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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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알게 된지 십 년이 안 된 작가이지만... 그녀의 작품들을 나름 찾아 읽어오면서 아주 친근감이 드는 작가이다. 마구잡이로 읽어 왔지만 3년 전부터는 아주 애정하면서 아껴가며 읽고 있는데 그녀의 최근작일수록 더욱 좋다고 느껴지더라고.

 

작품 해설들을 보니.... ‘영원한 외출’.. 이 작품 이후로 작가님의 작품이 한단계 더욱 올라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 더욱 찾아보게 된 작품. (한동안 작가님 최신작만 봐서 어쩌다보니 이 작품을 놓치고 있었다. 에세이다. 그것도 아주 얇다.)

 

이 책은 이별에 관한 책이다.

어떤 때의 작가 님 책은 장난스럽고 뭔가 많이 소소하고 가벼운 소품 같았다. 그러다 한번씩 잠깐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생긋 미소짓게 하는 ... 어떤 때는 너무 심심한 적도 있어서 읽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더랬다.

 

그에 비하며 이 책은... 정말 많이 울면서 봤다.

나의 이별이 생각나서... 그리고 서평을 쓰는게 읽고 나서 한 참 뒤까지.. 많이 힘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처음 삼촌의 장례식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아버지의 발병, 투병 과정, 그리고 영원한 이별, 그 후의 이어지는 일상...

보면서.. 나의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서 그런 것 같다.

우리 아버지도 돌아가실 때 많이 아프셨는데... 생각해보니... 왜 그렇게 일찍 가셨을까... 좋은 것도 하나도 못 해드리고....못 해드린 거.... 생각이 많이 났다....

작가 님은 참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신 것 같다. 아버지와의 추억도 참 많았고.... (계속 왜 나의 경우랑 비교되던지...넘 슬프다..)

좋았던 글귀..

갖고싶은 것... 슈퍼에서... 아이는 온몸으로 울었다... 이 슈퍼에 아니, 이 세계에 울부짖으면서까지 손에 넣고 싶은 것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내게는 이 아이가 반짝반짝 빛이 나 보였다.....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게는 그렇게까지 갖고 싶은 것이 없다. p.29

인형의 집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나도 참 갖고 싶었는데 가지지 못 했고 그 와중에 손재주 좋은 언니가 남이 없는 멋진 옷들과 종이로 만든 예쁜 가구랑 방들을 만들어 아주 고이 간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아버지 이야기 인터뷰... 너무나 좋은 기획이었다. 아버지의 수학여행.... 슬프다.

 

아름다운 저녁놀...

오늘 밤, 내가 집에 갈 때까지 살아서 기다려주길 바란다.

엄마와의 전화를 끊은 직후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신칸센에 흔들릴 무렵에는 그건 아니란걸 깨달았다. 이것은 아버니의 죽음이다.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개인의 아주 고귀한 시간이다. 날 기다려주길 바라는 것은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다.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한편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하는 나도 있었다.

-----------------------

슬픔에는 강약이 있었다. 마치 피아노 리듬처럼 내 속에서 커졌다가 작아졌다. 커졌을 때에는 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파도도 사라질 거라는 예감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P.73

 

무언가를 처분했다고 해서 추억을 잃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P.90

 

소중한 사람을 이 세상에서 잃었다고 해도 있었던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 P.98

 

심장 소리는 이렇게 다르지만,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P.100

 

사카이 준코 씨가 [생활의 수첩 부록- 생활의 수첩 인기요리]에 기고한 아름다운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아무도 살지 않는 친정에 혼자 서성거리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카레가 있었다.

사카이 씨는 이렇게 썼다.

이 카레는 아마 엄마가 영원한 외출을 하기 전에 자식에게 남긴 마지막 음식이지 않을까.’

나도 언젠가 그런 요리와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P. 109

 

자신의 자전거에 기름을 치면서 삐거삐걱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법이다.....P.128

 

나의 아이.... 만약에 작가 님이 있었다면... 자신이 죽고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써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는데... 작가님이 아이가 있었다면.. 참 좋은 엄마였을 것 같은데 ... 암튼 유쾌한 글이었다.

 

마음속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는 비유를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내 마음속에도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그것은 그리 크지 않은 나 혼자 쑥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다. 들여다보면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깊이도 알 수 없다.

한동안은 그 구멍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슬펐다. 그것은 추억의 구멍이었다. 구멍 주위에 침입방지 철책이 있어서 안으로는 도저히 들어가지 못 한다.

하지마나 얼마간 서 있다가 침입방지책을 넘어서 구멍 속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런 일도 있어지, 저런 일도 있었지. 한 칸 한 칸 내려가면서 그리워하고, 후회한다.

눈물이 끓어오르기 전에 서둘러 계단을 내려간다. 그리움과 후회를 반복하며 조금씩 깊이 내려가면 한동안 구멍 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게 된다. P.155

 

2018.... ‘오늘의 인생부터 작가님 작품이 정말 깊이가 남달랐다....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맞을까? 성숙한 글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지만...

나도 작가님도 안 아팠으면 좋겠다....ㅜㅜ

암튼 너무 아름다운 에세이 감사히 잘 읽었다. 신간도 나오던데... 주문해야지...이만총총

    

갖고싶은 것... 슈퍼에서... 아이는 온몸으로 울었다... 이 슈퍼에 아니, 이 세계에 울부짖으면서까지 손에 넣고 싶은 것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내게는 이 아이가 반짝반짝 빛이 나 보였다.....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게는 그렇게까지 갖고 싶은 것이 없다. - P29

아름다운 저녁놀...

오늘 밤, 내가 집에 갈 때까지 살아서 기다려주길 바란다.

엄마와의 전화를 끊은 직후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신칸센에 흔들릴 무렵에는 그건 아니란걸 깨달았다. 이것은 아버니의 죽음이다.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개인의 아주 고귀한 시간이다. 날 기다려주길 바라는 것은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다.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한편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하는 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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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는 강약이 있었다. 마치 피아노 리듬처럼 내 속에서 커졌다가 작아졌다. 커졌을 때에는 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파도도 사라질 거라는 예감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P.73
- P73

무언가를 처분했다고 해서 추억을 잃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P90

소중한 사람을 이 세상에서 잃었다고 해도 ‘있었던’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 - P98

사카이 준코 씨가 [생활의 수첩 부록- 생활의 수첩 인기요리]에 기고한 아름다운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아무도 살지 않는 친정에 혼자 서성거리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카레가 있었다.

사카이 씨는 이렇게 썼다.

‘이 카레는 아마 엄마가 영원한 외출을 하기 전에 자식에게 남긴 마지막 음식이지 않을까.’

나도 언젠가 그런 요리와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 P109

자신의 자전거에 기름을 치면서 삐거삐걱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법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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