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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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말을 하고싶은지도 알겠고 재미도 있지만, 허탈하고 허무하다. 이 작가는 도무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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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즈
요헨 틸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5월
절판


콘스탄체는 아주 자연친화적이었다. 이 말로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콘스탄체는 콘스탄체라 불리길 고집하며, 코니 따위로 불리길 거부했다. 내가 조금 전에 시도해봤다가 금방 그만뒀듯이.
"내가 코니라고 불릴 거라면 우리 부모님이 코니라고 이름을 지었겠지. 콘스탄체가 아니고 말이야."-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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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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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하셔서 점심 식사 때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가 대학 입시를 볼 때 꽤 열성적으로 제 역사 노트를 봐주셨어요. 엄청난 교양을 갖춘 분이셨죠."-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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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잠들기 전에는 그리움이 왈칵 밀려들었다. 나는 이제 그의 연락처를 알지 못한다. 어떻게해야 그에게 닿을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았다. 2년전처럼, 내가 예상하지 못한때에 불쑥 그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다지 큰 바람 같은건 없는 나는, 언제고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소망은 가지고 있다. 그가 있는 나라, 그가 있는 도시로 가고 싶다. 가서, 그를 만나고 싶다. 하루중 반나절만을 그를 만나 가만가만 얘기하는 것도 좋고 하룻밤을 꼬박 그와 함께 보내는 것도 좋다. 그렇게 그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고 싶다. 그 일은 나를 또 한동안 살 수 있게 해줄것 같다. 


2년전에도 그랬다. 2년전 그는, 불쑥 다시 나타나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였던 그  시절을 얘기했고 또 그 후로 각자가 보냈던 시절들을 얘기했다. 앞으로 그가 보내게 될 기약없는 시간들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그곳으로 가기 전 나를 보고 싶다고 했었지만, 그곳에 가서까지 내 생각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그 날의 만남이 이별이라고, 그것이 끝이라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걸 알면서도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어떤 식으로돈 내가 그와, 우리가 연결되어 있기를, 그 사실을 내가 느끼기를 바랐다. 그가 나와의 연결점을 끊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예전에 사용하던 이메일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예전에 사용하던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그렇게 다른 나라로 가버린 이상, 나는 그에게 닿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그는 다르다. 내 핸드폰 연락처는 바뀌었지만, 또 그가 더이상 이전의 이메일로 접속하지 않아서 내 이메일을 모른다고 한들, 그러나 나는 여기에 계속 있다. 그는 언제고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가 이곳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곳에 와서 다시 내게 말을 걸어줄 수 있다. 우리가 다시 어떻게든 연결되기 위해서라면, 그가 오면 된다. 내가 갈 수는 없으니까. 그는 방법을 알고 있다. 나는 모른다.




좋아해서 힘들었다고,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그 마음이 어떻게도 되질 않아 주저앉았노라고 고백했었다. 그땐 그랬었다고. 그는 내게 왜이렇게 바보같냐고, 힘들면서도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왜 말하지 않았을까. 나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내가 두려워한 건 무엇일까.



그를 처음 만난 건 여름이었고 그와 헤어진 것도 여름이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것도 몇 해 지난 후의 여름이었고, 그와 다시 헤어진 것도 여름이었다. 여름의 어느 밤, 나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침대에 누워 뒤척이고, 그래서 여름의 어느 늦은 밤, 곧 울것만 같은 심정이 되어 한없이 그를 만나러 가게 될 날을 고대한다. 그는 여름에 다가왔고 여름에 떠났고 그의 모습도 그의 성정도 여름같았다. 그는 늘 뜨거웠고 나는 그에게서 뜨거움을 느꼈다. 아니, 그를 만나는 내가 지독하게도 뜨거웠다. 내가 훗날 언젠가의 여름낮, 그를 만날 수 있게될까. 그리고 여름 밤을 그와 보낼 수 있게될까. 내가 그때 그 여름의 밤들을, 붙잡는 그를 뿌리치고 돌아가는 대신 그의 품에 안겨 보냈었다면, 그 여름밤을 뜨거운 마음처럼 뜨겁게 보냈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쯤 그리움으로 타들어가지 않았을까? 그랬을까?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 얻은 것이 아니라고 내내 가슴 한 켠을 시리게 두지는 않았을까? 






오리



                            이윤학





오리가 쑤시고 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었지.

오리는 뭉툭한 부리로 호수를 쑤시고 있었지.

호수의 몸속 건더기를 집어삼키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을 쑤시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 떠 있었지.

꼬리를 흔들며 갈퀴손으로

당신 마음을 긁어내고 있었지.

당신 마음이 너무 깊고 넓게 퍼져

나는 가보지 않은 데 더 많고

내 눈은 어두워 보지 못했지.

나는 마음 밖으로 나와 볼일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뒤뚱거리며

당신 마음 위에 뜨곤 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서 자지 못하고

수많은 갈대 사이에 있었지.

갈대가 흔드는 칼을 보았지.

칼이 꺾이는 걸 보았지.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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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ine Day in 프라하
문선희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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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체코를 떠나기 전 체코에 대해 아주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았다. 찾아가는 곳마다 그곳에 대해 풀어놓는 내용들이 공부하지 않고서는 내놓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토록 가고 싶었던 나라이고 또 장기체류를 준비했었으니 공부하는쪽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됐겠지만, 그래서 이 책에서 프라하의 역사에 대해 독자도 알 수 있었겠지만, 그러나 이 책은 조금 지루하고 조용하다.


톡톡튀는 여행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진들은 전반적으로 고독하고 쓸쓸하다.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대체 왜그렇게 하늘과 성당과 성과 지붕의 사진들을 찍어대는걸까 궁금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는 그녀의 관심사는 사람보다는 고독하고 쓸쓸한 풍경에 있는걸까.


 

 


 

 


 

 


 

 


 

 


 

 


 

 

 


 

 



혼자 떠난 여행이기 때문일까? 사진들은 작가가 원했던 풍경으로 카메라 안에 담겼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쓸쓸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성당과 지붕과 아무도 없는 길에서 그녀는 대체 무엇을 담고 싶었던걸까? 화사한 꽃과 사람이 있는 풍경쪽이 내게는 좀 더 좋은 사진으로 다가왔는데. 이건 취향의 문제인걸까?



 

 


 

 


 

 



게다가 그녀가 인물 사진을 찍노라면 그건 언제나 한 명 혹은 두 명이었다. 조카를 생각하고 친구를 떠올리고 거리의 연인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늘상 따뜻한데, 왜 그녀는 이토록 조용한 풍경과 조용한 분위기와 그리고 조용하게 혼자 있는 사람들에게 매혹되는걸까.


 

 


 

 


 

 


사진의 분위기는 좋지만 책이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고독하고 쓸쓸한 느낌이다. 둘이 있는 풍경은 그나마 따뜻함을 전해준다.


 

 


 

 


 

 


내가 가고 싶은곳에 가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내가 찍고 싶은걸 찍고 내가 담고 싶은걸 담아오는 것이 내가 가장 잘 즐길수 있는 여행이라고 했을때, 이 책의 작가는 아마 그것을 잘해낸 것일테다. 그러나 그녀가 책의 절반 이상을 채운 사진으로는 내 마음이 프라하라는 도시에 대해 흡족함을 느낄수가 없었다. 


참 이상도하지. 그녀는 누군가와 나눈 이야기에 대해서도 풀어놓고, 장동건을 두고 농담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분위기는 밝지를 않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조용하고 무거운 기분이 들어, 나에겐 프라하라는 도시마저 그렇게 기억되어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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