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몇 년 전 우리가 빛의 속도록 갈 수 없다면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SF소설에 눈을 뜨게 되었고 찾아 읽다보니 신선하고 젊은 감각의 이런 작품들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서 감사했다. 이 작가 님의 신작들이 작년에 쏟아져 나온 것 같았지만.... 이제야 읽게 되었다.

방근 떠나온 세계’.. 이것들도 단편 소설집이다.

 

7개의 단편들....

최후의 라이오니....로몬 3420ED거주구 셀 회수인 시스템의 복제오류

마리의 춤.....모그 (시지각 이상) 실패한 테러리스트, 플루이드

로라.... <잘못된 지도>-인간 고유의 신체지도, 잘못된 경우, 세 번째 팔

숨그림자....원형 인류, 공기 중 입자로 의사소통하는 방식, 단어 합성기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책 뒷표지의 이 말이 등장한다. 이방인 조안과 그녀의 유일한 친구 단희의 이야기)

오래된 협약...벨라타 신앙, 오브, 사제, 약속

인지 공간...격자 구조물, 공동 지식, 격자 정보망, 스피어(여기서... 방금 내가 떠나온 세계라는 구절이 나왔다)

캐빈 방정식... 울산 관람차 물리학자 국지적 시간거품

 

방금 떠나온 세계’....수록된 작품의 제목도 아니고 이야기 속에 등장한 짧은 구절이지만 이 소설집의 여러 이야기들을 잘 엮어주는 대목 같아서 제목을 아주 잘 지은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전작에 비해서 작가 님의 작품이 훨씬 더 발전한 것 같다.

기발한 발상이나 어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놀라는 것은 저번과 비슷했으나 과학용어나 생소한 용어들이 난무해서 머리 아프고 힘들었던 부분이 거의 없어서 (전작을 읽어 나름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읽기가 확실히 편했다. 정말 글을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 게 맞나봐.

이번에도 아주 신선하고 독특한 발상과 나는 평소에 생각지도 못 한(아니 이런 생각이 있을거라 짐작도 할 수 없다는게 맞겠지?) 뭔가 과학적인 이야기들을 버무려 판타지이지만 황당무계한 것이 아니라 나름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멋지게 펼쳐졌다.

 

나는 이런 작품들은 작품 해설을 참 좋아하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서

우주 공간의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은 외로운 떠돌이 행성이 있다. 나는 떠돌이 행성들이 마구 혼란스러운 선을 그렸다가, 한순간 서로의 표면을 멀찍이 볼 수 있을 만큼 근접했다가, 흩어져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진공 속으로 멀어지는 상상을 한다.

 

우리가 다르게 보고 듣고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로 각자 다른 인지적 세계를 살고 있다. 그 다른 세계들이 어떻게 잠시나마 겹칠 수 있을까, 그 세계 사이에 어떻게 접촉면-혹은 선이나 점, 공유되는 공간-이 생겨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난 몇 년간 소설을 쓰며 내가 고심해온 주제였다. 그 세계들은 결초 완전히 포개어질 없고 공유될 수도 없다. 우리는 광막한 우주 속을 영원토록 홀로 떠돈다.

 

하지만 안녕, 하고 여기서 손을 흔들 때 저쪽에서 안녕, 인사가 되돌아 오는 몇 안 되는 순간들. 그럼으로써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되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살아가게 하는 교차점들.

 

그 짧은 접촉의 순간들을 그려내는 일이, 나에게는 그토록 중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202110월 김초엽

 

 

이야기들의 기발한 발상은 놀랍고 어떻게 보면 소외된 사람,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사랑... 과 연민, 우정이 있어 경이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우주 저편의 이야기라서 생소해서 놀랍지만 씁쓸한 현실과 따뜻한 관심이 있기에 볼수록 마음이 가고 뭔가 아련한 따뜻함이 있는 소설...

작가 님 작품도 많던데... 얼른 또 찾아서 읽어야겠다.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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