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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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권상미 옮김

 

아주 미국적인 작품에 주어진다는 퓰리처상을 2009년에 수상한 작품. 들은지도 제법 많이 되었고 나름의 궁금증도 있었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이번에 처음 읽었다. 뒤에도 제법 작품이 많고... 다양한 서평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작가여서 한번은 꼭 찬찬히 만나봐야지...하고 있다가 드디어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정말 옛날 책 버전으로 만나서... 당황스럽지만... 읽기 시작하면서 아주 예사롭지 않다.

 

작가는 무려 1956년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 생이다. 글쓰기를 오래 꿈꾸고 써왔지만 1998년네 첫 장편[에이미와 이사벨]을 발표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고 [올리브 키터리지]로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한다. 작년 즈음에 다시, 올리브라는 책이 주목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그럴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조언하였다고 작가 소개에 쓰여 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오래동안 수학교사로 재직했던 키 크고 덩치 큰... 지나다니면서 봤다면 피해다녔을 것 같은 상냥함과 거리가 먼 어찌보면 괴팍한 선생님이며 어머니이며 아내였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이 여인의 일대기일거라 짐작하며 읽었던 이야기는 올리브가 너무난 강렬한 인물이어서 페이지마다 적기는 부담스러워서인지 장편의 테두리 안에서 에피소트 형태로 탄생한 단편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편들은 십 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로 등장하는데 내가 평소 좋아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 모음들(일본 소설에 이런 에피소드 모음 감동 아기자기 이야기들이 많지)과는 미국 소도시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마다 허를 찌르는 반전과 불안과 동요와 고독과 쓸쓸함과 위태로움 등이 있아 현실적이고 공감이 되기도 한다.

 

옮긴이의 말 (p.488~)에서 따온 이야기 정리본...

[올리브 키터리지]는 올리브와 헨리의 중년 즈음, 데니즈라는 사랑스러운 인물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빚어진 애틋한 감정과 부부의 위리로부터 시작하여(약국), 십대에서 칠순 노인에 이르는 크로스비의 여러 주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등장인물도 많지만, 그리 길지 않은 장편에 문장마다, 낱말마다 마법처럼 많은 이야기가 빼곡이 담겨 있다.

소설은 상냥하거나 심지어 공손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성격의 키 큰 수학 수학 선생님 올리브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거식증으로 고통받는 소녀의 사랑과 실패, 소외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모두의 굶주림을 본다. (굶주림),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노인 하먼과 얼굴에 외로움이 상처처럼 베이 있는 다른 이들의 주린 영혼을 본다. 우리는 모두 사랑 없는 삶이 두렵고 그렇기에 굶주렸다. 그러나 새로운 사랑으로 영혼이 풍요로워진다 해도, 기력이 쇠한 노년의 사랑은 여전히 쓸쓸하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노인은 묻는다. ‘젊은이들만이 사랑의 가혹함을 견딜 수 있는가.’

 

그리고 어느 날, 노인이 된 키터리지 부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두렵고 당황스럽고 치욕스러운 순간을 맛보고, 혼란한 젊은이들의 광기 어린 좌절을 목도한다(다른 길). 그러나 노부부의 일생을 바꿔놓은 것은 임박한 죽음에 대한 위협보다는 남은 평생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관점을 바꿔놓은 그 말들이 아니었을까. 이를테면 하나뿐인 아들이 노부부를 버리고 거의 의절하다시피 서부 해안으로 떠나버린 데 대해, 타인에게는 늘 사람 좋은 웃음으로 알려진 헨리 키터리지가 올리브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한마디 말처럼. “당신이 아이의 인생을 접수했기 때문이다.”

서로를 멍들게 한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헨리에게 별안간 뇌졸중이 찾아오고, 올리브는 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헨리를 매일 찾아가지만 회환뿐이다. 그리고 어느 날 옷장 서랍에서 헨리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발겨한 생각한다(튤립).

 

헨리의 다른 사진은 키가 크고 마른 해국 시절의 모습이었다. 인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어린 청년이었다. 당신은 짐승 같은 여자하고 결혼해서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될 거야. 올리브는 생각했다. 아들이 하나 생길 거고, 그애를 사랑하게 될 거야. 하얀 가운을 입고 키만 훌쩍한 당신은 약을 사러 온 동네 사람들한테도 끝도 없이 친절할 거야. 당신은 눈이 멀고 벙어리가 되어 휠체어에서 생을 마감할 거야. 그게 당신 인생이 될 거야.

