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앤 - 빨강 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6
버지 윌슨 지음, 애니메이션 <안녕, 앤> 원화 그림, 나선숙 옮김 / 더모던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안녕,

(빨강 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빨강 머리 앤’.... 이래 저래 좋아하는 작품도 많고 좋아하는 캐릭터도 참 많은 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다. (아마 나같은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 사실 초, 중학생 시절까지 내가 가장 좋아한 작품은 작은 아씨들이고(방학마다 독후감 이걸로... 상도 여러번 받았는데..zz)... 가장 좋아한 캐릭터는 둘째 였는데... 암튼 내가 이십대에 좋아했고 주구장창 좋아해서 집에 있는 책들을 대중 최근 거만 찾아봐도.. 좀 있다. (상술인줄 알면서도 또 새로운 작품을 사는 나... 이게 소소한 나의 행복이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이 작품은 1908년 처음 출간된 <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출간 이후 앤 탄생100주년 공식 기념작 <안녕, (Before Green Gables)>....버지 윌슨이라는 캐나다 작가가 쓰셨다는 이 작품. 사실 나는 원래는 이 작품을 볼 생각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혹시 훼손할까 겁도 났지만.... 나름 앤 덕후가 이걸 몰라도 될 것인가.. 망설이고 좋은 기회가 닿아 이 작품을 만났다. 책은 굉장히 두껍다. (페이지 쪽수 624쪽이다. 물론 중간에 원화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쉽게 만만하게 도전할 두께는 아니다) 요즘 비교전 300페이지 내외의 간단한 작품만 (길어도 4시간을 넘길 일은 없었는데...) 읽다보니 두께가 겁이나 여러개 다발적으로 읽고 있던 작품을 모조리 정리하고 비오는 주말(아휴...지긋지긋한 장마.. 2020.. 여러 가지로 지치게 하는 요소가 많다. 마음만 먹으면 독서에 최적화되었지만 마음 먹기도 힘든 시기다.)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아주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시간을 아주 많이 할애했다.

 

책을 읽기 전 나는 너무나 아름답고 창의적인 앤만 생각한 나머지 앤의 어린시절의 귀여움을 느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받고 이 책을 내는 작가의 머리글을 읽고 차례를 읽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안일했는지.. 왜 앤의 과거에 아픔을 상정하지 않았는지 나의 배려없음을 한탄했다. 고단하고 아픈 사연을 가졌을 ... 중간중간 엿보였던 주근깨 빼빼마른 외로운 고아소녀의 아픈 과거를 보는게 참 미안하게 느껴졌다. (난 눈물이 보통 사람보다 많아서 슬픈 영화나 글은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한다. 너무 깊이 우울해질까 겁이 나서..)

 

현명하고 사랑스러운 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었다. 문학을 사랑하고 천사같이 곱던 엄마 버사(거기 국어 선생님이지)와 적갈색 머리에 유쾌하고 창의적이며 사랑꾼이었던 월터(수학 선생님)의 따뜻한 노란 집에서 축복과 사랑 속에 태어났다. (만약, 이렇게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앤은 또 얼마나 세상에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좋은 사람이었을지... 그런 이야기 버전도 짧게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 사람들이었던 그들은 전염병으로 앤이 3개월 되던 해 모두 돌아가시고, 따로 가족이 없던 그들의 집에서 일을 도와주던 조애너 토마스네 집에서 살게 되는 앤, 앤의 집의 따뜻함과 행복이 좋았던 조애넌 분명 그녀도 나쁜 사람이 아니었겠지만 그녀의 삶은 녹록치 않았기에 그 집에서 사는 앤도 혹독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녀 남편 토마스 씨는 잘 생기고 평소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알콜 중독 증세가 있고 술만 들어가면 난폭해져 직장을 잃고 가족들을 괴롭히고 돈을 들고가 끊임없이 그녀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 와중에 앤 위로 여자애가 3명 있었는데 끊임없이 싸우고 난장판인 집인데 앤 이후 4명의 남자아이들이 더 태어난다. 다행히도 그 집 큰 딸 이라이저의 사랑과 관심으로 앤은 행복과 사랑 있는 유년시절을 보내지만 첫 번 째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언니의 결혼, 함께 가려했지만 혼자 남겨진 배신감...)을 겪으며 상실감을 배우는 앤.... 토마스 씨의 술, 조애너의 짜증, 어린 남자 아이들의 장난과 끝없는 일거리로 괴로운 일상이지만 착한 막내 아기인 노아, 비밀 찬장친구 케이티 모리스, 어렵게 가게 된 학교생활과 핸더슨 선생님과 조용히 손을 잡아준 새이디, 이웃 달걀장수 단어선생님 존슨아저씨, 따뜻한 이웃 아치볼드 부인, 나중에 오게되 고양이 라킨바, 처음 선물 받은 곰인형 보리스, 새로 알게된 그림, 배움에 대한 기쁨....등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앤...

(읽다가 중간중간 너무 눈물이 많이 났다. 이 자그마한 아이에게 인생은 왜 이리 잔혹한지... 그 와중에 작은 일로 너무나 행복해하는 아이를 정말 나라도 다 해주고 싶고 꼭 안아주고 싶은 맘이란... )

그치만 그나마의 행복도 영원하지 못 하고... 그 가정에서 나와 새로운 숲속의 해먼드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러 가게 된다. 세쌍둥이 포함 다섯 살 이하 아이가 8명 있는 집, 일거리가 넘치는 곳에서도 앤은 자신만의 행복과 위안을 찾는다. 메아리 비밀친구 비올레타, 냉정한 듯 이웃 할머니 해거티 양, 막내 쌍둥이 줄리 애너와 로더릭,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따뜻한 맥도걸 선생님, 그리고 프린스 에드워드라는 곳에 가보겠다는 꿈이 생긴다.

하지만 또 다시 거기서 나오게 되고 심지어 그렇게 가기 싫었던 고아원...

 

, 몇 줄로 써버리기엔 그래도 앤의 예쁜 마음과 기발한 상상과 삶을 보는 따뜻한 시선, 갑갑한 현실이지만 항상 열심히 살아내는 그녀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어려운 와중에도 빛나는 앤은 어릴 때도 여전한데.. (타고 났나봐)... 그녀의 상상은 어찌보면 살아가기 위한 생존본능과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던 것 같다. 몇 줄 요약을 하다보면 앤은 정말 안 좋은 가정에서 자랐는데 또 읽다보면 토마스 부부나 해먼드 부부들이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희망이 안 보이는 그들의 삶 중에도 빛나는 아이 앤에 대한 고마움과 신기함, 사랑이 없지 않았는데... 표현할 줄 도 표현할 여유도 없던 그들의 모습을 작가님이 잘 표현하신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여기는 참 좋은 선생님들만 나와서 감동이었다. 그 분들도 빛나는 학생인 앤을 만나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겠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해줄수 없는 앤의 인생을 보니.... 만약 내가 그녀의 이후의 삶을 알지 않고 이번 편만 봤다면 마음 아파서 책을 읽을 수가 없고 보다 던졌을 것이다.

 

아무튼 잠깐 나온 대화로 유추해가며 이전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님의 노력과 그럼에도 따뜻하고 아름답고 생기있는 앤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낸 필력에 박수를 보내며.... 다시 오랜만에 앤을 만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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