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의 이야기란다. '어디보자,,,'란 심정으로 갔다. 지극히 협소한 몇 가지 사안을 놓고 '비애감'이라는 단어로 최근의 감정 상태를 모두 표현하는 요즘, 어쩌면 '기자'를 다룬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내게 일종의 위로였고, 꼭 봐야 할 책임이자 의무였다. 모비딕, 귀에 익은 듯 하지만 낯설었다. 체스판의 '말'이 된 포스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음울한 회색빛과 어울려 영화의 무거움을 한껏 느끼게한다.

발암교 폭발 후, 특종을 노리는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에게 고향 후배 윤혁(진구)이 찾아온다. 혁이가 주고 간 가방 속에는 플로피 디스크와 알 수 없는 문서들이 가득하다.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기자들이 사건에 다가갈수록 수면위로 드러나는 건 '정부 위의 정부'의 정체. 체스판 위의 말을 옮기듯 모든 사건, 사고들을 그들은 조.종.한.다.
'기자'와 '발암교' 그리고 '정부 위의 정부', 이 세 가지가 [모비딕]의 주인공이다. 지극히 사적으로 이 중에서 '정부 위의 정부'를 파헤치는 '기자'란 사람들의 존재 의미에 난 집중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옥같은 대사 중에 이런게 있다. "오보가 진실일 때도 있습니다", "의심되는 인물 열 명을 파헤치는 것보다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살리는게 더 나아", "너네 나 잘못 건들였어! 다 파헤쳐서 잘근잘근 씹어줄거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성효과(김민희)의 말, "기자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네"

의미있게 다가오는 세 인물에 대해 말해보자. 첫 번째는 윤혁이다. 그는 내부고발자다. 박정길 - 극 중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 의 서점에 위장 취업해 그의 죽음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한 윤혁은 죄책감으로 이방우를 찾게 된다. 그러나 몹시 열심히(?) 활동했던 모비딕에서 손을 털기까지의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 죽였다'는 것에 괴로워할 만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단체에 들어가지도 않았을게다. 조금 더 마초적으로 악랄했다가 변화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 인물은 신문사 부장이다. 나는 이 분이 '기자의 의미'를 가장 함축하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미묘하게 표현되긴 했지만 마지막 부장의 미소는 '정부 위의 정부'를 '잘근잘근 씹어가는' 과정의 시작이다. 그래서 이방우가 저지를 수 있었고 미약하게나마 그 존재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마지막은 '정부 위의 정부'다. 여느 소설이나 영화가 그렇듯, 그들의 공간은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오는 어떤 건물의 꼭대기 층이다. 어쩜 공간 활용도가 그 모양인지 책상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 넓은 곳에 단 한 사람이 있고 모든 사건을 진두지휘한다. 그 뻔한 설정은 둘째치고 그 '정부 위의 정부'가 사건을 저지르는 일련의 과정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모비딕]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보이지 않는 세력'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그 세력들은 그저 스케일이 클 뿐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모비딕] 개봉 후, 트위터에는 이런 트윗들이 연이어 올라왔었다. "기자로서 그 영화, 어때요?" "그저 고맙습니다" "ㅎㅎㅎ" "알아주니 좋던데요" 등등. 그렇다. '기자'라는 직업은 '사실(fact)'에 기대 사람들이 알아야만 하는 혹은 알면 좋은 것들을 글로써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알아야 하거나 알면 좋은 것들'은 보통 - 정부까진 아니더라도 - 어떤 세력들의 '이익'과 닿아있다. 또, 그것들을 밝혀내기엔 '비호'라는 이름의 세력들이 철옹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기자들은 내가 밝혀낸 어떤 사실이 이 세상을 조금은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접근하고 파헤치며 다치고 깨진다. 그렇게 알아낸 사실들은 매일 발행되는 신문의 한 지면을 '글'로 채운다. 할 수 있는건 이것 밖에 없다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또 다시 어떤 사실을 파헤치고 접근하고 다치고 깨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한 마디로 애달프다.
리뷰를 써야 하는데 일기가 되버렸고,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고민을 적어버렸다. 아무튼 [모비딕]은 기자들이 말했던데로 '고마운' 영화다. '기자'라는 직업에 접근하려 노력했고 '정부 위의 정부'를 알아내려고 애썼다. 황정민과 김상호는 역시 영화인이었고, 김민희는 그저 예뻤다. 진구는 푸켓에서 봤던 한 사람이 자꾸 떠올라 이상하게 떨렸었던. 희한하게 내 생각과 닿아있는 부분이 많아 더 절절하게 공감됐던 영화 [모비딕], 이 참에 [모비딕] 소설이나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