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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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16, 모든 신문은 세월호를 다뤘다. 304명의 목숨과 바꾼 배 한 척의 이름은 교활했다<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유가족 13명의 이야기다. 416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사고 당일부터 그 해 12월까지의 유가족들을 인터뷰해 글로 담았다. , 유족들 기억 속의 장면들을 8명의 만화가가 표지와 삽화로 표현했다. 당일의 황망함, 시간과 비례해 커져가는 분노, 현재의 통한이 글과 삽화로 나타난다.

 

건우를 잃은 건우엄마는 가능한 오래 살겠다고 한다. 남들은 쉽게 잊을지 모르는 건우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서. 동생 승희를 잃은 승아는 밤마다 동생을 구하는 - 잠수부가 되어 구하고 거인이 되어 배를 끌어올리는 - 꿈을 꾼다고 한다. 소연이를 네 살 때부터 혼자 키웠던 소연아빠는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더 열심히 매진할 것을 결심한다. 그것이 아빠로서의 자격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눈물이 마를 수 없는 사연들이다. 그리고 이를 넘어선 두 개의 가치를 책은 담고 있다. 첫째, 사실이다. 416 세월호와 관련해 정부와 언론이 감추려 하는 정보를 유족들의 시선을 통해 알 수 있다. 둘째, 마음가짐이다. 감히 모든 사람들이 유족들의 마음과 동일한 수준으로 헤아릴 수는 없을 터. 그러나 지금 세월호를 두 번 타고 있습니다.(187p)’고 하는 유족들 마음의 근저(根底)를 간접적으로나마 더듬어 볼 수 있다.

 

지난 4 16일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유족들은 광화문에 모였다. 공권력은 버스철벽으로 그들을 고립시켰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목소리에 정부는 방호복과 최루액, 물대포로 응수했다. 지난해 4 16일 유족들의 눈을 가리려 전원 구조를 쉴 새 없이 내뱉었던 언론들은 이번해 같은 날의 그 사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급한 국민성 운운하며 사실을 밝히려는 유족들을 모욕했다.

 

사건의 단추가 어디서부터 끼워졌고 어디서 끝날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들이 제발 미안해하는 마음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미안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우리 가족이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겠지만... , 그래도 미안해하기는 해야죠. (213p)” 2학년 2반 길채원 학생의 어머니 허영무 씨의 말이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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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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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내장들과 뒤섞여 버려진 아이, 장바티스트 그르누이가 있다. 첫 울음을 울기도 전 엄마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한 그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발달된 후각이다사람, 생선, , 공기, , 그는 모든 것을 냄새로 인지한다어느 날, 한 소녀가 나타난다. 그녀의 향기에 심취해 살해를 저지르고만 그르누이. 그는 비탄에 빠진다. 소녀의 향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 그르누이는 인간의 향기를 창조하기로 마음먹는다.

 

소설 <향수>는 그르누이의 일생을 다뤘다. 1부에서 주인공의 탄생과 향수 제조의 기본을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2부에서는 세상과 고립된 채 산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을 담고 있다. 자연이 만든 냄새의 왕국에 살던 그는 어느 날 큰 충격을 받는다. 온전히 자기 자신의 냄새에 파묻혀 있는데도 어떤 방법으로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존재 가치의 기준이 되는 그것이 없었던 것이다.

 

무취의 공포를 깨닫고 그는 사람의 향기를 만들어 나간다. 그 과정이 3부에 담겨있다. 여성이 한 명씩 살해될수록 그의 향수병은 조금씩 채워진다. 결국 25명을 살해하고 처형대에 올라온 그르누이, 바로 그 때 그가 완성한 궁극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를 처형하라고 외치던 관중들은 환락에 빠지고 자신을 찢어 죽이려던 처형관은 무릎을 꿇었다. 그는 웃었다. 작가는 이 웃음을 완벽하게 승리했음을 과시하는, 그리고 사람들을 철저하게 경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비웃음(p.358)”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동시에 주인공은 예상치 못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 향기를 사랑 하기는 커녕 증오(p.359)”하게 된 것이다. 향수의 마법이 사형장을 사로잡았지만 이에 걸려들지 않는 단 한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 “이 향수를 느낄 수가 없으니 그걸 바르고도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면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일까?(p.374)”

 

향기의 마법에 포함될 수 없다는 건, 주인공이 세상에 녹아들 수 없음을 의미했다. , 죄로부터 구원받고 사람들로부터 찬양받지만 그것은 의 마법에 걸린 것 일 뿐, 만인이 무취인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것. 그르누이는 그것을 알았기에 어렵사리 완성한 그 껍데기에 불과한 - ‘을 증오하게 된 것이다.

