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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레즈 서클 1
로버트 러들럼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한동안 본의 아니게 스릴러와 거리를 두고 지냈습니다. 빠뜨리고 못 본 NCIS도 좀 보고, 몇 달 전부터 읽고 싶었던 10권짜리 ‘빨강머리 앤’도 7권까지 읽느라 10월 말부터 11월까지 다른 책은 거의 못 읽었거든요. NCIS는 이제 거의 다 본 것 같고 빨강머리 앤은 좀 쉬었다 마저 읽으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스릴러의 동네에 다시 돌아오니 빈스 플린과 제프리 디버, 로버트 러들럼의 신작이 제일 재밌어 보였습니다. 빈스 플린과 제프리 디버의 작품은 몇 권씩 읽었지만 로버트 러들럼은 이번이 첫 만남입니다. 로버트 러들럼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본 아이덴티티’의 작가라는 것뿐이었습니다. 본 아이덴티티를 소설로 읽은 것은 아니고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를 재밌게 봤었지요. 소설 본 아이덴티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머지않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DNA검사, 위치추적, 영상통화... 요즘 영화나 스릴러에서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지만 마타레즈 서클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대신 공중전화와 도청, 암호문, KGB가 자주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이야기 속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틈틈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 말, 냉전시대였다는 걸 한 번씩 떠올려야 했지요. 100쪽이 넘어가니 어느새 1979년이 더 이상 낯설지 않더군요. 어쩌면 그 전에 이미 익숙해졌는데 좀 늦게 깨달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숙련된 스파이인 소련의 바실리 바실로비치 탈레니예코프와 미국의 브랜던 스코필드는 서로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지간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망설임 없이 절벽에서 밀어줄 수 있는 사이지요. 어느 겨울, 미국의 합참의장과 소련의 핵물리학자가 암살을 당하고 탈레니예코프와 스코필드가 용의자 명단에 오릅니다. 그 무렵 탈레니예코프는 마타레즈라는 수수께끼의 암살조직에 대해서 듣게 됩니다. 마타레즈의 정체를 밝히려면 스코필드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누구도 믿을 수 없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탈레니예코프는...
작가는 주인공들 사이에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을 만들어 놓고 그 장벽을 부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랜만에 잘 짜인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기도 하고 007이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톰 크루즈와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은 마타레즈 서클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1970년대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니, 로버트 러들럼은 참 대단한 작가였던 모양입니다. 본 아이덴티티도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