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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 - 누가 권력을 쥐고,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권력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이 책을 통해 권력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읽는 동안 생겨나는 다양한 물음들에 대해 이 책은 아주 흥미롭게 대답해주었다. 즉.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사례들, 그리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해주면서 나로 하여금 다양한 관점에서 권력에 대해 사고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권력에 대한 다양한 물음이 나에게서 저절로 생겨났다기보다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가 나로 하여금 다양한 측면에서 궁금증을 갖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지만,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고, 저자의 집필능력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을 읽으면서도 흐름이 끊기지 않고, 그 다음 장의 내용을 궁금해하며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의 표지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최고 권력자 대통령이었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우리나라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을 선별하고, 선출해야 한다. 과연 이들 중 누가 부패하지 않을 권력자일까? 일단 이 책에 따르면, 후보들 모두가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는 이들이면서 자신 스스로가 최고라고 우리에게 선전하고 있고, 다른 후보가 처한 어려움은 나의 선전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향 자체는 올바른 리더로서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어둠의 3요소인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성향을 모두 지닌 사람은 악한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개인적 성향 자체로 올바른 리더가 될 지 안될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이러한 성향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권력을 지닌 자가 부패하지 않고, 나쁜 권력을 휘두르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중요성이다.
나는 이제껏 독재자와 같은 나쁜 권력자들은 그 사람의 개인적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던 거 같다. 그래서 사회적 시스템을 강조한 책의 내용은 나의 생각을 뒤집는 이야기였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권력에 대해 무지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에 언급되는 역사적 사건 속에 등장하는 나쁜 권력자들이 모두가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 또한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쁜 권력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시스템은 무엇일까?
사회적 시스템은 사회구성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경찰의 힘과 권위가 중요하게 여겨지다 보니, 사람들을 무자비한 권력으로 다스리는 경찰들이 많아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즉 사회적 시스템이 경찰의 권력을 부패하도록 용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뉴질랜드에서는 경찰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가치가 힘과 권력보다는 사회적 봉사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뉴질랜드에서는 사회적 봉사를 실천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많이 보여진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언제부턴가 경제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돈이 최고이고, 이에 따라 윤리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는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의 사회적 가치는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유능한 대통령이 될 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우리의 직장에서 우리의 가정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돈만을 좇게 되었고, 결국 돈을 위해서라면 보험금을 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꺼이 죽인다던지, 각종 범죄자들을 양산하게 되었다. 수단이 도덕적이든 아니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무조건 OK인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이런 사회 속에서 좋은 권력자를 만들어 내기는 당연히 어렵다. 공동체의 돈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자신만의 이익을 쫓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권력자라고 하면 대통령, 직장의 상사만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우리도 어느 작은 모임 등에서는 권력자가 될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좋은 권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부패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검토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점차 개인주의 사회로 변모해가고 있지만 결국 직장이라는 집단, 국가라는 집단, 세계라는 집단 등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권력를 갖는 위계질서는 당연히 필요하고, 유지될 수밖에 없다. 권력이라는 것이 나의 일이 아니라고 관망하는 태도를 갖기 보다는 부패한 권력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사회적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이 우리 사고의 변화와 노력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