 

산에서 은둔하다가 자신의 냄새가 없음을 깨닫고 세상으로 나온 주인공이었다. 사람의 향을 만들어 자기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떤 향이 세상을 지배하더라도 자신은 그 속에 포함될 수 없었다. 냄새가 없기에, 자신은 세상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허했을 것이다. 아무도 축복해주지 않고 쓰레기 취급을 받았던 자신. 그 숙명을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무취의 자신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줄곧 아무런 욕심이 없는 소년으로 묘사된다. 오히려 하나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순수한 어린아이 같다. 그르누이는 사랑받고 싶었다. 그 방식이 향을 만드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향기는 자신을 사랑이라는 존재의 감정으로 이끌어 주지 못했다. 이것이 그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책의 마지막은 주인공의 결말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마지막 한 방울을 자신에게 쏟아 붓는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향기들은 그르누이를 물들이고 이 향기에 도취된 빈민들은 그에게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주인공, 울음을 울기 전 생선 내장과 뒤섞여 존재를 알 수 없었던 자신의 탄생을 닮은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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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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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나온 명분이 필요해.” 외국에서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는 친구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하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는 굴지의 대기업을 나와 외국을 여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오게 되면 분명 어디서, 어떻게 밥벌이를 할지 걱정해야 할 터. 그 고민들을 한다는 건 퇴사에 대한 후회를 뜻한다는 게 친구의 설명이다.

 

월든 호수가 있다. 이곳은 <월든>의 저자 - 헨리 데이빗 소로우 - 2년여 간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곳이다. 저자는 그곳에서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했다. 나무를 베고 밭을 일구었다. 바람과 새소리는 좋은 벗. 세상과 가장 가까운 것이라면 나무를 가공한 종이에 누군가의 글이 담긴 책 뿐 이다. 저자는 도시와 문명의 불필요함을 말한다. 본인의 주장을 입으로 말하고 글로 적어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무소유에 의한 도가적 삶을 실험하고 증명한다. 책 전반에서 그 실체를 볼 수 있으며 숲 생활의 경제학에서는 실험의 결과를 세상의 셈법으로 풀어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소로우가 본 우리네 삶은 비참했을 것이다. 물질적 부족함을 운명이라 말하고, 고민과 갈등은 때를 잘못 만나서라고 한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이 좇는 신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충고한다. ‘수레와 헛간으로 피할 때 그대는 구름 밑으로 대피하라. 밥벌이를 그대의 직업으로 삼지 말고 도락으로 삼으라. 대지를 즐기되 소유하려 들지 마라. 진취성과 신념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르면서 사고팔고 농노처럼 인생을 보내는 것이다.”(p.312)

 

<월든>의 인기는 오랫동안 지속됐다. 우리 삶의 방식을 부정하는 이 책을 예찬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하며 현실안주라는 빤한 답을 내놓을 때, 소로우는 그게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말하기 때문이리라. 이 직업이 내 천직일까?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어떻게 살아가는 게 옳은 걸까? 누구나 고민하는 이 문제들을 이해하는 하지만 - 직접 하기엔 두려운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명분이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소로우의 말이 있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p.482) <월든>은 우리 모두에게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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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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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시간에 서점 귀퉁이에서 읽은 허지웅 에세이는 꽤 매력적이었다. 칭송되는 김난도 교수의 말을 기분나쁘지 않게 반박했고 책 열권이 몸에 밖히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이외수 작가와 일맥하는 문장 예찬도 있었다. 그래서 단박에 주문해 읽게된 책.  

 

첫번째 꼭지는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이다. 엄마의 전화를 받고 삼촌 집에 간 소년 허지웅은 엄마가 뺨을 맞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격분의 복수라도 해야 할 순간, 그는 착하고 예의바른 소년이 됐다. 그리고 줄곧 그 때를 변명하기 위해 살고 있다고 말한다. 장기하가 통기타치며 노래해야 할 것 같은 제목 안에는 허지웅이라는 삶의 방향성이 녹아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꼭지는 글쟁이로서의 그의 센스를 감지하게 한다. 영화로 단련된 그는 분명 흥행과 성공의 문화적 코드도 알고 있을 터. 듣기만 해도 눈물나는 엄마라는 존재가 뺨을 맞는 걸 본 아들의 마음이란? 그 자리에서 웃으며 인사했던 본인을 되돌아보는 현재 심경은?  헤아린다는 말조차 불가능한 질문들이 머리 속을 멤돌게하는 이 에피소드는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끝까지 들고 있게 하는 힘이 된다. 그리고 책을 내는 작가로서의 허지웅의 여우같은 전략도 엿볼 수 있다. 

 

책 구석구석에는 <마녀사냥>에서 보여지는 허지웅의 대담함이 느껴진다. 체면을 잃을까 차마 입 밖에 내지 않는, 그러나 일상적인 소재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꽤 있다. 포경수술시 상당량의 성감대가 잘려나간다는 사실을 접한 후 국위 선양이 절대 불가하다는 걸 깨닫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말한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고. 얼룩진 역사만큼 왜곡된 정보로 이뤄졌던 포경수술과 이에 대한 그의 격분을 담은 이 웃픈 에피소드의 제목은 '포경수술의 음모'다.

