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 죽어라 결심과 후회만 반복하는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려는 소심하고 서툰 청춘들에게
김선경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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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지난 나를 돌아보며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고 분석하던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좀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더 큰 어른이 되어도, 그 때에도, 후회되는 것들이 있다는 말인가?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사람이란 언제, 어디서나 '고민'이란 것을 한다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사실을 끄집어 낸 책 제목이, 난 조금 슬펐다.

 

저자는 책과 관계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출판계에 입문했다. 그러다 문득 '나를 위한 좋은 생각'을 해보자는 마음에 오랜 시간 몸 담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를 연다. 결과적으로 지금,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은 마이너스 통장과 잡지 25권 뿐이다. 하지만 책 속 그녀는 참 당당하다. 아마 그 십여 년의 시간 동안 두둑한 통장보다 더 값진 깨닭음을 얻었고 잡지 25권보다 더 많은 글을 뽑아낼 내공을 쌓았기 때문이리라.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은 저자 김선경이 40이라는 숫자를 얻기까지 깨지고 아팠던 경험, 반성, 후회들을 담았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따지고 생각하느라 못했던 그 때 그 여행, 왜 가지 않았을까?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은 거짓이었다. 세상은 나쁜 사람들의 손을 더 잘 들어주잖아! 불평과 후회는 습관이라는데 한 달에 한번씩 윈도드레싱(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 주식들을 팔아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스무 살과 서른, 그 젊은 날 나는 나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 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자칫 불평만 쏟아내다 끝내는 그런 따분한 인생은 되지 말자는 다짐이다.

 

얼마나 따분한가.

멈춰 서는 것,

끝내는 것,

닳지 않고 녹스는 것,

사용하지 않아 빛을 내지 못하는 것. (248p)

 

나는 자서전 혹은 에세이라는 장르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저자처럼 살지 않았다간 루저가 될 것 같고 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깨닭아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독서하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이렇게 해라. 안그러면 넌 망할걸!' 이라는 조언이 없고, '나 이렇게 했더니 부자됐어. 너도 따라해.'라는 자랑이 없다. 한 마디로 담백해서 좋다. 게다가 사람들의 사연을 '체 거르듯' 했다는 저자의 전적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책에는 마음에 새길 만한 좋은 얘기들이 참 많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얘기 한 토막.

 

대학에 가지 않으면 인생이 망하는 줄 알던 시절, 영애라는 친구가 '대학 포기'선언을 했다고 한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대한 그 친구의 대답. "언젠가부터 내가 왜 대학에 가려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이유를 모르겠더라고. 솔직히 공부하는 것도 싫고, 명문대 갈 만큼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 집 형편 안 좋은 건 너희도 알잖아. 어쨌든 지금은 내가 꼭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이 말하는 옳은 길이 당연히 지름길이라 생각하던 그 때, 그 친구의 대답에 많은 사람들이 동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흔이 된 저자는, 그 친구를 회상하며 말한다. "열하홉 살 우리는 경주용 말처럼 눈가리개를 한 채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데 영애는 눈가리개를 과감하게 벗어 버렸다. 왜 그때 우리는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남과 다른 선택을 하면 왜 불행해질 거라 생각했을까. 꼭 그 길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길로 들어서면 그게 인생의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 영애라는 친구가 신의 직장에 있기 때문에 저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발자국을 내서 질척거리는 진흙을 밟을 바에, 발목까지 눈이 차더라도 뽀드득 거리는 눈길을 걷는 것이 더 큰 쾌감을 준다는 걸 저자가 깨닭았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한다. '기회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길, 그 길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언젠가 마음이 심란하고 빨리가는 시간이 원망스러울 땐 처세서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명색이 책이라면 플롯이란게 있어야지!'라며 코 웃음을 쳤던 내 편견은 이 책을 통해 깨졌다. 인물은 저자 한 사람, 갈등은 저자의 내적 갈등, 사건은 마흔가지 깨닭음이 전부지만, 난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나아가 내가 마흔 살이 되었을 때 조금은 덜 후회하기를, 조금은 더 행복하기를,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진짜 어른이 되있기를 바래본다. 난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 좋은 구절**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미래가 언제나 불확실하다는 것뿐이다. (37p)

 

네일 바렛이라는 미국인 청년이 제출한 사직서가 유투브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케이크로 만든 사직서에는 근무하는 동안 행복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여러모로 나를 성숙하게 만든 직장이라면 이런 사직서를 마음으로 제출할 수 있지 않을까. (62p)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주위의 평가에는 민감하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가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믿는 것, 자기를 칭찬하는 것 또한 진정한 자존감이다. (74p)

 

즐거울 때는 누구나 웃을 수 있다. 즐겁지 않을 때 웃는 웃음이 진짜다. (92p)

 

삶이 더 나아지지 않더라도, 손톱만한 희망도 없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사는 것이야말로 삶의 기술 중에서 가장 높은 기술이다. (99p)

 

왜 그때 우리는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남과 다른 선택을 하면 왜 불행해질 거라 생각했을까. 꼭 그 길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길로 들어서면 그게 인생의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130p)

 

'신성'이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때 생겨나는 그 무엇이라면, 그의 손길이 닿는 데마다 신성이 담겨 있었다. (135p)

 

완벽한 인생은 없다. 그렇다면 완전한 용서도, 화해도, 완전한 치유도 불가능하다. 그런 마음들이 뒤죽박죽되어 살아갈 뿐이다. 불완전한 삶이지만 그대로 껴안고 가는 것, 그게 나를 위해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145p)

