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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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 사랑

엘레나 페란테

 

 

몇 년 전 열광하면서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집중하며 읽었다. 그녀의 글은 참 매력적이다. 뭔가 전형적이지 않은 어떻게 보면 가장 페미니즘적인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여성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던 그녀의 또 다른 작품나쁜 사랑 3부작이 나왔다고 하여 .. 당연히 찾아 보았다. (그녀는 30여년에 걸쳐 7편 정도의 작품 밖에 발표하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3부작의 3부 격인 [잃어버린 사랑] 이 작품은 2006년 작이라고 하고 나폴리 시리즈는 2011년부터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 잃어버리 사랑의 많은 부분이 모티브가 되어 나폴리 시리즈가 시작되었나보다.

 

여기 화자, 주인공은 레다이다. 현재 48. 대학교 영어 강사인 그녀는 비교적 일찍 결혼해서 애를 낳았고 비앙카, 마르타라는 두 딸은 다 커.... 캐나다에 있는 남편에게 떠나보낸 상태로 오랜만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가지를 찾는다. 책의 이야기도 그렇고 분량도 간단하다. 저번에 읽었던 그녀의 책이 원체 두꺼워서 각오를 하고 잡았는데 이번 세 개의 이야기들은 단편보다 길고 장편이라기엔 짧은 작품들이라고 하여 정말 금방 읽히는 장점이 있는 얇고 작은 책들이다. [성가신 사랑][버려진 사랑]1,2부라 하지만 연속성이 있는 글을 아니다. 그럼에도 나름 시리즈로 묵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여자들이다. 딸의 입장에서 바라본 엄마와의 사랑, 남편에 대한 아내로서의 사랑, 엄마로서의 딸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 책들은 나쁜 사랑시리즈 답게 아름답고 고귀하고 숭고한 사랑이 아니라 뭔가 뒤틀리고 병든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형적이지 않고 자기 안의 나쁜 모습들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작가의 필력이 실로 놀랍고 뭔가 색다른 공감과 사이다같은 표현이 있어 아무튼 이 작가의 작품들은 매력있다.

 

여기 레다는 나름 지식과 교양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성공한 대학 강사로 나이가 있지만 아직도 세련되고 날씬함을 가진 멋진 여성이다. 이혼한 상태로 두 딸을 키우는데 몰두했고 딸들이 잘 자라 아빠가 있는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상태지만 뭔가 그녀는 딸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모녀들간에 가진 친밀한 유대감은 없어 보인다. 혼자만의 여유를 온전히 느끼며 휴가지를 찾고 숙소를 길게 임대하고 근처 비치하우스에서 책을 읽는 등의 휴가를 온전히 느끼고 있던 그녀는 비치하우스에서 길게 머무르는 또 다른 집단들은 만난다. 그 중에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니나와 엘레나 모녀, 시끄러운 나폴리 대가족 집단에서 이질적으로 보이는 젊고 아름다운 엄마 니나와 꼬마 아이 엘레나는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아주 이상적인 모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레다는 그 모녀를 눈여겨 보고 특히 니나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 그러던 중 아이를 잃어버렸다가 찾고 나중에는 엘레나의 애착 인형을 잃어버려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그 와중에 레다는 나폴리 식구들과 안면을 트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인형을 잃어버린 아이는 퇴행적 행동을 보이면서 엄마인 니나에게 더욱 집착하고 니나는 여러 가지로 힘들어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인형을 레다가 들고와서 숨겨놓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자신이 아이들을 키우던 현재 니나같은 젊은 엄마 시절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자아가 강한 엄마였다. 딸을 사랑하지 않은 것 아니겠지만 어린 딸들을 키울 때, 일반적인 모성애가 강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자책감도 들고 실제 잘 하지도 못 했었다. 항상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겠다고 말하는 엄마는 떠난적이 없지만 자신은 딸들이 어린 시절 실제 3년간 자기 딸들을 버리고 떠났던 시절이 있었다. 왜 그녀가 인형을 훔쳤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기가 보기에 이상적으로 보였던 모녀관계의 질투인지, 심술인지... 모르지만... 암튼 딸같은 니나에게 현실 속에서의 자신같은 탈출을 유도하고 싶었는지 딸들에게도 공감받지 못한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한 공감을 얻고 싶어 했는지 모르지만....결국 그녀가 휴양지를 떠나 오고 사고가 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엄마가 되는 것은 위대하고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지만 모든 사람이 잘 할 수 없다. 아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성의 기준은 너무 높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모성에 대한 죄책감, 또는 부끄러움들을 느낄지도 모른다.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엄마’... 아마 아이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아이를 버리고 떠나버리는 과격한 행동을 공감하지는 못 하지만 그녀의 극단적인 자기애가 어느 정도 이해도 가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다른 엄마보다 너무 부족하다. 너무 이기적인가? 아이한테 잘 하고 있는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워킹맘이기도 하고 체력도 여력도 부족하기도 하고, 책도 읽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서 수다도 떨어야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나는 자식에게 몸 바치는 삶을 살지 못 했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

암튼, 나폴리 4부작을 닮은 이 작품... 오랜만에 서평을 다시 써서 기쁘다. 그리고 이 작품 마지막에 있는 악몽 같은 현실에서 자아를 찾는 페란테의 여인들이라는 옮긴이의 말....이 모든 작품을 다 정리해 놓아 너무 고맙고 재미있게 잘 읽었다. 글을 번역하는 분도 이렇게 작가같은 글발과 필력이 있기에 읽기 좋은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옮긴이의 말이 웬만한 작가가 앞 뒤로 써주는 작품 해설보다 좋은 것 같다는 말씀을 남기며...

(아직 읽지않은 [성가신 사랑][버려진 사랑]도 어서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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