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가 2년 뒤에 “여보, 나 여기 있어.”하는 메일을 ‘홀’에게 보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책 뒷표지에 나오는 내용이거든요. 책을 펼치기 전에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는 이야기를 어디서 시작할까? 아내가 죽은 직후부터? 아니면 건강하던 아내가 암에 걸리는 걸 알게 될 때부터? 혹시 아내가 죽은 지 2년 뒤, 메일을 받으면서 시작할까? 제 생각은 셋 다 틀렸습니다. 아내의 죽음 직전에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한 장을 읽고나니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얼마가 흘렀을까? 그녀와의 일방적인 교신마저 끊어져버렸다. 그녀는 완전히 브로핀으로 들어가서 신음이나 가쁜 숨소리 말고는 아무 신호도 내보내지 않았다. 잠시 뒤 후두둑 은빛 센서들이 아래로 떨어졌고 그녀의 가슴 위에 ‘파르르’ 하는 작은 요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것들이 다시 잠잠해졌을 때, 그것이 아무 특이한 사건도 아니라는 듯 내 아내가 정말 떠나버렸다. 세상에 흔히 벌어지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일 중 하나인 것처럼. (본문 13쪽)

 
가끔 생각하게 됩니다. 남편과 아내, 먼저 보내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어느쪽이 더 힘들까...... 어떨 때는 먼저 떠나는 사람이 너무 많이 힘들 것 같고, 또 어떨 때는 홀로 남아서 몇 년을 더 살아야 하는 사람이 더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어도 한 날 한 시에 죽었으면 좋겠다.” 는 말이 그래서 있나봅니다.

 
하루는 남편에게 “자기랑 같은 날 죽는 것도 괜찮겠다.”고 했더니 현실적이고 분위기 없는 이 경상도 아저씨가 한마디 하더군요. “그러면 아이가 너무 놀랠 걸?”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서 아무 대꾸도 못했지만 (그래도 재미는 없어서) 한 번 째려봐 줬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이후’라면, 내가 ‘홀’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후처럼 홀을 배려할 수 있을까? 홀처럼 용감할 수 있을까? 이후의 선택은 정말 옳았을까...... 다른 질문에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이후의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생각하다가 불을 켜놓고 선잠이 들었나 봅니다. 꿈속에서 잠깐 동안 욘더 근처에 다녀왔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 

 

욘더 Yonder
n. 1. 슬픔도 헤어짐도 잊힘도 없는 불멸 천국.
2. 준비 없이 떠나 보낸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
3. 영원히 함께할 수 있으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이별할 수도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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