에서 303호의 남자친구(주인은 현재 휴가 중 빈 집에 2시간 머묾)가 쓰러진 채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건물이 있는 동네는 실패라는 무거운 공포가 깔린 곳으로 서로의 사생활을 알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곳이고 여기에는 유령처러 조용히 사는 여성들이 모여 살고 있다.
죽은 남자는 6개월 전 사망보험에 가입된 상황으로 보험회사의 의뢰로 사건을 수사하면서 개개의 수사일지로 1부가 열린다.
301호 무술인, 진한 화장과 짧은 치마, 검은 스타킹... 영매로서 근처에서 작은 신당을 차려 그 동네의 불쌍한 영혼들을 상담한다.
302호 디자이너 거의 집에만 있고 일만 하며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없고 예민하여 발소리만으로 주변 사람과 상황을 예측한다.
303호 사회복지사 304호 관리하며 친하게 지내는 편, 남자친구가 있고 예사롭지 않고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
304호 가벼운 3급 지적 장애를 가진 순수한 영혼의 아이같은 이십대.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지만 형편이 나쁘지 않고 물고기와 화분을 키우며 예쁜게 살고 있다.
305호 목에 눈에 띄는 뱀과 눈동자 타투를 하고 있고 온 몸에 피어싱과 독특한 스타일의 외견을 가지고 있는 노점 액세서리 상.
306호 원룸 청소를 하면서 공짜로 거주하는 관리인 격으로 독실한 크리스찬이라고 하는데 주변 사람 욕을 끊임없이 시끄럽게 하고 다니는 오십대.
모두 이 동네에서 빨리 탈출하고 싶어하고 주변 사람들과 딱히 엮이고 싶어하지 않지만 방음이 안 되는 이 공간에서는 대부분 이웃 사람의 일에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조금씩 서로를 상상하거나 교류하고 있다. 그리고 첫 사건이 시작된 이후 이 곳에서는 끊임없는 사건 사고가 이어지고.... 2부에서는 각 호마다의 독백이 이어지는데.... 아주 반전의 반전....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아주 숨막하게 펼쳐진다..... 모두가 욕심쟁이 .... 파국이랄까? 어찌보면 가장 착한 사람에게 복이 오는 걸까?(스포 금지니까 고만 말해야지)
아무튼 몰아치는 이야기들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은 알찬 시간이었다.
새로운 필력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나 반갑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