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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데미안’은 내 인생 책 중 하나이다. ‘데미안’에 등장하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사람의 가치관과 신념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 지를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그가 속한 가족들에 의해 도덕적 규범이 절대적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그것에 순응하면서 안정과 평화를 느낀다. 하지만 이후 가정을 벗어나 만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자아를 갈구하고, 찾게 된다. 이때 기존 가치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고,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성인이 된 우리로서는 어린아이의 사소한 잘못이라고 ‘그 정도는 괜찮아’라고 상대적 평가를 해줄 수 있지만, 자신이 따르는 규범이 절대적 진리라고 여기는 어린아이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죄로 여겨진 것이다. 크로머라는 친구는 싱클레어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다. 크로머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규범을 깨뜨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가족 안에서의 가치관이 새로운 관계들 속에서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즉, 가치관은 절대적일 수 없고,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이때 싱클레어는 전학 온 데미안을 만나게 된다. 묘한 분위기의 데미안은 이런 싱클레어에게 절대적 규범, 이분법적으로 설명되어지는 규범이 아닌, 가치관의 다양성을 이야기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후 싱클레어는 진학을 하면서 집을 나와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이 ‘악’이라고 생각했던 경험들까지도 하게 된다. 그리고 신부 피스토리우스를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데미안이 들려주었던 아브락사스의 의미를 다시 듣게 된다. 과거 데미안에게는 거부감을 가졌던 이야기를 자신의 다양한 인생 경험을 거쳐 신부 피스토리우스를 통해 다시 듣게 되면서 싱클레어는 거부하기 보다는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데미안과 데미안의 엄마인 에바부인을 만나게 되고, 늘 자신의 꿈속에 등장하여 자신이 갈망했던 존재가 에바부인임을 알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에바부인의 성숙함을 통해 가치관을 더욱 한층 성장시킨다. 싱클레어는 늘 과거의 집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했지만, 에바부인은 모든 사람은 영원히 어린시절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난 이 부분이 특히 좋았다. 내 어린시절의 순수함이나 내 어린시절의 평안함과 안정감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미안과 에바부인은 사회의 변화에 대비해서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싱클레어에게 이야기했다. 결국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전쟁이라는 사회변화는 주인공을 또 변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인생의 관계 변화나 사건들이 주인공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생물적 관점에서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에는 내가 사랑하는 니체의 철학이 담겨져 있어서 더욱 좋았다. 특히 ‘군중’을 어리석다고 표현하고, 고독을 위대한 것으로 표현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서 좋았다. 즉 '어리석은 군중'은 개성 없이 집단의 의견이나 도덕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인간 군상을 의미하며, 군중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독을 통해 온전히 자아에 집중하고, 자아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내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