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구글 - 디지털 맞수의 패권경쟁
오가와 히로시.하야시 노부유키 지음, 김경인 옮김 / 위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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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은 전화기요, TV는 공중파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 진정한 convergence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마트 폰'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더 새로운 기능의, 더 빠른 속도의, 더 예쁜 디자인의, 핸드폰이 출시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두 기업이 있다. i-phone의 '애플'과 android-phone의 '구글'이라는 거대하고 막강한 기업.

 

[애플 vs 구글]은 이 두 기업에 대해 IT에 뼈가 굵은 두 명의 일본인 저자들이 분석한 글이다. 그 내용은 순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 폰 시대 개막 전, 두 회사가 "과거"에 어떤 준비를 해왔었는지, 이 시대의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내부적으로 어떤 전략과 기술 혁신을 감행하고 있는지, 다채롭게 변화하는 핸드폰 업계 외에 "미래"의 post-smart phone 시대를 위해 두 회사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두 회사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일본 기업들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가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애플과 구글의 과거/현재/미래이다.

 

그러나 난 이 책을 통해 애플과 구글만 알고 넘어가는데 그치고 싶지 않다.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치부될 수 있지만 동종 업계 기업들이 대한민국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애플 vs 구글]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뒤쳐졌다는 반증 아닐까? 그래서 기업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점을 배우고, 고치고, 발전시켜야 할 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두 기업의 "기술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애플처럼 먼저 '의지'와 '지향하는 방향'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토론을 거듭하고 여러 가지를 연계시키는 방식과는 달리, 구글은 사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연구 개발하게 하고 그러한 서비스 가운데 인기가 있고 적용 가능한 것이 나왔을 때 신기술을 확대해가는 출발점으로 삼거나, 혹은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소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196p)"에서 보면, 두 기업의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접근 방식은 다를지라도 '자체적인 핵심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베끼기'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i-phone이 A방식으로 카메라를 개발해 인기를 얻으면, 국내 기업은 A방식을 그.대.로. 따라하여 개발한다. 그리고 B방식으로 개발한 카메라가 탑재된 폰이 인기를 얻으면, 이제 B방식을 또 그.대.로 따라한다. 그런데 문제는 부족한 기술로 똑같아 보이기 위해 애쓰다 보니 결국 졸작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실패 원인을 '핵심 기술'이 아닌 잘못 베낀 '방식'이라 여기는 것이다.  과연 베끼기를 통해 '세계를 이끄는 Global Company'가 나올 수 있을까?

 

둘째, "S/W에 대한 인식"이다.한 대학 CEO강연에서 우리나라 대기업 사장님께서 'software는 hardware의 부속품이다'라고 했던 일화가 있다. 그렇다면  Mac, i-pad, i-phone와 같은 제품들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hardware회사로 인식되어온 애플은 어떨까?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회사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에 단지 아름다운 옷을 입혀서 팔고 있을 뿐이다.(184p)" 우리 나라 대기업사장님께서 hardware 전공자라는 따위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미국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영웅 대접을 해달라고까지 바라지도 아니다. 本末轉到의 현실을 이제라도 깨닫자.

 

마지막으로, "본질적 성공을 위한 장기적 비전"이다.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을 위한 구글의 20%룰(업무 시간의 20%를 자기 개발에 사용)은 너무도 유명하다. 창의성, 자주성과는 상관없이 야근과 주말근무 정도는 해야 일 좀 한다는 말을 듣는 대한민국의 '무거운 엉덩이 문화'와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럼 직원들의 관심도에 따라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구글의 전체상은 주주들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은 어떤가. 우리 나라는 분기별 매출에 따라 조직을 개편하고 회사의 경영 방침을 바꾸기 일쑤다. 또, 그 동안의 노력과 상관없이 새로 온 사장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고 있던 프로젝트도 접는다. 더 나아가 그 동안 쌓아온 기술도 사장된다. 매출에 따라 희비쌍곡선을 그리며 그 때 그 때 단기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정말 숨 가쁘게 우리 나라 기업을 비판했다. 애플과 구글만 알면 되지 뭐 이렇게 열 내냐고 하지 말자. [애플 vs 구글]을 단지 남의 나라 기업 알기용으로만 읽기엔 너무 핵심 정보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만 읽으면 미래의 윤곽이 그려질 정도다. 이제 대한민국 기업들도 제법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외국에 나가 삼성이나 LG를 말하면 'Good Company'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그러나 'good'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적인 마케팅 만으로 살아남던 시대는 끝났다. 원천기술의 보유와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꼭 한번! 정말! 읽어야 할 책이다. 일반인들에겐 우리가 쓰는 핸드폰의 실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현재를 반성하고 자세를 가다듬게 해준다. [애플 vs 구글]을 통해 Global Leading Korea를 만드는 초석을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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