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여름 특별판)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표지가 너무 예쁘다. 나는 순전히 표지가 예뻐서 책을 사서 읽기도 하는 유형의 인간이기에...

너무 이쁜 핑크에 파란색 아이스크림이 예쁘게 감각적으로 있는 책을 순전히 예뻐서 샀고 읽었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여기서 문장들이란 말에도 마음이 갔다.)

 

제법 오래 베스트셀러였으니까... (나도 지난 여름에 산 책이구나)

작가는 전승환 님...나도 나에게 고맙다는 책을 샀었고 읽었는데... 지금 소장하고 있지 않는 걸 보면 선물을 줬던지 중고 서점에 팔았던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나보다.

 

이 책은 책 속 구성도 예쁘다. 핑크 제목들이 있고 인용글 들은 연보라색이다....(넘 이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들이 참 예쁘고 따뜻했다.

 

나는 독서 많이 하신 분들이 좋은 책, 좋은 글 모아서 소개하는 책들을 아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한 작가 님의 시집 한 권을 다 읽는 것이 내게는 그렇게 재미가 없는데 시 모음집이나 그림 모음집, 그리고 이렇게 좋은 문장 모음집은 너무너무 재미있고 읽기도 좋은 것 같더라고... ‘책 읽어주는 남자’.. 오디오클립을 진행하시고 그걸로 유명하신 분이 좋은 책이 아닌 좋은 문장들로 책을 내주셔서 그야말로 감사할 뿐...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읽었던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작가 님 취향이 나랑 비슷한 걸까?(아니야 좋은 건 모두에게 좋기 때문일거야...)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란 시가 책의 초입부터 좋았고 신형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도 좋았다.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여행]은 어디에서 많이 들었어도 좋다.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종삼 시인의 [어부]의 이 구절도 너무 좋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곳이 특히 좋았는데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구.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후회가 남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곳에서는 나를 뒤돌아봤다. 나는 후회없는가...

거기서도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말이 나온다.

 

인생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야마 하는 존재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 [파리로 가다]

세상이란 건요, 행복의 모습은 대개 거기서 거기로 비슷하지만 불행의 모습은 제각각 다르답니다. 저마다 자기만의 특별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어요....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위대한 집착 파트의 미켈란젤로의 말

 

만약 내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내 작품은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백창우 시인의 [소주 한 잔 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세]라는 시는 술 한잔에 열이 올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소주 한 잔 하고 싶었고. 박노해 시인의 [겨울 사랑]이라는 시를 보고 스킨쉽도 애정 표현도 잘 못 하는 나지만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마들렌 이야기를 다시금 읽어보면서 나의 마들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삶은 기억이다/ 살아있는 관계, 살아있는 추억..... 이 꼭지가 가장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시인이신 이해인 수녀님의 [추억일기2]... 나의 서랍을 다시 열어보고 싶었고..

 

그렇게 애정하던 가네시로 가즈키의 [연애소설]의 문장이 특히 좋았다. (, 나 분명 읽었는데 왜 이리 새롭지?)....그래 우리는 만나야 해!!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거야. 가령 추억 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 거잖아?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계속 만나야 한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뒤에도 좋은 문장, 주옥같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용택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전화하고 싶다. ~ 때문에 생각나는 나의 친구들에게

심순덕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언젠가 우리 아이는 이 시를 보게 되면 내 생각이 날까?

이용채 작가의 [혼자일 수 밖에 없던 이유]... 내 이야기 같아 놀랐다..

눈물나게 반짝반짝 빛나던 예쁜 맘 예쁜 글 장영희 교수님의 글귀들

말이 필요없는 [어린왕자]의 글들

한때 우리들의 노트를 가득 채웠던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마시멜로 해!

 

외로움에 관해서,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고 좀 더 단단해지기...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자..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용기, 이별, 도전, ....등등..

 

이런저런 심리 에세이보다 더욱 치유되었던 글읽기...

 

나의 마들렌도... 이런 좋은 책 읽기 였던 것 같다.

학창시절처럼 이쁜 노트, 각 잡힌 예쁜 일기장 한 귀퉁이에 정성껏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고 싶은 좋은 문장들....

행복한 독서, 찬찬한 생각, 그리움과 외로움, 추억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좋은 사람이 떠오르게 해 준.... 멋지 시간을 선물해 준 좋은 독서였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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