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광시곡 2
김주연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편의 마지막 장을 덮고, 다음 날 바로 2편을 구입했다. <살인광시곡>. 음악이라는 범주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인'이라는 제목으로 묶인것에 - 1편에 등장한 사건을 고려하더라도 -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살인광시곡2>를 통해 명확히 밝혀졌다.

 

<살인광시곡>에는 두 가지의 사건이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첫번째, 1차, 2차, 3차에 달하는 살인사건. 그 속에는 안유상과 저명한 범죄 심리학자 이채원이 있다. 두번째, 교향곡발표회. 형우라는 지휘자와 천재 피아니스트 윤서연의 '新환상교향곡'이 빛을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한 가정이 존재한다. 완벽한 듯 보이지만, 그 어떤 가정보다 불완전한 한 가정.

 

이 일련의 사건들 속에는 정영애, 윤서연, 안유상, 이채원, 그리고 명우라는 인물들이 있다. 그리고 이 5명은 '과거'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피아니스트 신동이라는 찬사 속에 살았던 찬란했던 과거, 엄마의 대리품으로 원치 않는 피아노를 계속해야 하는 수동의 과거,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는 죄책감에 묶인 과거, 불길속에 타들어가는 가족의 죽음이 또 다른 삶의 시작의 신호탄으로 여겼던 어긋난 과거,,, 그리고 파양과 존재를 부정당했던 과거까지,,, 이들의 과거는 결국, '살인'이라는 단어에 귀속되는 끔찍한 미래를 안겨준다. 그리고 이 5명의 삶의 수렴점에 있던 실체는 '新환상교향곡'의 모습으로 밝혀진다.

 

바다가 싫었습니다. 끝을 가능할 수 없는 대양.

넓게 펼쳐진 수평선에선 어느 곳이 시작이고, 어느 곳이 끝인지 규정할 수 없죠.

바다를 닮은 나의 삶을 원망했습니다.

 

바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태양의 열기에 식어가고, 바름의 흐름에 흔들리며, 땅의 움직임에 모양을 달리한다. 5명의 삶도 역시 바다의 모습이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평생을 쫒아다니는 어두웠던 과거가 손발을 옳아맨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등장하는 작품의 전개 속도! 서연과 명우가 치지마! 쾅! 치지마! 쾅!을 반복하며 다투는 상황묘사,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밝혀지는 '피흘리는 나무'의 진짜 모습은 미스터리 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작은 돌멩이가 눈쌓인 산비탈을 굴러 내려오면서 큰 눈덩이가 되는 것처럼, 속도를 더해가면 더할 수록 '진짜'가 드러나기 때문에 책에서 손을 뗄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 내용이 끝나면서 남은 찜찜함이 있었다. 바로 이채원 교수와 사건의 연계성이었다. 안유상의 죽음과 동시에 사건에서 역할이 끝난듯한 그녀가 안유상의 편지를 통해 사건의 전말에 다가가는데는 약간 억지스러운 데가 있었다. 그러나 에필로그에는 그 이유가 담겨있었다. 나의 사고방식과 감정노선을 같이하는 듯,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책의 마지막 구성이 무척 흡족했다.

 

'만 시간의 통곡 속에 삭아 내린 내 심장에게 바친다.'라는 작가의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극적 구성능력이 만 시간 중에 팔천시간쯤 차지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만큼 하나의 결말로 종결되는 <살인광시곡>의 구성은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천 시간쯤은 '명우'의 존재에 아파하지 않았을까. 피흘리고 살해되는 어떤 사람보다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던 명우의 존재가 난 너무 가슴아프다.

 

흥미와 교훈을 함께주는 작품은 드물다. 그런 와중에 <살인광시곡>은 교향곡과 실체의 삶을 일치시키며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통해 한 인간에게 '경험'과 '기억'이 얼마만큼 치명적 영향력을 끼치는지 교훈을 준다.  오랫만에 몰입할 수 있는 재미를 준 <살인광시곡> 한번쯤 꼭 읽어볼 만 하다. 더불어 작가의 다음 작품들이 너무나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