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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월드 ㅣ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안 벡 지음, 최유나 옮김 / 청어람 / 2011년 5월
평점 :
아이 책을 읽다 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조선시대로 가서 훈민정음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하기도 하고, 어떤 책에서는 공룡이 나오는 시대로 탐험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른 책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내용은 잘 못 본 것 같습니다. 그것도 현재에서 과거로 떠나는 게 아니라 2050년의 미래에서 19세기의 런던으로 테마여행을 떠난다고 하는 군요.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됐습니다.
“여긴 몇 년 전에 박물관의 용도로 지어진 도시야. 그런 걸 ‘테마파크’라고 해. 이 도시의 가장 바깥 경계선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들은 과거의 런던을 그대로 본 따거나 다시 복구해서 만든 거야. 그러니까 모든 게 그냥 환상이란 말이지. 이 모든 것들이 옛날에 존재했던 도시를 그대로 재현한 거란 뜻이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기서 사는 걸 좋아해. 옛날 방식으로 사는 거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돈을 내고 여기 와서 우리가 옛날 방식으로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거야.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를 경험하는 거지.” -본문 중에서
저는 로마시대에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가 생명을 걸고 싸우는 걸 보며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 1人입니다. K1이나 권투 같이 치고 받고 하는 경기를 보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살인자의 사건현장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많을 것이라는 가정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좀 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별로 이상한 내용인 아닌 것 같기도 하더군요.
희대의 살인자가 저지른 생생한 사건 현장을 구경하고자 하는 과거 세계 관광객과 주민들, 혹은 일일 방문객으로 과거세계를 찾은 시민들은 내일 11시, 혹스무어 교회 근처 마켓 스퀘어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과거의 경험을 보장합니다. 심장, 비위가 약한 사람은 참가를 금합니다. 관광 요금은 단 1.5기니, 현장에서 납부 바랍니다. -본문 중에서
이브는 어릴 적 기억이 없는 열일곱 살의 소녀입니다. 잭 아저씨와 함께 19세기 런던에서 살고 있지요. 누군가 이들을 헤치기 위해 쫓고 있습니다. 잭은 적이 가까이 추적해 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잭과 이브는 또 멀리 이사를 가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 속 분이기는 안개 낀 런던의 불 꺼진 밤거리처럼 음산한 느낌을 줍니다. 기억을 잃고 쫓기는 자와 너무 강해 보이는 쫓는 자가 등장하고 어느 순간 그들 사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납니다. 어떤 내용이 기다릴지, 이브는 왜 기억을 잃었는지, 팬텀과 이브는 어떻게 이어질지 등을 궁금해 하며 읽었습니다.
그래도 ‘꼼꼼하게 잘 짜인 빈틈없는 전개에 감탄했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50년 이라는 통제된 미래도 이야기 전개와 마무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내용이고 19세기 테마파크라는 설정도 좋았지만, 어딘지 콕 찍어서 말할 수 없는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