 

단 하나의 처세라는 '버티기'를 주장하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그의 삶, 그가 본 세상, 그가 본 영화 이야기다. 빵 터지는 유머와 '이런 생각도 하는 사람이었어?' 싶은 정치적 주제, 한 배우의 일생을 꿰뚫는 영화 리뷰가 뒤섞여 있다. 무겁지만 재밌고 어렵지만 이해가 간다. 그래서 에세이구나 싶기도 하다.

 

그의 삶을 다룬 부분은 연애인에 대한 일종의 관음증을 충족시켜 주기도 한다. 그의 솔직함이 있기에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후반부의 영화 리뷰 나래비는 지리한 느낌도 준다. 겹치는 소재가 반복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부분도 이해가 간다. 그가 말하지 않던가. '이제 다시 두번째 에세이를 펴냅니다. 지금은 절판된 첫번째 에세이의 글이 몇 개 남아 있고, 대개 그간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과 개인적인 글들입니다.(8p)'라고.

 

나는 이 책을 통해 허지웅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마녀사냥> 허지웅에서, 글쓰는 사람 허지웅으로. 책에서 그는 누차 강조한다. 버티자고. 나도 한번 그의 처세를 따라 볼까 한다. 끝으로 그의 처세의 끝, 이 책의 정수라 여겨지는 부분을 적어본다.

 

타인의 순수함과 절박함이 나보다 덜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는 세상을 상정하며 어느 한 편에서만 서면 명쾌해질 것이라 착각하지 말되,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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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말하는 사회 - 한국사회를 읽는 30개 키워드
정수복 외 30인 지음 / 북바이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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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거 아냐?' 서평클리닉 도서목록의 첫번째 책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사회,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였다. 시험을 앞둔 학생마냥 초조하게 첫 번째 책을 손에 들었다. 힐끗 본 제목 <사회를 말하는 사회>에서 두 종류의 사회가 느껴진다. 현실을 뜻하는 첫번째 '사회'와 그 사회를 면면히 분석한 두번째 '사회'. 목차로 넘어가자 확신이 선다. 소비사회, 위험사회, 승자독식사회, 분열 사회 등이 보인다. 제목이 주는 딱딱함을 안고 한 장 두 장 넘긴다.


세 번째 토막쯤에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사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서평모음집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부터다. '어느 날 차단되었습니다'는 4장을 끝낼 때쯤 세 가지 카테고리의 사회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첫 번째는 책을 관통하는 주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다. 두 번째는 경제학자, 인류학자 등 전문가들이 책 이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낸 '사회'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사회를 대한민국이라는 범주에서 읽은 또 다른 누군가가 이해한 '사회'다. 


예를 들면 이렇다. 3장,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절벽사회를 보자. 사회에 대한 담론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부터 등장한다. 대한민국 이라는 첫번째 사회로 시작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현실에 대한 이해를 고재학의 저서 <절벽사회>로 하고있다.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현재 편집국장을 지내고 있는 전문가의 눈으로 본 - 아홉가지 절벽이 있는 - 두 번째 사회다. 이에 대해 문화연구가 이원석은 생애주기별 절벽이라는 자신만의 분석을 내놓는다. "저자의 진단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중략)...하지만 처방에 대해서는 그와 다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177쪽)"고 말하며 <절벽사회>와는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범주를 고재학의 절벽사회를 통해 이해하다 이원석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세번째 사회다. 


참 재밌는 책이다. 하나의 사회를 읽음으로써 대한민국의 현실, 저자의 생각, 서평가의 생각까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더 나아가 <사회를 말하는 사회>는 크게 네 꼭지로 나눌 수 있다. 욕망에 사로잡힌 대한민국, 불안에 잠식되는 대한민국, 이웃이 괴물이 된 대한민국, 혼자가 된 대한민국이 그것이다. 각 꼭지별 7~8개의 책과 서평이 소개되고 있으니 총 20개가 넘는 사회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일석삼조(一石三鳥)을 넘어선 일독다득(一讀多得)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재밌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각 장을 관통하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1장은 지그만크 바우만, 2장은 재독철학자 한병철이다. 해당 분야를 오랜기간 분석했던 사람들의 시각과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4장은 통계 수치다. 인구 구성별, 분야별 흥미로운 수치가 논의의 근거로 소개된다. 반면, 3장은의 '무엇'은 삼성이다. 역시 우리나라는 삼성이 먹여살리는 나라인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말하는 책의 주인공으로 삼성이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피부에 와닿았던 내용이었다. 


<사회를 말하는 사회>는 처음의 우려처럼 쉽지 않았다. 너무 많은 사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왔고 서평의 부담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왜 <사회를 말하는 사회>가 첫 번째 도서로 채택됐는지는 알 것 같다. 주제는 '사회'지만 수단은 '서평'이니 말이다. 서평은 주관적 감상과 객관적 가치를 함께 담아야 한다고 한다. 그 '객관성'이란걸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고와 배움이 있어야 할까. 이제 그 출발점에 섰다. 이 서평이 좋은 출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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