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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버텨라 - 1년을 버티면 갈 길이 보인다
허병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겐 직장 생활을 회고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누가 요즘 힘들어해?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라며 이미 사기가 바닥을 친 팀원들의 그나마 있던 열정까지 깡그리 무시했던 S팀장과 "암 걸리고 나가세요."라며 산뜻한 조언을 했던 C과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물론, 내게 긍정적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은 더 많다!)
'너는 아프고 다쳐라 난 혼자 살아남을테니'가 그들의 생존 전략으로 여겨지면서 이 두분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올바른 직장생활을 한다고 자부하던 내게 큰 장애물로 다가왔었다. 선택 사항이 아닌 걸림돌로 앞길이 막힌 느낌이랄까? 그.런.데. [1년만 버텨라]를 읽으며 그 두 분을 가장 많이 떠올렸고 또 가장 많이 이해하게 됐다.
저자 허병민은 참 많은 직장 경력을 갖고 있다. 제일기획, 두산동아, LG생활건강, Otis 등 내로라 하는 직장을 다니면서 그는 다이나믹한 직장 생활을 체험했다. 인정받고 부딪히고 깨지고 다치고 다시 일어나고 또 알아차리고를 반복하면서. 그 과정을 통해 얻은 직장생활의 眞髓를 이 책에서 12개의 테마로 풀어냈고 그것들을 다시 名士들의 말로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마음을 콕콕 쑤셨던 테마 "감춰라, 알려지리라"를 소개하겠다. 난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고작 2년차 였지만 PL이었고 그 프로젝트에서 우리 팀의 output이 가장 우수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었다. 결국 그 파일럿 프로젝트가 확대되 본 프로젝트로 연결되었었다. 문제는 바로 그 때 부터였다. 전사적으로 확대됐다지만 난 이미 경험이 있었고 심지어 PL까지 훌륭히(?) 수행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한 사람이라고 자평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프로젝트에서 비중없는 - 지금 생각하면 그릇된 생각이지만 그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여겼던 혹은 분위기가 그랬던 - 일이 내게 주어졌을 때, 난 자존심이 상했다. '설마 내가 이런 일을?' 딱 이 심정이었다. 이 시점에서 저자가 인용한 몇 가지 만들을 되새겨 보자. 이 말들을 읽으며 그 때가 생각나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렸는지 모르겠다.
"천재성은 누구나 가질 수 없지만, 인내심은 모두가 가질 수 있다."
- 이승한 (홈플러스구룹 회장) -
"지금 하는 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좀 눈에 띄는 일을 했다고 해서 성취라고 착각하지도 말라.
그 안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데이비드 핼버스탬 (미국의 저널리스트) -
이 밖에 [1년만 버텨라]에는 '2인자가 되는 자세' '피드백의 중요성' 등 직장 생활에 피가 되고 살이되는 내용들이 빼곡하다. 혹시 '이미 직장인 처세서 관련 책은 넘쳐!'라고 말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왜 리뷰의 제목에 감히 '실패자'라는 말을 붙였을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보통의 자기개발서는 높은 곳까지 올라간 혹은 한 곳에 오래있어서 '성공했다'고 평가되는 분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 해라라는 조언을 통해 마치 그것을 안 했다간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저자의 에필로그를 보면 또 왜 내가 이렇게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정리해둔 다이어리를 토대로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복습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그 동안 꽤 회자된 직장인의 생존 전략, 예를 들어 변화, 혁신, 창조, 상상력 등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 그보다는 직장생활에서 진정 중요한 건 이러한 것들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1년만 버텨라]는 한 사람의 직장 생활 실패담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래서 열심히 실패하고 있고 또 실패했던 사람들에게 참 와닿는다. 직장에서 특별히 마음 터놓을 사람이 없다면, 그래서 내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이 책을 직장에 있을 때 읽었다면 아마도 위에서 말한 S팀장과 C과장을 대하는 방법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 같다.
** 인상깊은 구절 **
"저는 홈런 20개에 타율 3할 정도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했었죠. 그런데 승엽이는 홈런 54개 친 다음 해에 갑자기 폼을 바꾼다고 하더군요. 그 후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는 걸 보면서 깨달았죠. '열심히 했는데 왜 2인자 일까' 한탄하는 와중에도 1인자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연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만족하는 순간 바로 끝이에요. 도전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겁니다."(135p)
We try harder.(95p)
하나부터 열까지 기존의 틀에 맞추어야 하고, 상하좌우로 마치 축구공을 드리블하듯 요령껏 문제를 피해가야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등. 모든 것이 나와 맞지 않았다. (15p)
자신이 알고 있는 '회사에서 쫓겨나는 방법'들을 머릿속에서 전부 끄집어낸 다음, 그에 대한 대안을 구상하면서 위험 요소를 하나씩 줄여나가보는 것이다. (45p)
큰 생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 - '사고를 칠 수 있는 짱,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 찬 열정, 그리고 좌절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심(48-4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