 

돈을 잘 버는 능력과 돈 없이도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능력 가운데 하나만 아이에게 줄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할까. (148p)

 

삶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누구나 다 이렇게 사는 거'라는 생각이 아닐까. 동병상련처럼 그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에 빠지는 순간 처해진 환경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자기 삶에 무관심해지고 몸과 마음은 위축된다. 다들 이렇게 사는데 내 삶이라고 별 수 있겠냐는 생각이 인생을 재미없게, 되는 대로 살게 만든다. 그런데 누구나 다 이렇게 힘들고 지겨ㅝ하며 사는 거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 나보다 더 즐겁게, 잘 견디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 억울하지 않을까? (162p)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들, 불행과 갈등을 해소하려면 그걸 풀어 보겠다고 마음먹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182p)

 

몇 년째 소설가를 지망하는 지인이 이렇게 투덜댄 일이 있다. "내가 불행했다면 어쩌면 좋은 소설을 썼을지도 몰라요." 누군가에게는 불행조차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니,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다. (205p)

 

나는 1인자, 1등, 최고라는 명성을 얻으려 노력하는 사람도 멋지지만 고민하면서 자기 갈 길을 찾는 사람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더라도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마음이 기운다. (235p)

 

우리가 넋 놓고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떠도는 혼백이 정신 놓고 있는 사람 몸속에 들어가 주인인 양 행세한다고도 하지 않은가. (261p)

 

"꿈을 이루겠다면 발돋움하여 대담하게 뛰어올라라. 하늘로 떠오르면 날개가 돋아나고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2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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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텀 -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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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영화보는데 연출에 비중을 뒀다고 'James Cameron 총괄 지휘'라는 문구에 움찔하냐 싶었다. [AVATAR]도 나비족이 등장하는 新 세계가 있을 뿐 시놉상의 새로움은 없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아니었다. '레알 3D'는 바로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던가!

 



 

'거대 자연의 장엄함'을 전체 아우라로 둔 이 영화의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모습'이고 둘째는 '부자(父子)의 화해와 사랑'이다. 남태평양 거대 호수 '에사 알라'에 프랭크를 비롯한 탐험가들이 있다. 독불장군 프랭크의 질책과 귀 따가운 조언때문에 아들 조쉬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이상 폭풍으로 '에사 알라'의 입구가 무너져 버리면서 내용은 시작된다.

 

바위에 맞아 뼈가 으스러지고, 산소통이 없어 즉사하고, 로프를 잘라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극한 상황 - 인간 세상의 축소판처럼 - 이 오면 인간의 이성은 본성이 압도하기 마련이다. 그래 내가 주목한 인물은 "Jorge was here"로 죽음을 맞이하는 Jorge와 산소통을 들고 도주하는 Kal이다. 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희생하는 한 명과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한 명. 누가 옳은 걸까? '에사 알라' 안에서는 전자가 옳다고 확신하면서 투닥거리며 살아가는 지금 우리 모습은 후자를 닮지 않았던가? 이 시점에서 프랭크가 한 말을 가슴 속에 아로 새기자. '우린 그냥 지나가는 먼지야.' 자연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미약하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아버지와 아들. 그 오묘한 세계. 아버지는 동굴만 찾아다니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다. 산소마스크를 낚아채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의 눈엔 살인마에 가깝다. 그러나 해저동굴에 탄복할수록, 팀원들을 하나씩 잃을수록, 산소통의 갯수가 적아질수록,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의 존재를 깨닫고 관계를 회복해 간다.

 

"쿠블라이 칸은 도원경에 웅장한 아방궁을 지으라 명했다.

그 곳엔 인간이 알 수 없는 끝없는 동굴을 통해

성스런 알프강이 태양이 미치지 못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성소(聖所)로 번역되는 Sanctum의 의미를 이해시키고자 함이었는지 이 영화에는 위 시가 세번 등장한다. 낭만시인 새뮤얼이 반 의식의 상태에서 떠오르는 장면과 단어들을 감각적으로 나열했다는 <쿠빌라이 칸>,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몽롱한 반 의식이 주는 신비함이 묘하게 어울린다. 그리고 이 시가 아버지와 아들의 교감을 전달할 때는 소름이 돋는다. 3D 영화에 낭만시라니, 장르를 integration하는 감독의 능력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각본가 Andrew Wight의 실제 경험이라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Nularbor Plain을 탐험하던 중 이상 폭풍으로 동굴 입구가 무너지는 극한의 상황을 체험한 그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공간에서의 조난이 인생을 크게 변화 시켰다고 한다.

 

실화이기 때문일까? 3D이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해저 동굴에 있는 듯, 내 동료가 죽어가는 듯, 110분 동안 심장이 (이완없이) 수축만 하는 기분이었다. James Cameron은 이름값을 했고, 전 scene을 직접했다는 배우들은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엄청난 자연의 모습과 인간의 본성과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참 괜찮은 영화다. 내 한몸 바쳐 당당하게 말하리라. 별 7개! 후회따윈 없는! 엄청난 영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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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텀 -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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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가 기대되는 건 아바타 이후 이 영화가 처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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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 Late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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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탕웨이와 현빈이라는 이 엄청난 조합을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요?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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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 - Tang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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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코믹을 잘 버무리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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