 

퉁명스럽고 애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올리브는 옛 제자이자, 와병 중이던 남편을 잃고 장례식을 치르는 젊은 미망인 말리니 보니를 도우러 말린의 집에 간다(여행 바구니). 그러나 실은 올리브가 간 이유는 누군가의 깊은 슬픔을 보며 자신의 어두운 마음에 한 줄기 빛에 비쳐들기르 바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말린을 보며 올리브는 생각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친절하고 다정한 여인은 올리브에게는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감정이 가져오는 낙심을 깨닫는다. 말린이, 남편이 회복되면 떠나리라 꿈에 부풀어 마련했던 여행바구니에 대해 듣게 된 올리브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런 여행 바구니가 없는 이가 누구랴.

 

끝도 없이 잘난 며느리 수잔을 얻고 올리브는 몹시 약이 오르지만 그래도 아들 내외의 행복을 빌 뿐이다(작은 기쁨). 그러나 만물박사 며느리 수잔은 사랑하는 아들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도 한참이나 가야 하는 서부 해안으로 이사해버리더니 결혼 수 고작 일 년여 만에 크리스와 이혼한다. 모자 관계는 늘 쉽지 않았고, 젊을 때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던 크리스는 이혼 후 올리브과 거의 연락을 끊는다. 그러다가 어머니인 올리브에게 알리지도 않고 아이가 둘인 여자 앤과 재혼을 하곤 뉴욕으로 이사하더니, 앤이 임신해서 입덧으로 힘들어한다며 올리브에게 와서 도와달라고 한다. 이 요청과 아들과의 절연으로 몹시 괴로워하던 올리브에게는 희망의 서곡과도 같다(불안.

잘난 척이 심했던 수잔과는 달리 맹하지만 너무 착해 보이는 두 번째 며느리 앤. 만삭의 배를 부둥켜안고 담배를 배우는 앤을 보며 올리브는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이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사소한 일로(올리브는 자신이 오라 숙모와 똑같은 늙은 할망구가 되어 있었다고 느끼고 분노한다) 아들과 갈등을 빚는 올리브를 보면 그녀 역시 그런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 같다. 서로 빗나가기만 하는 아들과의 언쟁은 어쩐지 몹시 익숙하다. 크리스는 말한다. “전 엄마의 극도로 변덕스러운 기분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단편 에서, 칠순의 올리브는 우연히 잭 케니슨을 알게 된다. 혼자 산보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잭은 자신을 우연히 발견한 올리브에게 부탁한다. “그냥 날 여기 버려두지만 말아요.” “난 혼자 죽고 싶지 않아요.” 재수 없는 공화당 지지자 영감과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올리브는 연민과 질투, 증오 등 늙은 몸뚱이에 남아 있는 현란한 감정과 욕구와 싸우지만, 타협을 거부하지 않는 다. 처음 만났을 때, 잭이 의사의 진료를 받는 동안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느꼈던 감정-세상에는 올리브의 자리가 있었다-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다양한 인물과 에피소드 들 속에서 특별히 잘나거나 행복하고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것은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라고 한다고 볼 수 있다.

 

작가 님이 어느 정도 나이가 있었기에 쓸 수 있던 여러 감정들.... 불안과 고독, 쓸쓸함과 씁쓸함.... 책장을 덮었을 때 용서’ ‘수용’ ‘화해같은 낱말을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른다고 하였지만... 나는 ...이 책 소개 내용들의 따뜻함과 일상의 소중함보다.... 저런 감정이 많았다. 쓸쓸하고 씁쓸했다.

나는 일상에서 올리브 키터리지 같은 분을 가까이 하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

남편 헨리가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크리스의 어려움을 이해하거든. 물론 올리브 나름의 사랑과 일관성과 공평함도 존중하고 싶고....

암튼..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

그녀가 인터뷰에서 남겼다는 일상적인 매일의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존중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 나도 깊게 공감하며....어떻게 나이들어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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