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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그림 책 한 권 ㅣ 퇴근 후 시리즈 3
윤정선 지음 / 리얼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2~3년 전쯤 ‘나의 살던 고향’이란 동요를 듣고, 울컥했던 적이 있다. 동요를 들으며, 풍요롭고 즐거웠고, 행복하기만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몹시 그 시절이 그리웠다. 그러다 문득 현재의 나를 바쁘게 지나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를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외로웠고, 슬펐고, 또 다른 오늘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에 지쳤고, 무척 쓸쓸했다. 그렇게 힘든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에게 잠깐의 여유는 단지 또 다른 바쁨과 힘듦을 이겨내기 위해 꼭 의무적으로 가져야만 하는 쉬는 시간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나의 살던 고향’을 문득 듣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를 마주했다.
나를 마주했을 때 내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무척 슬펐지만, 뭔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위한 행복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 후로 잠깐의 여유에 나를 위한 것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일상에 익숙해지고, 또 다시 내 안의 마음과 감정들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동심을 떠올릴 수 있는 아기자기한 그림책들을 소개하며, 우리 어른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림책들은 참 아름답다. 행복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단순하지만 심오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다. 그래서 더 잔잔하게 오래 마음에 새겨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가 있어서 인지 짧은 줄거리였지만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마음을 병에 담는 소녀의 이야기인 “마음이 아플까봐”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무나도 나와 닮아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다. 사회생활을 해오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내 마음이 다치는 고통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내 나름대로 터득한 지혜라고 생각했던 것이 마음을 내보이지 않는 것, 내 마음을 숨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았기에 그게 정말 좋은 전략이었노라고 생각하며 지냈던 거 같다. 하지만 그렇게 지내다보니,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지기 어려웠고, 더욱 쓸쓸해졌다. 그 원인을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병에 담는 소녀의 이야기를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좋은 방법이 아니었음을 말이다.
그리고 ‘슬픔을 치료해주는 비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 당장부터 나를 위해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집주변 공원이나 산책로를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슬픔을 통해 다시 성장하는 나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바쁘게만 지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바쁨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아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 돌아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진정한 자아를 만나고, 행복한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